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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김훈
'칼의 노래'는 임금의 명을 거역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른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를 맡게 된 후부터 명량해전을 거쳐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난중일기를 읽어 내려가듯 단순한 문체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실존적 고뇌와 내면세계를 섬세한 묘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칼의 노래'라는 제목답게 칼과 관련된 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문체의 힘과 칼이 주는 위압감만으로도 퍼런 서슬의 날처럼 위엄 있는 소설이라 느꼈습니다.
칼날 위로 춤을 추듯 하늘거리는 쇠맛의 날렵함이 세상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고 산 것처럼 작가는 이순신과 칼을 한몸처럼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에 서술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주요 어록과 심리묘사를 보면 김훈 작가의 아름답고도 품격 있는 문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에 입각한 간결한 문체가 이 소설의 백미였음을 알 수 있었죠.
백의종군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후 이순신은 원균의 칠천량 패전으로 못대가리 하나 건질 것 없는 텅 빈 바다와 목 잘린 백성들의 시체가 썩어가는 걸 지켜보며 임금에게 장계를 지어 보내면서 남긴 유명한 어록이지요.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순신은 이 한 문장에 세상이 자신의 칼끝에 깊숙이 베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붓을 들어 충신을 다졌을 것입니다.
이순신은 통제사가 된 뒤 두 번째 장계를 임금에게 또 보내게 됩니다. 이 번에는 해전을 포기하고 장졸을 인솔해서 육지로 올라와 도원수부의 육군과 합치라는 임금의 권유에 이렇게 글을 써 보냅니다.
'수군이 비록 외롭다 하나 이제 신에게 오히려 전선 열두 척이 있사온즉 신의 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한에는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순신은 적장에게 몸을 내어주고 죽은 여진의 시체 앞에서 울부짖었습니다.
'세상은 칼로써 막아낼 수 없고 칼로써 헤쳐나갈 수 없는 곳이다. 목숨을 벨 수는 있지만 죽음을 벨 수는 없었다'라고 말입니다.
비록 창기의 여인이었지만 이순신과 하룻밤의 인연으로 이순신은 그녀의 죽음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이순신과 울음 섞인 하룻밤을 보내고 여진은 이렇게 말했죠.
'나으리, 밝은 날 저를 베어주시어요'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정실부인이 아니라 창기와의 풋내 나는 사랑이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과 좀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요.
물론 김훈 작가는 이 책이 소설이고 픽션이 가미되어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실명의 인물 '여진'을 재미를 위해 이순신의 여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칫 무겁고 피비린내 나는 처참한 전쟁 소설이 될뻔했을 이 책이 여진의 등장으로 신선하고 이순신을 인간미 있는 장군의 품성을 느끼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여진이 좀 더 오랫동안 이순신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너무나 빨리 통곡의 죽음으로 사라져버려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에서 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남긴 유명한 어록이 있지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김훈 작가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지금 싸움이 한창이다. 너는 내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 똑같은 의미지만 앞의 말이 비장함을 나타낸다면 김훈 작가의 표현은 부드러우면서도 인간미 있는 장군의 유연함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나라 영화사에 아직 깨지지 않는 관객 1,700만 명 관객 수의 '명량'영화가 떠오르네요.
영화 속 시대와 배경이 '칼의 노래'와 거의 비슷해서 영화 '명량'이 이 소설의 원작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영화 '명량'의 원작은 박은우 소설 '명량'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이 책도 읽어 '칼의 노래'와 비교해 보면서 또 다른 감동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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