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1
아직 쓰이지 않은 우리들을 위한 아지트
〔 언리튼 unwritten 〕
동네책방 ㅣ 대전 대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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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틈에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질 때, 우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선다. 취향에 맞는 음악과 적당한 조도, 그리고 분위기가 있는 곳, 그렇게 그곳을 아지트 삼아, 복잡한 일상에서 살아갈 힘을 다시 채워나간다. 대전의 한 골목에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자유와 휴식을 선물하는 책방이 있다고 한다.
<언리튼>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언리튼은 대전 대사동의 한적한 골목 한쪽에 자리 잡고 있어요. 서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곳이지만 저에게는 제 삶의 방식을 구현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그리고 손님들에게는 타인이 아닌 자신과 더 깊이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언리튼>이라는 이름이 독특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우리는 모두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 생각에서 ‘쓰이지 않은, unwritten’이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지었어요. 이건 제 삶의 철학이기도 해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공허함이나 불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사실 때문에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내 삶이라는 ‘아직 쓰이지 않은 책’에내 손에 쥐고 있는 펜으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든 쓸 수 있는 거죠.
저는 이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저는 이 공간에서 제가 선택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제 이야기를 채워가는 중이에요. 그리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도 여기에서 만나게 될 사람과 책, 사유, 생각 나눔 등을 통해서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작은 단서 하나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모두 자기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 안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유로운 자신의 발견’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언리튼>의 서가도 그 의미를 고스란히 담은 것 같은데요. 서가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저희 서점 서가는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을 모아놓은 제 개인 서재, 다른 분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공유 서재, 특정 주제를 정해 책을 소개하는 테마 서재 이렇게 세 범주로 나뉘어 있어요.
제 개인 서재에는 제가 직접 읽고 경험해 본 책 중에서, 독자에게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주로 철학, 심리학, 과학 관련 책들이 있어요.
공유 서재에서는 참여해 주신 분들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들을 그 책과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테마 서재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보고 싶은 책들을 테마별로 구성해서 소개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페미니즘, 명상, 반려동물 등이 있는데 앞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와 책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에요.
정말 다양한 책들이 알차게 있는 서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중에서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유 서재 '이야기가 머무는 방’이 인상 깊은데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제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책으로부터 많은 도움과 영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어떤 책들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생겼고 그때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개인 서재에 그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책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졌고 그 책과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공유 서재를 시작했어요.
이렇듯 언리튼의 공유 서재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책을 그 책과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는 책장이에요. 언리튼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있는 링크를 통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신청해 주신 분에게는 책과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책장 한 칸을 일정 기간 동안 분양해 드리고 있어요.
공유 서재의 다른 이름은 ‘이야기가 머무는 방’이에요. 사람과 책, 그리고 이야기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뜻을 담았어요. 이 공유 서재를 통해서 누군가 책으로부터 얻은 좋은 생각과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공유 서재는 서로를 연결하는 언리튼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공간인 것 같아요. 공유 서재와 더불어 ‘unwritten story_'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을 통해서 함께 고민하는 부분도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 상담에 관심이 있어 관련된 책을 즐겨 읽기도 하고 대학교에서 전공도 했어요. 그리고 한동안 그와 관련한 연극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건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그건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요.
한편으론, 꼭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도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우린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자신의 문제를 직시할 용기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을 시작했어요. 온라인으로 고민을 받아보기도 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고민을 듣고 나서 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후 제 생각을 전달해 드리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해 드리기도 해요.
함께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언리튼은 정말 온기로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을 만드실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실까요?
일상에서 우리의 마음은 바깥을 향해 있을 때가 많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항상 무언가를열심히 하고 있죠. 이곳은 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시간을 경험하는 곳이길 바랐어요. 자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열심히 하던 무언가를 잠시 멈출 수 있는 곳, 타인이 아닌 자기와 더 깊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긴장으로 굳어있던 근육과 생각이 느슨해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했어요.
잔잔한 음악, 서로 적당히 떨어져 있는 자리, 따뜻한 느낌의 향기와 조명 등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공간이 추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각자의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서점의 모든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고 있고 순간 떠오른 영감을 적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노트를 준비해두기도 했어요.
이야기하신 것처럼 오롯한 사색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테이블에 있는 노트도 언리튼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거 같은데, 이것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신다면?
손님들이 책을 읽다가 문득 마음에 닿는 글귀를 만나거나 사색을 하다가 좋은 영감이 떠올랐을 때 혹은 그냥 아무 이야기나 적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노트와 필기도구를 마련해뒀어요. 많은 사람들의 다른 듯 닮은 이야기들이 계속 쌓이고 있는데요. 읽다 보면 공감이 가는 글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진심 어린 글에 감동과 위로를 얻을 때도 있어요. 꽉 채워진 노트는 한곳에 모아두고 있는데 저희 서점의 여느 책 못지않게 재미를 주는 책과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그럼 주로 책과 함께 혼자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이 찾으시나요?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이곳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규칙을 정해놓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이곳을 불편해하는 분도 많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그런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곳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이 공간만의 분위기와 시간을 즐기러 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책을 읽거나 조용히 사색을 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길 원하는 그런 분들이죠.
어느 날 저녁, 그날 모든 자리에 손님이 계셨는데 각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듯 보였어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인지하고 배려하며, 저마다 자유롭고 모두가 조화롭게 있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머릿속에 그려보고 마음속에 바라던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진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찼어요.
머릿속에 그려보았던 장면을 만나는 경험은 언제나 멋진 거 같아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서로 조용한 연결을 이어가고 있는 거 같은데, 직접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통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도 있나요?
저는 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했는데 그건 독서 모임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해요. 이곳을 시작하기 전부터 오랜 기간 운영해오던 독서 모임을 여기에서도 이어가고 있어요. 주로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요. 예를 들면 존재와 삶에 대한 의미, 삶의 태도, 사랑, 타인과의 관계 등이 있어요.
<언리튼>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책방 지기님이 생각하시기에 <언리튼> 다움이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리튼은 보통의 서점이고 카페이지만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이 공간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유행을 따르거나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기보다는 이곳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평범하지만 고유한 언리튼만의 분위기가 있어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와 이곳 언리튼의 존재 방식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이곳만의 정체성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이곳의 분위기와 결을 같이 하는 분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들러서 즐길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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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언리튼. 평범하지만 고유한 그 분위기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언젠가 일상에 쉼표가 필요하거나 오롯한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한 날이 있다면, 서로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머무는 언리튼을 만나보길 바란다.
Editor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책방지기의
추천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최근에 ‘이 책을 보라’ 코너에서 소개했던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주도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우리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어요.
제주도를 즐기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저는 제주도에 가면 주로 한라산에 오르거나 우도에서 며칠을 보내다 오곤 했어요. 모든 생각을 멎게 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고요한 평온함이 좋아서 종종 가게 돼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도에 대해 전에는 없던 관심과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다음 여행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땅을 딛고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제주도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분명 조금은 다른 여행이 될 거예요.
〔언리튼 unwritten〕
◦ 위치 | 대전 중구 대흥로10번길 35 1층
◦ 인스타그램 |
@unwritten.people
◦ 운영시간 | 운영시간 : 11시-20시 |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