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장군 김돌쇠/하신하

'바늘 장군 김돌쇠'는 임진왜란의 육전(陸戰) 3대첩으로 꼽히는 ‘소사벌 전투’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입니다. 물론 '바늘장군 김돌쇠'라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 존재했던 건 아닙니다.

오랜시간 동안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름 없는 민초들의 영웅 이야기가 하신하 작가를 통해서 뜨거운 가슴으로 기록되지 않는 민중의 삶과 그 당시 전쟁의 실제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 속 전쟁터 주요 무대는 지금의 평택으로 소사벌은 소사천과 안양천 사이에 펼쳐진 벌판입니다. 평택 지역은 왜란과 호란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 하면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 김시민의 진주대첩 ,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은 이순신의 한산대첩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투, 한산대첩을 제외한 육전 3대첩에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사가 소사벌(素砂坪)에서 왜장 구로타의 군사를 무찌른 싸움으로써 평양성 싸움, 행주대첩과 함께 육전 3대첩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바늘장군 김돌쇠'의 저자 하신하 작가는 이 책을 펴내면서,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기록되고 회자되는 것은 몇몇 지배층과 전쟁 영웅들이지만 승리의 실질적 주인공은 이름 석 자조차 기록되지 않는 민초들의 피로 물들인 희생에 의해 지켜져 왔다면서 꼼꼼한 문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왜란을 이겨 내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민중의 이야기를 소설로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연암산 자락에 위치한 용골이라는 마을에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농부인 아버지와 듬집한 큰 아들 강쇠, 돌쇠, 그리고 어머니 넷이서 행복했던 가족은 일본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전쟁에 참가한 아버지와 형 강쇠를 잃고 맙니다.

돌쇠는 어릴 때 열병을 앓고 앉은뱅이가 되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어머니의 바느질을 도우면서 우연히 바늘로 파리를 맞히면서 바늘 던지기를 연마한 끝에 멧돼지까지 잡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아버지와 형을 잃은 돌쇠는 1597년 소사벌 전투에서 바늘로 왜군의 장수를 물리치고 영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나에게는 이름을 남기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이 땅에서 살 겁니다. 언젠가 이 자리에 또다시 적이 쳐들어와도 아버지와 내 형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을 지켜 낼 겁니다. 다시 집을 짓고 땅을 일구며 대대손손 이 자리에서 살겠습니다"

이 설화 같은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역사소설로서 우리가 임진왜란 3대 대첩 속에 가려져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과 이름 없는 민중들의 활약을 이 소설로서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역할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 중에는 '바늘장군 김돌쇠' 뿐만아니라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구전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 나라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영령 앞에 고개 숙여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장군들이 짊어진  갑옷의 무게에 비하면 내 삶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운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이 땅위에 역사는 다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우리는 임진왜란의 역사적 사실 중에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이제는 이름 없이 살다간 '김아무개'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200여페이 정도로 두껍지 않은 분량이며 청소년 소설답게 읽기 쉬운 서체와 궁금증 유발하는 제목으로 씌여졌지만 역사적 내용과 스토리는 전혀 가볍지 않은 큰 울림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