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곳
동네책방 ㅣ 책크인
연남동 골목들을 지나가다 보면 2층에 책크인이라는 서점이 있다. 계단을 올라 책방의 문을 열면, 넓게 트여있는 창으로 밝게 들어오는 햇살과 가까이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에 책방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발을 내딛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과 더불어 책방 곳곳에는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도 가득하다. 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여행과 관련된 책들이다. 책방이 주는 여유로운 분위기와 여행의 설렘을 품은 책들이 함께하는 이곳은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여행 서점 책크인이다.
"저희는 책크인이라는 여행 서점입니다. 저는 7년간 여행사를 다니다 제 여행사를 오픈해 지금은 6년차가 되었어요. 제 꿈은 책방의 모습이었지만, 우선 여행사로 시작했어요.
저희 여행사 손님들은 100% 개인 맞춤형이다보니 여행을 가기 전에도 많이 만나고 갔다 오신 후에도 교류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 공간이 일반 사무실을 넘어, 다음 여행지에 대한 영감을 주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간직하고 있었던 책방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여행 가기 전에 여행에 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자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나마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여행 아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곳엔 여행에 필요한 책, 여행에 가져가면 좋은 책, 여행에 영감을 주는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책크인 고사장님
책크인의 정신이자 본질인 여행에 걸맞는 공간과 책 구성들이 돋보이지만 그중 가장 새롭고 재미있었던 것은 책방의 이름이었다. 책과 여행의 의미를 동시에 담은 책방의 이름은 책방의 정체성을 재미있고도 확실하게 알려준다.
"처음부터 책방 이름이 책크인은 아니었어요. 저희가 이곳에 이사오기 전에는 친구와 함께 책방을 운영했어요. 그때의 이름은 ‘책방 호두’였습니다.
바꾸는 이름에는 기존 여행사와의 관계성과 의미를 모두 담고 싶었어요. 이름을 지을 때 여행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뭘까? 라는 생각을 했고 그에 대한 답이 ‘호’기심과 ‘두’려움이였어요.
여기서 각각의 앞 글자를 따와서 책방 이름이 ‘호두’가 되었어요. 저희 여행사 이름이 GO & DO 였는데 ‘두(DO)’자 돌림의 관계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함께하던 친구가 다른 일로 바빠지게 되어 온전히 제가 운영하게 되면서 이름을 ‘책크인’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이름을 바꿀 때 고려했던 부분은 책방 이름을 듣기만 해도 ‘아, 여긴 여행 책방이구나’라고 알아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여행을 시작하면 공항에서도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서도 ‘체크인’을 하잖아요. 그래서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아 책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책크인’이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
- 책크인 고사장님
책과 여행이 같을 수는 없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둘 다 새로운 시선과 경험의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책과 여행을 사랑하는 책크인 책방지기님이 바라보는 책과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저는 ‘책은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읽는 책이다.’ 라는 말을 좋아해요.
여행과 책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같아요.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가보지 못한 곳을 쉽게 볼 수도 있고, 또 책을 직접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책을 읽어주거나 요약을 해주기도 하죠. 더군다나 ‘재미있는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왜 힘들게 책을 읽냐’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자기가 직접 들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능동적으로요!
유튜브는 틀어 놓기만 하면 알아서 내용이 들어오는 것에 비해 책은 내가 주체적으로 읽어야 하는 행위여서 책을 펼치기만 한다고 해서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그게 큰 장점이 되기도 해요. 내가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글의 내용에 나의 상상력이 더해져 머리 속에는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거든요.
여행도 마찬가지로 여행 유튜브를 보면 더 좋은 면도 있어요. 영상에서는 좋은 날씨에 모든 것이 아름다운 장면들 뿐인데, 내가 직접 떠났을 때는 모든 날들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죠.
이렇다시피 내가 직접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는거죠."
- 책크인 고사장님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책과 여행, 그 모두를 담고 있는 책크인에는 어떤 책들로 사람들에게 여행의 설렘을 주고 있을까?
"이곳에 책을 둘 때에 고려하는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특별한 건 아니고, 제가 읽었을 때 재미있는 책이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책크인이 여행 서점이지만 가이드북 보다는 도시의 역사, 문화, 예술을 다룬 책이나 그곳에서 오래 머물며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시각을 담은 책같이
도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책들이 여행을 꿈꾸게 만들고 여행을 떠나려는 곳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내가 여행할 곳을 공부하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그곳은 여행자를 위한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에 여행자에게는 낯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도시에서 오래 산 사람의 수필이나 도시에 대한 역사를 알고가면
그 도시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책을 좋아합니다.
여행에 MSG를 뿌려주는 책들이요. 같은 맥락으로 와인도 좋아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여행을 가면 와인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죠. 떠나기 전에 알고 가시면 더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어요.
그 지역은 어떤 와인이 유명하고, 맛있고, 잘나가는지, 그리고 프랑스에서 어떤 와인을 시키면 식당에서 헤메지 않는지, 이런 것들을 알고가면 더 재미있잖아요.
술이나 그림, 커피나 차는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크인에는 술이나 커피, 그림과 관련된 책들도 외국에서 수입해서 비치하기도 합니다."
- 책크인 고사장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세세한 취향까지도 고려한 사장님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특히 한쪽 벽면은 와인으로 가득하다.
책과 술의 조합이 요즘에서는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여행 책과 와인의 조합이라면 글을 읽으며 떠올리는 상상을 넘어서 미각으로 그 나라를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지 않을까.
"이전에 파리를 여행중일 때,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와인을 마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책크인도 와인을 마시며 책 한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식을 파는 곳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적어도 와인 한잔을 곁들일 무언가 있고,
책을 들고 나오지 않아도 책이 있고, 책과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와인도 지역별 특징이 있다보니 함께 큐레이션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 책크인 고사장님
책크인만의 책과 와인 패키지는 인터뷰가 끝나고 구매했다. 책방지기가 직접 큐레이션한 책 1권과 어울리는 와인 1병은 귀여운 스티커가 붙은 패키지에 싸여있다. 손잡이가 있어서 실용적이기도 하다. 덕분에 가까운 지인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선물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와인을 박스에 넣고 또 쇼핑백에 담아 포장하는게 일반적인데 저는 쓰레기를 줄여보자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만든 포장은 박스이면서 쇼핑백의 기능도 겸하고 있어요. 또 보자기는 광목천인데, 다른 포장에 재활용 할 수 있고, 피크닉에서 깔아 쓸 수 있는 천이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쇼핑백을 만들지 않고 손님들이 가져다주신 쇼핑백을 사용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쇼핑백을 가져다 주시면 책크인 마일리지를 쌓아드려요.
그렇게 모인 쇼핑백에 책방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필요한 손님들이 담아가세요.
재미있는건 책을 샀는데 ‘버거킹’에 담아 가시기도 하고 ‘교촌 치킨’에 담아 가시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좀 ‘플렉스’ 한 티를 내고 싶다 하시면 백화점 봉투 를 드리고 있어요.
우리가 오래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화성이 아닌 지구에서 태어나 다양한 예쁜 곳을 보고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그렇기에 우리도 지구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책크인 고사장님
책과 여행을 시작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환경을 지키는 동네책방 ‘책크인’ 이 곳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팁들이 궁금했다.
"저희 책방에서 ‘얼리 책크인’,‘레이트 책크아웃’이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어요. ‘얼리 책크인’은 9시 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다른 손님들 없이 오롯이 혼자서 이 책방을 누리시는 거예요.
여행에서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는 것 처럼 제가 커피나 차와 간단한 토스트, 샐러드, 그리고 요거트를 준비해서 드리고 있어요.
3시간동안 책을 읽으시거나 일을 하시기도 하며 여유를 즐기실 수 있어요. 오전의 조용한 책방을 온전히 느끼 실 수 있는 거죠.
‘레이트 책크아웃’ 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이 책방 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혼자 오셔도 되는데, 다섯 분이 오시면 테이블을 세팅해 드리고 있어요.
와인이랑 간단한 핑거푸드, 그리고 매일 다른 요리 한 가지와 어울리는 책을 준비합니다. 책 이야기를 하며 그 팀만 온전히 책방을 누리실 수 있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기가 어려우니까 한 팀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 책크인 고사장님
책크인 책방지기님과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책방의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 책방을 운영하시는 고사장님이 바라보는 ‘책크인다움’은 어떤 모습일까?
"책크인은 ‘Yes Kids & Dogs’라 주말에는 강아지와 아이와 술이 함께 있어요. 제가 아이를 봐주면 아이 엄마는 앉아서 와인 마시며 책을 읽어요.
그리고 이 집 강아지가 다른 손님들이랑 어울려서 놀고 있을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서점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죠. 그렇게 되다 보니 정신이 없을 수 있어요.
이런 분위기가 좋으면 주말에,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에는 평일 오후에 오시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저희 책방은 호스텔 1층 로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오지랖이 넓은 호스텔 주인과 책과 술이 있는 공간이죠.
그리고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오시니 이곳에서 친구가 되어서 함께 놀러다니시는 분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네 친구들을 만나는 아지트가 생기는거죠."
- 책크인 고사장님
기존의 책방과는 다른 책방의 분위기와 책크인만의 독특한 유쾌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앞으로의 책크인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저는 많은 분들이 편하게 책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취미 란에 독서를 쓰면 ‘오~~ 독서?’라는 이미지인데 독서가 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쉽고 재미있는 책들도 가져다 놓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다른건 다 아껴도 책을 사는 것에는 정말 관대했어요. 제가 책을 좋아해서 인생이 잘 풀렸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저는 외롭고 힘든 순간에 도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저렴하면서도 쉽게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 방법을 더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어요."
- 책크인 고사장님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고 삶의 쉼표를 찍어주던 여행도 어려워졌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색다른 경험이 필요하다면 이곳 책크인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담긴 이야기와 한 잔의 와인을 곁들이며 지나가는 기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크인.
앞으로도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기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그 마음도 함께 가져가고 싶은 곳이다.
<책크인 책방지기의 책 추천>
알래스카는 일년 중 한 달을 제외하고 겨울시즌이다. 그들에게는 딱 한 달의 봄과 여름이 있다.
겨울을 잘 견뎌낸 사람만이 여름과 봄을 만끽 할 수 있다. 긴 겨울에 적응하고 잘 살아내서 고난한 시절을 안온하다고 느낄 즈음 짧은 봄과 여름을 만끽한다.
한 달이 지나 다시 안온한 삶을 준비하고 돌아가는 그 이야기 속에서 다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함께 곁들이면 좋은 와인>
마운트 릴리 와인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을 사람들은 충분히 누리는데
이 향긋한 와인과 함께 그 짧은 여름을 함께 누리길 바랍니다.
책크인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29 2층
홈페이지 |
@checkin_books
영업시간 | 평일 12:30~21:00 | 월요일, 매 월 둘째주 일요일 휴무
플라이북 에디터
한예지
dpwl10004@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