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우리의 아지트가
될 수 있는 곳
〔 오후서재 〕
동네책방 ㅣ 일산 대화동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주로 실내 활동을 한다. 이제 사람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어디 놀러 나가는 것은 기대보다 걱정이 가득하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럼 그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또 한 번씩은 친한 친구들 몇몇을 불러 이전처럼 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만약 오늘 소개할 책방이 우리 집 근처에 있었더라면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이곳 오후서재를 매일 방문했을 것 같다.
나른한 일상을 만끽하는 곳
오후서재는 일산 대화동에 위치한 예약제 책방 겸 독립서점입니다. 오후서재는 예약제로 자리를 이용할 수 있는 무인 공유 서재로 운영되고 있어요.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개인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찾아와 주고 계십니다. 오후가 되면 독립서점이 열려요.
잠깐 책 구경 혹은 책 구매를 하실 분들을 위해 서재 관리자인 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죠.
이름에는 ‘나른한 오후, 편안하게 찾아가는 나의 서재’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편안하게 찾아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못다 한 작업도 하는 그런 공간이요.
오후서재는 그런 느낌을 잘 담고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아침서재는 너무 부지런한 것 같고, 저녁서재는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하하
오후서재의 시작
나도 내 서재가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4인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내 방 외에 서재를 갖는다는 것이 어렵잖아요.
내 방에서 책이나 글 쓰는 작업을 하려고 하면 어느샌가 제 몸이 침대로 다시 돌아가 있더라고요.
또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요즈음,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가기 어렵고, 소수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작업실, 서재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일산 내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 글쓰기모임, 독서모임 등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서점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예약제 책방과 독립서점을 합한 오후서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오후서재가 이 공간에 생기기 전 이곳은 다육이 꽃집이였었어요. 기본적으로 화이트와 우드톤의 공간이였죠.
기존에 있는 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우드톤과 맞게 원목 가구들로 채운 다음 조명과 작은 소품들로 포인트를 줬어요.
물론 오후서재는 아직 6개월 차라, 계속해서 무언가로 채워지며 변화해 갈 거예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채워갈 것 같습니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곳
우리 오후서재는 정말 조용한 마을에 위치해 무언가 집중하고 좋은 공간이에요. 당연하지만 저도 늘 오후서재에서 작업과 업무를 하는데 집중이 정말 잘됩니다.
그런 특성을 활용해서 예약제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약제 책방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커피와 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오세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시는 분, 글을 쓰시는 분,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조용히 찾아와 머물다 가십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주민들이 찾아 주시고 계세요. 정말 가까운 곳에 사시는 번역가, 미술가, 서사 선생님 등이 오후서재에 오셔서 독서모임도 참여하시고 책도 구매하시고 있습니다.
오후서재를 즐기는 꿀팁
저희 서점에서는 멤버십 <나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서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해드립니다. 멤버십의 가장 큰 혜택은 오후서재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후서재 운영시간인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서재 관리자가 없는 시간에도 자유롭게 오셔서 작업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죠.
오후서재에서는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보드게임 번개같은 친목모임도 열리고 있어요.
동네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생기는 느낌이겠죠?
함께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시작을
책방에서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우선 독립출판 클래스<독립출판은 처음이지>를 열고 있어요. 저도 독립출판으로 <나를 데리고 수영장 가기>,
<우린 얼마나 많은 88번 버스를 놓쳤는지 몰라> 2권을 출판했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오후서재를 열기 전부터 독립출판 클래스를 진행했었죠.
이제 제가 일하고 있는 <오후서재>에서 진행하게 되어서 의미가 남달라요. <오후서재>에서 탄생한 독립출판 작가들과 그들의 책도 기대되고요.
오후서재의 또다른 모임은 성장 모임 <너의 플랜B>예요.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모임이랄까. 뭔가 해보고 싶은데 혼자선 잘 안되는 작업들이 있잖아요.
게으르고 나약한 우리들이 모여, 서로 동료가 되어 으쌰 으쌰 하는 모임이에요.
각자 개인 프로젝트를 동료들에게 소개하고 한 주동안 진행과정을 발표하면서 동료들에게 의견도 묻고 아이디어도 얻고 응원도 해주며 함께 성장하는 모임이죠.
어떤 프로젝트를 가져와도 괜찮아요. 유튜브. 제작, 창업 준비, 퇴사 준비, 글쓰기, 공모전 준비. 동료들과 함께 하다 보면 혼자 하는 것보다 착실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고 동료들의 의견에 새로운 방향성도 발견하게 되죠.
제가 <오후서재>를 처음 준비할 때부터 진행했던 모임이에요. <너의 플랜B>에 참여했던 기수의 모든 동료분들이 오후서재의 자문위원이었죠.
그래서 저도 오후서재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만들어온 것 같아요. 현재는 <너의 플랜B> 시즌2, <오후의 원테이블>로 모임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잊지 못할 순간.
오후서재 한편에 중고서적을 판매하고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모아 왔던 책 들이었는데, 집 이사를 계기로 정리하게 되었어요.
저는 더 이상 읽지 않는 책 들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지식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책 들이잖아요.
그래서 오후서재에서 소정의 금액 1,000원을 받고 판매하게 되었어요. 인문, 사회, 실용서적,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등 다양한 책들이 있었죠.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두 아이들이 오후서재를 찾아왔어요. 중고서적 코너에 있던 아동 그림책 2권을 골랐죠. 그리곤 어머니 주머니가 아닌 아이들 주머니에서 2천 원을 제게 건너주었어요.
서점을 하면서 여러 번 책을 팔았지만, 그 어떤 금액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돈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겐 2천 원이라는 금액도 큰돈이잖아요. 또 제 책이 정말 필요하고 곳을 찾아 떠나는 것 같아서 큰 의미를 느꼈어요.
서점을 하면 힘든 날도 불안한 날도 있는데 이런 일들이 하루를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
서재 관리자가 말하는 오후서재다움
초여름같이 편안하지만 활동적인 느낌! 초여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날씨의 영향 없이 편안한 상태로 무언가를 할 수 있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할 시기라 더 긴 하루를 활동적이게 쓸 수 있거든요. 거기에 이제 막 핀 어린 초록색들이 세상을 싱그럽게 만들어주잖아요. '오후서재답다'란 그런 느낌들 일 것 같아요.
또 다른 오후서재다움은 독립서점이자 공유 서재라는 점입니다. 저의 호칭도 책방지기, 사장님이 아닌 서재 관리자라는 호칭을 쓰고 있어요. 말 그대로 서재를 관리하는 사람이죠. 오후서재의 주인이 아니라는 의미죠. 하하. 오후서재는 찾아와주는 분들과 함께 공유하는 책방이자 공간입니다. 오후서재를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서재의 주인이자, 자신의 서재처럼 이용하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후서재를 찾아와주는 분들과 함께 오후서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오후서재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지역과 동네 사람들과 함께 오후서재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오프라인 공간들이 빙하기를 맞이했다. 혼자만의 공간에 더욱 들어가 있는 요즘, 책방에서 나의 세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직은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활성화되지 못하지만 코로나가 풀린 후 이곳 책방에 들어올 따뜻한 햇살과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그들의 꿈들이 기대가 된다.
이 책방은 MBTI가 I(내향형) 이든 E(외향형)이든 편하게 즐길 요소가 많으니 한번 방문하길 추천한다.
오후서재 관리자의
추천 책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펴냄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는 최근 루시엔 스트릭 전미 번역상을 수상한 김이듬 시인님이 <책방이듬>을 운영하며 일어난 에피소드와 생각을 담은 책이에요.
<책방이듬>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면 <오후서재>가 보여요. 김이듬 시인님께서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막 <오후서재>를 시작한 제가 겪을 고생들이 눈에 훤하신 가봐요. 가까운 곳에 동종업체를 차린 오후서재를 꺼림칙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제 안위를 걱정하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김이듬 시인님의 걱정과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 속 책방 이야기를 읽으며 <오후서재>는 더 단단하게 자라날 것 같아요.
〔 일산 대화동 〕
오후서재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성저로 67
홈페이지 |
@ohoobooks
영업시간 | 독립 서점 (평일, 14:00-19:00) / 공간예약가능시간 (07:00-22:00)
Editor
한예지
dpwl10004@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