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면 그곳에 무슨 죽음과 무슨 삶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험악한 등정에서 산악인들은 언제나 그 블라인드 포인트를 돌아야 한다고. 그리고 초보자들에게 그것은 대개 죽음보다 더한 공포와 고통을 준다고. 거기서 주저앉는 사람이 참 많이도 있다고, 그러나 그 공포를 이겨낸 자에게만 산은 그 정상을 허락 한다고.
- 월춘 장구 중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는 것이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에, 가슴을 좀 웅크리고 편한 자세를 취해보았는데, 그때 문장들이, 장대비처럼 내게 내렸다.
그의 질문은 간결했다. 그런데 그 간결함 속에는 어떤 간절함이 숨어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를 무심히 두고 볼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었다. 김승옥 식으로 말하자면 그의 삶이 ‘내 삶 속으로 끼어드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맨발로 글목을 돌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