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민을 털어놓고 갈 수 있는 곳
동네책방ㅣ지금의 세상
사당의 골목길 사이에 자리잡은 '지금의 세상’은 들어가자마자 앤티크하고 강렬한 분위기에 매료된다. 눈에 가득 담긴 버건디 색은 공간을 매혹적이게 만들어준다.
곳곳의 빈티지한 소품들은 마치 마술사의 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품고있다.
동네책방 하면 아담한 공간에 여러 책들이 가득 차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책방과는 달리 정해진 책들만 소개하고 있다.
"동네서점이자 큐레이션 서점인 '지금의 세상’에서는 25권의 책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상’이라는 책방 이름 처럼 '5개 세상 속 5가지 이야기’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5개의 세상은 책을 소개하는 테마입니다. 테마는 행복에 대한 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지적 호기심, 마음에 대한 편안함, 사랑에 대한 감정으로 이루어져있고 이 주제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주제는 책방을 준비할 때부터 기획했어요. 소설, 시, 희곡처럼 장르별로 분류하면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언제 책을 읽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딱 이렇게 5가지의 주제가 나왔어요.
공간이 좁기도 하니 책을 과감하게 줄여 각 테마당 5권씩 총 25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책방 슬로건에 걸맞게 책방 문을 열자마자 테이블들이 오각형을 이루고있다. 각 테이블 마다 한 주제로 큐레이션이 되어있는데, 가구와 콘텐츠의 배치가 컨셉을 돋보이게 만든다.
"다양한 책을 채워 넣은 책장이 아닌 5개의 테마로 컨셉을 결정한 후, 이 5개의 테마를 한곳에 모아두기 위해 오각형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자료 조사 중에 낮고 뭉툭한 오각형 테이블을 발견했고, 바로 가구를 주문 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5권 모두를 책상 위에 둘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책상이 넓지 않다 보니, 책상에 서랍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랍에 책을 넣자니 ‘블라인드 북’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어졌어요.
지금 서랍을 열어보시면 블라인드 북 한 권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책은 이곳을 방문한 손님의 추천 책입니다. 이 오각형은 손님들과 함께 꾸며가는 서가예요.
빈 곳이 있더라도 제가 선정해서 채워 놓지는 않습니다. 손님들이 추천해 주시는 책으로 넣고 있어요."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많은 책들을 진열해서 사람들이 직접 취향을 알아가기보다는 몇 가지 주제에 맞는 25권만 소개하는 공간이기에 더욱 책 선정이 쉽지 않다.
25권이라는 적어보이기도 많아 보이기도 하는 제약이 있기에 책 선정에 더 신중하고 정성을 다하는 책방 주인장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25권에 뽑힌 책은 어떤 책들일까?
"책방에는 철학, 심리 분야의 책이 가장 많고 인문 사회 분야가 다음입니다.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그렇게 비치를 하고 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보다 시야를 더 넓게 트여줄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철학과 심리 분야가 쉽지는 않겠지만, 읽다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원리가 있어서 곧 이해가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책이 너무 어렵다’라는 피드백이 있어서 이해를 도울만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함께 안내하고 있어요.
그 영상에서는 책을 최대한 친절하고 쉽게 소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유튜브를 보시는 분들이 책을 직접 구매하러 오시기도 합니다."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이 공간에는 큰 책장은 없지만 이렇게 특별한 콘텐츠와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손길이 가득 채워져있다.
‘지금의 세상’만의 굿즈를 판매하는 곳에는 특이하게도 손님이 주인장님을 그린 엽서가 있다. 또 주인장님이 만든 책갈피, 주변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만든 유리컵과 에코백이 있다.
맞은편에는 벽 면을 넓게 차지하는 거울이 있고, 큼직한 거울 반쪽은 노란색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다.
"사람들이 고민을 적어두고 가는 곳입니다. ‘지금의 세상’ 책방의 메인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그 중 매주 1개의 고민을 선정해서 책을 큐레이션 하고 있어요. 또 그 콘텐츠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점 앞 보드에도 고민을 책과 엮어서 소개하고 선정한 책 속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손님들이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가세요. 때때로 메모지를 살펴보다 보면 제 고민이 적혀 있기도 해요. 같은 고민들을 가진 사람들이 책을 구매하시기도 하고, 고민을 쓰셨던 분이 책을 구매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공간에 고민을 털어놓고 가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요. 고민을 써 붙이면서 힘든 마음도 두고 가면 좋지 않을까요?"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리고 누군가와 우리의 고민들, 그 이야기에 따스한 관심을 비추는 주인장은 어떻게 ‘지금의 세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책방 이전에는 교육회사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직접 강의도 했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내가 제일 불행하고힘든데 누구를 가르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만나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육이 결국 대화로 이루어지기에 대화가 교육이고, 그렇기에 사람들을 만나는 모든 순간이 교육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고, 그 말에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랑 연결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때 ‘책’이라는 답이 나왔어요.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콘텐츠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서점이었고, 이렇게 지금의 세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책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그 책에서는 ‘우리는 주문하면 바로 받고, 메일을 보내면 즉시 받아야 하는 그런 지금의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부정적인 단어로 언급을 했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일반 서점 이미지보다는 ‘지금의 세상’이라는 브랜드가 사람들 마음속에 남길 바랍니다. 책만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얻어가면 좋겠어요. 그런 제 생각을 담아 ‘지금이 세상’ 제 2막을 열었어요.
‘Quality of Life’ 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그에 맞는 콘텐츠 모임과 교육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Quality of Life’ 슬로건에 딱 맞는 책들을 읽으며 평소 가졌던 생각이나 삶이 바뀌었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제가 만든 콘텐츠나 공간이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책과 나의 대화가 나락으로 떨어진 누군가에게 삶의 빛 한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아요. "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지금의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나누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시간들을 함께 보낸 손님들과 주인장님의 사이는 사회에서 만난 딱딱한 관계가 아니라 적절한 선을 지키는 친구 같지 않을까.
"책방 오픈 후 다양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올해 하고싶었던 것은 책을 다읽지 않아도 수업을 통해서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 만큼의 대화를 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반야심경이라는 책으로 괴로움에 대해 소개를 하고 대화를 통해 배워가는 수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제일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임은 고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지금의 살롱이에요. 매번 새로운 고민을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공감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둘러 앉아 맥주와 와인,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어떨 때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게 오히려 더 쉽잖아요. 이런 모임을 통해서 힘든 생각을 떨쳐내면 멘탈이 무너지는 것을 잡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진행 하고 있어요."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지금의 세상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탐구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주인장이 말하는 지금의 세상 답다 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지금의 세상 답다는 것은 자기를 탐구하는 현대인이라 생각해요. 일상을 살아내느라 바쁘지만 그 중심에는 나와 사람이 있는 거죠.
회사에서 나와 책방을 열게 된 사람을 보며 용기있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자기 세상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를, 지금의 세상을 돌보고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저는 직장인들이 부러울 때가 있거든요.
어떤 삶도 더 멋지고 더 잘난 것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내는 삶이 최고죠."
- 지금의 세상 주인장 김현정님
우리는 빠른 변화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면 남들은 앞으로 달려나가는데 스스로는 멈춰있는 것 같고, 뒤쳐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우리에게는 잠시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럴 때 지금의 세상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이곳에서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누군가를 조금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역할을 지금의 세상은 묵묵히 해내고 있다.
<지금의 세상 주인장 책 추천>
할아버지가 자기 일기쓰듯이 쓰듯이 풀어낸 책입니다. 읽는 동안 나의 80살을 생각해보며 80살때 떠오를 추억이 뭘까? 라는 생각을 했고 80살을 잘 살려면 역시나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해준 책입니다.
지금의 세상
플라이북 에디터
한예지
dpwl10004@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