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책, 그리고 사람들의 온기가 머무는 곳
동네책방 | 살롱 드 북
서울대입구역 작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살롱드북.
추운 겨울바람에 잠시나마 몸을 데워줄 따끈한 술이 생각나는 날, 그리고 어쩐지 마음 한 켠에 난 구멍이 시려오는 날 생각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 일 것이다.
살롱드북은 2016년 5월, 관악구에 생긴 최초의 독립서점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독립서점들이 강북에는 많이 있는데, 왜 강남 쪽으로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서점이 위치하고 있는 관악구는 독립출판물을 소비하는 20, 30대의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 뿐 아니라 그만큼 1인 가구도 많은 지역이라고 하는데
살롱드북 강명지 대표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살롱드북은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살롱'은 르네상스시대에 지식인들이 사교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라는 의미인데요.
특히 이 지역에는 사회 초년생, 학생들이 많아서 1인 가구의 밀도가 높은데, 이런 분들이 책을 통해서 교류할 수 있는 모임 또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이었습니다.
동네 서점이기 때문에 책을 판매하는 목적도 있지만 저는 책을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강 대표는 언젠가는 서점을 차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불현듯 이곳에 자리를 잡고 술과 책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10여 년 전에 주조기능사를 딸만큼 술을 좋아하고, 그에 못지않게 책도 좋아하는데, 저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이런 공간은 없더라고요.
요즘은 서점과 카페가 공존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제가 책방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카페면 카페, 서점이면 서점같이 일원화된 공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앞서 얘기드렸던 것 처럼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을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이곳은 시, 문학, 에세이 위주의 독립출판물과 단행본들이 서가에 채워져있다.
단행본 같은 경우에는 강 대표가 직접 읽어보고 좋았던 책 들이나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책 위주로 선정해 꽂아둔다고 한다.
또 밤 12시까지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술은 물론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특히나 늦은 저녁에 책을 읽거나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늦은 밤까지 열리는 서점을 열게 된 이유 중 하나로는 강 대표가 직접 느낀 갈증에서부터 였다고 한다.
9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집과 회사 외에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집과 회사의 공간을 벗어나 이런저런 복잡한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살롱드북은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손님들도 이 공간을 주인처럼 쓰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지만, 누구에게나 집과 회사, 학교 말고
쉬어 갈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때때로 손님분들에게 이 공간을 맡기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쉬어가라고 이야기하죠.
그냥 차를 마시고 싶으면 차를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손님들이 오면 단골손님들이 책 소개를 하고.
이런 일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결핍을 느꼈던 부분들을 해소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누구나 여기 오면, 주인처럼 이 공간을 아끼고 원하는 것들을 하는 공간, 결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자유로운 만큼 더욱 잘 관리해야 하겠지만, 저와 같은 갈증을 느꼈던 손님들이 많이 늘고 있고, 일부는 단골이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이렇듯 한 지역에 동네 서점이 있다는 것은 단지 책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소통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가 가진 소소한 문화들을 나누게 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혼자였던 하루에 결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연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요즘같이 쓸쓸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일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아닐까?
강 대표는 이런 의미에서 살롱드북 같은 동네 서점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일반 서점에서는 책을 구매하기만 하는데, 동네 서점에서는 거기에 더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굳이 여행을 떠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이유는 내가 얽히지 않는 관계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살롱드북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그런 갈증들을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관악구는 문화의 소비가 부족한 지역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젊은 친구들이 거주를 목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보통은 주말이나 쉬는 시간이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문화를 즐기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살롱드북을 통해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이곳에서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동네에 이런 문화 공간이 많아져서 이곳 내에서 문화적 갈증들을 해소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역할을 어느 정도는 살롱드북이 해주는 것 같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어요.”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이곳을 찾는 대부분은 손님들은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20, 30대 직장인 또는 학생들이라고 하는데 점점 단골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주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살롱드북은 그런 의미에서 주인이 손님처럼, 손님이 주인처럼 쉬어가는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제가 이 서점을 시작하고 보람된 순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곳의 수많은 방명록들이 말해주듯 저는 특히 손님들과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보람되는 같습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함께하면서 손님들 중에서는 직접 독립출판물 작가가 되어 책을 만들기도 하고, 또 나아가 자기만의 서점을 만든 분도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저와 살롱드북,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렇듯 살롱드북을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
손님들과 제가 소통하는 것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가끔은 단골손님들이 북마켓에 함께 참여해 도와주기도 하고, 이곳 공간의 벽을 함께 칠하기도 하며,
함께 살롱드북을 만들어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이 공간에 대한 애착이 깊어져서 손님과 주인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죠. 그렇게 손님들의 만족도와 애정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더욱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입니다.”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술과 책이 함께하는 이 공간에서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뿐 아니라 독서모임이나 작가들의 출간 기념회, 또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심야극장, 소설로 만나는 영화,
책에서 나오는 술을 함께 하는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1인 가구들이 모일 수 있는 ‘낯선 이들과 친해지는 방법’, ‘쓸모의 쓸모 (쓸쓸한 사람들이 모여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같이
혼자 오시는 분들이 어색하지 않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본다면 '살롱드북답다’는 것은 어쩌면 ‘책을 통해서 만나는 동네 아지트’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만나고, 책을 읽고, 또 편안하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고 있어요. 요즘 다양한 동네 서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저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방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술과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이곳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 살롱드북 대표 강명지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문득 ‘만약 내가 이곳에 살았다면 살롱드북을 만나기 전과 후의 일상은 아주 달랐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판이 없는 이 작고 따뜻한 공간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일상들은 얼마나 쓸쓸하고 무미건조할까.
책과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아지트에는 오늘도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책, 그리고 술이 주는 느긋함이 흐르고 있다.
어느 날 일상에 온기가 필요한 날이 있다면 당신도 이곳을 찾아 시린 마음을 데워보는 건 어떨까?
<살롱드북 강명지 대표가 추천하는 책과 술>
술을 마시면서 읽는 책은 다른 장편이나 인문도 좋지만 저는 주로 시집을 추천해요. 시를 읽을 때 술과 함께하면 술은 아주 좋은 촉매제가 됩니다.
술 한두 잔을 마시면서 시를 읽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도 더 감성이 잘 녹아들어서 그 시를 읽어나갈 수 있거든요.
요즘 같은 겨울에는 허연 시인의 ‘불온한 검은 피’와 함께 위스키를 마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회적인 현상들 같은 것들을 냉소적으로 그려낸 시집인데 그 언어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저는 참 좋아해요.
살롱 드 북
위치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231길 11 태주빌라 1층
홈페이지 | @salon_book
영업시간 | 월~토요일 : 오후2시~밤12시 / 일요일 : 휴무
플라이북 에디터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