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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해냄 펴냄

1권도 그랬지만 2권까지 읽다 보면, 정말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팸플릿’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은 불현듯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각자 맡은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고, 퇴장한다. 그 이후의 행적은 알 수도 없고. 이러니 인물들에 애착을 두거나 집중할 여지가 없다. 결국, 성적 중심, 암기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 자기 주도적, 자율적인 교육체계를 만들자는 지은이의 주장만 남을 뿐이다. 아무리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옳아도, 그것이 곧바로 좋은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초고 단계에서 사건과 개요를 엮어놓은 것을 그대로 출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실망스럽다.

책의 말미에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를 찬탄하고 있는데, 정말 그 학교들은 무조건 좋기만 할지, 모든 아이가 대안학교를 갈 수 있는지,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화’ 하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진보 교육감의 당선 → 혁신학교의 전국화 → 교육제도의 전면개혁이라는 도식은 너무 순진하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거니와 소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의 안에서도 그 방식을 둘러싸고 의견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시 확대를 둘러싼 복잡한 논쟁을 보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가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로 보지 말자’는 관점의 전환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이 책은 소설적으로도 고민의 숙성 차원에서도 충분치 않게 느껴진다.
2020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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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히 나는 큰 울림을 느끼지는 못했다. 편지라는 전달방식의 문제인지, 어투의 문제인지, 감성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그래도 몇몇 에피소드들은 코로나19로 죽은 줄만 알았던 여행세포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은이) 지음
미디어창비 펴냄

👍 떠나고 싶을 때 추천!
2021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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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을 읽을 때는 항상 분한 마음이 든다. 특히, 지휘관들이 하나가 되어 적을 무찌를 생각은 하지 않고 쥐꼬리만 한 자기 권위를 세우고자 백성의 목숨을 함부로 대할 때 폭발한다. 적을 만나면 제일 먼저 도망가기 바쁘면서 왜 안에서만 기강을 잡는지... 전쟁 초반 기록의 대부분은 지휘관이 도망가거나, 죽거나,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백성이나 부하를 참한다. 이런 이들을 시쳇말로 '방구석 여포'라고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능한 관리들이 일본 군대보다 더 무서웠을 것이다.

누군가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이 누리는 막대한 권한은 의무와 짝지어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책임을 져야 할 순간에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권리 또한 누릴 자격이 없다. 이 분노가 과연 500년 전의 사건에 국한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옛날이야기라면 좋겠지만, '방구석 여포'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홍익출판사의 번역본이 질적인 완성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상당히 노력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는 항상 전후 맥락을 알 수 없어 수박 겉핥기 하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징비록 깊이 읽기>라는 해설을 군데군데 삽입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예컨대, 징비록의 녹후잡기에 보면, 류성룡이 해주 지역에서 청어가 안 잡히게 된 것을 이변으로 해석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이 부분만 읽었다면, '임진왜란 전에 이상한 일들이 많았었구나!'하고 지나갈 수 있는데 <징비록 깊이 읽기>를 통해 이 사건과 공납의 폐해, 나아가 조정의 무능까지 연결하여 생각할 계기를 준다. 이런 점은 무척 신선했다.

징비록

류성룡 지음
홍익출판미디어그룹 펴냄

2021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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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를 담고 있다. 와인백과와는 달리 친근한 설명이 장점이다. 신의 물방울이나 난해한 외국 저자의 글과 달리 현실적인 설명과 표현으로 이해를 돕는다. 이 정도 알면 와인을 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의 매력과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삶에는 와인이 필요하다

정하봉 지음
arte(아르테) 펴냄

202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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