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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2
김은숙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나 고백할 거 있어요. 저 이제 아저씨한테 보이는 게 없어요. 키가 크고, 옷이 비싸 보이고, 눈이 엄청 멋지고. 보이는 거 그게 다예요. 그래서 아저씨 검 못 빼줘요."
은탁이 뒤돌아 마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미소조차 슬픔이었다. 슬프고 또 사랑스러웠다. 도깨비는 지금 마음껏 사랑받고 있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도깨비를 벅차게 했다. 벅차서 또 슬펐다. 눈물 흘리는 대신 웃기로 했다.
"웃어도 안 빼줄 거예요. 내 눈엔, 아저씨 지금도 엄청 예뻐요."
가장 예쁜 것은 너였다. 어린 얼굴에 맺힌 눈물 자국들을 도깨비가 닦아주었다.
- 허락 같은 핑계 중
앙상한 나뭇가지들 위에는 눈꽃 대신, 연분홍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신기한 광경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바람결에 꽃잎들이 흩날렸다. 따스한 훈풍도 불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은탁에게로 찾아들었다.
- 첫눈으로 중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
“그럴게요. 쓸쓸한 이 남자의 신부가 될게요. 찬란한 이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가 될게요. 꼭, 그럴게요.”
- 청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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