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0
삶을 통찰하는
문학이 있는 곳
〔 서점 카프카 〕
동네책방 ㅣ 전주 완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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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인생의 고난을 만날 때 우리는 이야기 속으로 도망치거나 혹은 그 속에서 인생의 해답을 건져올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문학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마음까지 부드럽게 녹여줄 것만 같은 빛이 내려앉은 전주에는 우리의 삶에 통찰을 더해주는 문학 서점이 있다고 한다.
<서점 카프카>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서점 카프카>는 문학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입니다. 잘 알려진 작가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학성이 깊은 작가의 작품을 두루 소개합니다. 책 뿐만 아니라 차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점 카프카> 라는 이름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요.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담으신 걸까요?
<서점 카프카>의 이름은 이야기하신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 작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서점입니다. 그래서 서점에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처럼 인간 문명의 부조리와 존재의 불안을 통찰하는 작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합니다.
카프카의 작품을 닮은 문학들이 있는 서가라니 너무 멋진데요. 이곳의 서가도 자세하게 소개부탁드립니다.
서점의 서가에는 앞서 이야기 드린 것처럼 문학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소설, 시, 산문, 그리고 그림책이 꽂혀 있고, 소설과 시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책과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다시 읽어도 좋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주로 책방 지기가 읽고 싶은 책, 또는 읽어서 좋았던 책과 그 작가의 신작 책입니다.
낭만이 느껴지는 서재와 더불어 또 한 번 카프카의 낭만이 더해지는 부분은 오시는 분들에 전해주시는 ‘카프카 쪽지’가 아닌가 싶은데요. ‘카프카 쪽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카프카 쪽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합니다.
카프카 쪽지는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좋은 문구를 적어서 음료와 함께 배달합니다. 일종의 예고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구에는 책의 서지사항이 적혀 있어서 그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문구가 쓰여 있어서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하는 방식입니다.
서점에는 필사 테이블도 있던데, ‘카프카 쪽지’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일까요?
서점에 있는 필사 테이블은 자신에게 좋았던 문장을 써서 필사 항아리에 넣습니다. 그리고 필사 항아리에 누군가 넣은 필사 문장을 꺼내 읽고 마음에 들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가끔 어떤 한 문장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 또는 새로운 사고를 하게 돕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문장이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이 적용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문장에는 그 문장만의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필사해서 나누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문학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장을 필사 항아리에서 꺼내 읽는 분도 그 문장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순환하는 테이블입니다.
서가와 필사 테이블까지 <서점 카프카>는 이름처럼 낭만적이고 아날로그 한 느낌이 드는데요.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만드셨나요?
서점 카프카는 기본적으로 제 개인 서재를 꾸미면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와서 편하게 자신의 서재에 있는 것처럼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테이블과 의자가 책을 읽고 쓰기에 편한 높이로 모두 제작되었습니다. 카프카는 책을 파는 서점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창작 공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서재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서점이란 말에서 오시는 분들을 향한 배려가 느껴지는데요. 서점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서점이 위치한 전주에 계신 분도 많이 오시지만, 타지에서 오시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주로 음료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분, 또는 글을 쓰는 분들이 오십니다.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 대화는 서로에게 들릴 정도로 소곤소곤 대화를 하십니다.
그리고 어려운 문학 작품 함께 읽기나 낭독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잠깐 중단되었지만, 곧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읽기 모임은 프란츠 카프카 읽기 모임, 자본론 읽기 모임, 서양미술사 읽기 모임이 있습니다.
또 비건레시피공유회는 함께 비건 레시피를 연구하고 요리를 해서 나눠먹는 모임이고요, 미술 사용법 모임은 명화를 선택하여 그 명화를 따라 그리면서 명화를 그린 작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정말 다양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전주에 있는 동네 서점들과 전주 동네 책방 문학상을 2회째 함께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시작하시게 된 걸까요?
시작한 계기는 문학상이 대부분 출판사 중심인데, 책방과 작가, 그리고 독자가 함께 하는 상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주동네문학상에 투고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책방의 손님이면서 독자이십니다. 그래서 문학상을 통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로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은 실제로 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 자체가 서점과 독자를 이어주는 새로운 형식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상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서점 카프카>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서점은 하향 사업입니다. 많은 서점이 생기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서점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많은 서점이 사라지겠지만 남는 서점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 책의 물성을 직접 만지고 책장을 넘기며 책을 선별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많은 책이 전자책으로 변하고, 새로운 유통구조가 발명되더라도 말이죠.
인간은 분명 관계의 동물이고 직접 얼굴 대면하고, 대화를 하고, 물건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 경험하는 부분이 큽니다. 이런 경험이 많은 부분 인간성을 형성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인간성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서점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로 서점을 상품으로 만들 것인가, 작품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상품은 소비되어 사라지거나 대체 가능하고, 작품은 보존되어 불멸합니다.
하지만 자본 사회에서 상품으로 소비되지 않으면 보존을 말할 수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더 상품으로 변합니다.
전국에 있는 동네 책방들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점점 비슷해집니다. 비슷한 모임, 비슷한 기획, 비슷한 굿즈, 똑같은 책! 비슷함을 넘어 똑같아지는 것 같아요.
카프카도 재생산하고 반복하는 상품이 되었습니다. 카프카가 사라져도 비슷한 서점이 있기에 대체 가능합니다! 흔적과 상속이 없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차이를 만들려도 노력합니다. 누구나 따라 하고 쉽게 재생산되는 것은 차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차이를 통해서 더 오래 서점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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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고,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서점 카프카, 어느 날 문득 인생에 물음이 생길 때, 문학과 사람을 사랑하는 책방 지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에서 오늘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Editor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책방지기의
추천 책
유목민 호텔
세스 노터봄 지음 | 뮤진트리 펴냄
언제부턴가 저는 여행서를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설레면서 펼쳤던 여행서가 이제는 바로 덮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이국적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과 정말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싶을 과장된 언어들로 조약 하게 묘사된 여행지. 그리고 몰래 찍은 듯한 외국인들의 옆모습. 그 모든 것이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훔쳐보기, 또는 엿보기로 보였습니다.
사실 여행은 훔쳐보기와 엿보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예민하고 섬세하기에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색이 없는 훔쳐보기는 “거기 가봤어, 별로던데”, 같은 평만 남게 됩니다.
저에게 여행은 대화입니다. 훔쳐보지만, 결국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우물쭈물하는 것이고, 결국 말 한마디 건네면서 수줍게 소통하는 것입니다. 여기 사진 한 장 없는 여행기, 수줍게 말을 건네는 여행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깊은 사유와 여행지와의 대화로 가득한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적이죠. 언어유희가 많다는 말이 아닙니다. 저에게 문학적이란 표현은 자기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질문이 많은,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일으키는 글들의 향연입니다.
주변 풍경은 온갖 색채를 띠는데 명랑한 색만 없다. 날카로운 톱니 같은 산들이 그 위에 얹혀있고,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로이 형벌이 시작된다.
역사의 텅 빈 대합실. 도로를 따라 이따금 자동차의 잔해가 처량하고, 저 멀리서 가축 떼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햇볕에 그은 남자가 길섶에서 손을 뻗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운전사는 차를 세우고 그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나는 풀섶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 바스러지는 풀의 줄기를 꺾는다. 줄기 안에 든 즙에서 흙내가 난다. 불모의, 한없이 오래된 냄새다.
215p
책의 일부분입니다. 유목민 호텔을 읽으면 가보지 못한 여행지가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독서 자체가 하나의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코로나로 여행을 가기 힘든 시기입니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를 추천합니다.
〔서점 카프카〕
◦ 위치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32 2층 카프카
◦ 인스타그램 |
@bookstore_kafka
◦ 영업시간 | 수-일 12:00-21:00 | 월,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