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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tvN『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선정도서)의 표지 이미지

백범일지

김구 외 1명 지음
돌베개 펴냄

백범 일지/김구

백범 일지는 김구 선생이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파란만장했던 일대기를 상,하 권 2차례에 나누어 쓴 전기문이자 진솔하고 감동적인 역사기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인이 아닌 본인이 자신의 글을 씀에 있어서 주관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치적을 포장하고 과오를 덮으려는 인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권은 김구 선생이 1929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전의 삶의 기록들을 적시하고 있으며 이 책을 쓴 이유를 어린 두 아들에게 아버지가 살아왔던 일들을 알려주기 위해 쓴 자서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권은 1932년에 그가 중심이 되어 만든 한인 애국단의 활동과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이어진 독립운동을 1942년, 67세 때 기록한 것이라고 합니다.

백범일지[白凡逸志] 한자에서 보듯 난중일기처럼 매일의 기록을 쓴 일지가 아닌 훌륭하고 높은 지조, 또는 독립운동을 위한 강단 있고 높은 결개의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독립운동하면서 매일 쓴 일기인 줄 알았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본명은 김창수였으며 1911년 일제에 체포되어 15년형을 받고 온갖 고문을 당했을 때 백정, 범부들(평범한 사람들)의 애국심이 역사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백범(白凡)이라는 호를 썼다고 합니다.

청년의 김창수가 김구(龜)가 되고, 김구(龜)가 백범(白凡) 김구(九)가 되어가는 과정은 평범했던 김구를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으로 우뚝 서게 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민적에서 벗어나고자 구(龜)를 구(九)로 고쳐 쓰고, 우리나라 하층 사회, 백정(白丁), 범부(凡夫)들의 애국심도 자신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 국민이 되겠다는 바람으로 백범(白凡)으로 고쳐 쓰며 자신의 결심을 다지는 백범(白凡) 김구(九) 선생이었습니다.

백범 일지에는 김구 선생의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 같은 일화에서부터 청년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으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시절, 해방 이후 신탁 통치를 반대하며 자주 평화통일을 역설했던 말년까지 김구 선생의 전 생애가 담겨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시대의 아픔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우리 근현대사의 생생한 기록이자 우리가 배우고 잊지 말아야 할 교과서적 교훈서이기도 합니다.

백범 일지 하권은 임시정부 수립 과정에서 활약상뿐만 아니라 김구 선생님의 정신세계와 사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를 통해 독재 정권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강조하였지만 결국 반세기 동안 우리는 동재의 우울한 그늘 밑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잘 담긴 어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과거 시험에 회의를 느끼고 관상에 심취해 있던 중 자신의 관상을 보며 절망에 빠진 김구에게 한 가지 희망을 갖게 한 것은 <마의상서>의 한 구절 때문이었습니다.

'얼굴 좋음이 몸 좋은 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은 만 못하다'

이 한 문장 속에 김구는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로 굳게 결심합니다. 그리고 젊은 김구 선생은 자문자답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라는 망하였으나 민족은 망하지 않았다'

'나의 목숨은 너희가 빼앗아도 나의 정신은 너희가 빼앗지 못하리라'

윤봉길 의사와 홍구공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눈 한마디

'후일 지하에서 다시 만납시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민국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오 또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김구 선생이 원하는 나라는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꿈꾸어왔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가치관은 이렇듯 과거의 일제 만행을 거울삼아 우리나라는 외부 침략으로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더불어 행복하고 만민이 평등한 세계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백범 일지를 읽고 나서 저는 역사 교과서를 통해 그저 '임시정부의 주석' 또는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으로 밖에 알지 못했던 우물 속 나의 역사 지식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김구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부터 그가 성장하면서 어떤 격동기를 거쳐 현재에 이를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전에 잘 알지 못했던 김구 선생님의 진솔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백범 일지, 그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책으로 영원히 내 가슴에 불타오를 것입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2020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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