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을 이어온 신촌 헌책방, 공씨책방


21년 간 신촌을 지켜온 44년 전통의 공씨책방.
바뀐 건물주의 일방적 통보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공씨책방에 다녀왔다.

‘공씨책방’은 44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창업자인 故공진석 씨는 1960년 초 노점상으로 시작해, 1972년에는 경희대 앞에 ‘대학서점’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 광화문 시대에는 국내 최대의 헌책방으로 교보문고에 빗대어 ‘헌 교보문고’라 불리기도 했단다.
1990년 책을 가져오던 공진석 씨가 버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책방을 이어받은 장화민 대표는 이후 25년간 공씨책방을 찾는 손님과 소통하며 책방을 꾸려왔다. 그런 공씨책방에 위기가 찾아온 건 지난 10월. 바뀐 건물주가 계약 만료를 이유로 공간을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한 공씨책방은,
이대로 쫓겨나야 하는 걸까.

오래된 레코드 판과 CD, 카세트 테잎이 가게 앞에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책방에 들어서면 우선 두 가지에 놀라게 된다. 4만 권이 넘는 책이 들어 있다고 믿기 어려운 좁은 공간, 그 공간을 틈 없이 메우고 있는 시간과 장르를 망라한 책으로 가득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

책방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사다리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책방의 일부처럼 녹아들어 있다.

원래는 차고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책들로 가득하다. 정리되지 못하고 쌓여만 있는 책들의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이 공씨책방의 어려움과 겹쳐 보이는 건 착각일까.

책장 위까지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책들, 이 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걸까.

더 많은 책을 꽂으려다 보니 자연히 통로가 낮아졌으리라. 책에 눈을 두고 걷다가 머리를 부딪는 이가 적지 않았으리라.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머리주의’라 적은 데서 책방 주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 쪽 벽면을 가득채운 오래된 레코드판, 시간을 잊게 하는 향수를 품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만 같다.

“이거는 3,000원”
“저거는 5,000원”
문 여는 시간을 기다려 신문지에 곱게 싸가지고 온 책을 주인에게 건네고, 값을 매기는 소리가 들린다. 공씨책방이 사라진다면 더는 이 공간에서는 볼 수 없을 풍경이다.

마침 책방을 찾은 한 손님의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에 이유를 들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초판본을 찾았다며 보여 준다. 오래 전 출간된 책의 초판본과 우연히 만나는 경험도 헌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조정은 안돼요. 무조건 나가라는 거예요. (중략) 만나야지 얘기가 될 텐데, 무조건 비워달라고 하니까 우리는 고민이 많죠.

우리가 21년이 됐으니까, 법적으로 자기네는 저촉이 안 된다고 그래요. (중략) 답이 없어요.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서울시에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보전이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건물 주 역시 조정에 응하지 않아, 진척 없이 답답한 상황. 현재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서명 좀 해주세요. 이렇게 (젊은사람들이) 찾아와주시면 고맙지, 우리는. 소송 들어가면 이겨도 마음은 씁쓸하죠.
(건물주에게) 아주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건 ‘짓’이에요. 나쁜 ‘짓’. 분노를 느끼지만 할 수 없죠, 어떡해.(웃음)


여기서 기억에 남는 분들은 다양한 책을 취급하다보니, 애기 엄마서부터 애기들, 노인까지 다 오셔요. 어느 분은 뉴질랜드에 이민 가셨는데, 그 때 고등학생인가 대학교 초년생인가 광화문 (광화문 공씨책방)에 다녔대요. 근데 국내에서 수필집 형식으로 해외동포들 모집을 했는데, 거기에 1등으로 당선이 됐대요. 이번에 상 받으러 왔다고, 그 길에 들렀다고 하더라고요.

(옛 책 사랑) 여기 써주신 분들이 다 우리 손님들이에요. 무료로 원고를 써주셔 가지고, 뒤에를 공진석씨가 쓰시고 이래가지고 책을 만들어서... 이건 9호까지 있는데, 빌려가서 안 가져오네.

古書周邊(고서주변) 1977년 동아일보 논픽션 최우수수상작.
이거는 동아일보에서 논픽션해가지고 이렇게 책을 내준 거예요. 이게 언제 나왔냐면, 이게 책이 발간한 게 79년도예요. 요즘 젊은이들은 이거(한자) 못 읽어요.

헌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게 아니고, 정 같은 게 쌓이거든요, 사실.
지금은 좀 빨리빨리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느림, 이 느림에서 정 같은 게 쌓이거든요. 어디 갔더니 생각지도 않게 그런 게 (주는 게) 있더라 하면 그게 오래기억에 남잖아요. 그러면 다시 찾아오게 되고... 근데 그런 것들이 (사회가)빠르게 돌아가니까 없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나의 책방을 나 혼자의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6평 남짓한 나의 공화국.
산적한 산더미 속으로 지나가면 준엄한 논조가
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때로는 영롱한 이슬방울의 신선함 같은 것이
내 뺨 언저리에 어리는가 하면,
요정이 뛰노는 숲 속의 빈 터인 양
몽롱한 환상의 날개가 내 눈자위를 간지럽히곤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헌책방 서가에 꽂힐 수 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다.”
- 故 공진석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로 51
영업시간 : 10:30 ~ 21:30 (연중무휴)
전화번호 : 02-336-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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