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4
그림책으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공간
〔 리틀소호 〕
동네책방 ㅣ 서울 송파구 장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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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을 좋아했던 이유가 있었다면, 그곳에 있었던 팝업 그림책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그림책을 경험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책으로 새로운 경험, 그 경험으로 지루한 일상이 즐거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은 어른이 된 지금도 선명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 번의 즐거운 독서 경험이 독서가를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경험, 그 자체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은 별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숨겨진 반짝임을 찾는 것과도 같다. 이렇게 반짝거리는 독서의 즐거움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특히나 미래의 독서가가 될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더욱더 중요할 것이다.
서울의 한 골목에는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림책 서점이 있다고 한다. 교육과 지식의 목적을 넘어 독서, 그 자체로 즐겁고 자유롭게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서점, ‘리틀소호’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리틀소호>를 소개해 주세요.
리틀소호는 외국계 기업의 평범한 워킹맘이었던 4살 아이 엄마가, 아이를 위한 그림책 원서를 마음껏 접할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손수 꾸린 작은 책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남 미사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그림책 서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하남 미사와 송파위례 두 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말 그림책보단 원서 그림책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송파 위례점은 라이브러리로도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어보고 새 책 구매가 가능합니다.
항상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아이들이 안 읽는 실패를 방지하고자(웃음) 아이들이 직접 책의 그림, 촉감까지 만져보고 책을 고를 수 있는 도서관과 서점의 기능을 함께 하고 있어요.
원래는 외국계 대기업에 근무하시다 ‘리틀소호’를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직장을 떠나서 ‘리틀소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아이가 생기고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와 내가 둘 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육아 휴직 기간 동안 평소 좋아하던 그림책을 공부하며 TESOL(국제 영어 교육 자격증)을 시작했는데, 그중 스토리텔링 수업 과정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림책은 제가 유학 시절부터 항상 좋아해 오던 것이었고, ‘우리 아이와 나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 사업이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결심한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신 만큼 이 공간을 시작하고 많은 것들이 바뀌셨을 거 같아요! ‘리틀소호’를 열고 일상에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코어 하게 일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일로 채운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된 점이에요!
저는 사실 회사 생활도 꽤 좋아했고, 보람도 많이 느꼈었는데, 어쨌든 조직이라는 곳은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곳이다 보니 항상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리틀소호를 시작하고 일하는 시간은 더 늘어났지만, 그래도 일을 할수록 에너지를 받는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또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제가 일할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부분도 큰 변화 중 하나예요.
앞서 얘기 주셨던 것처럼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공간의 이름, ‘리틀소호’에는 어떤 의미를 담으신 걸까요?
많은 분이 뉴욕 ‘소호’ 거리를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런던의 소호 거리에서 따왔습니다.
책방을 시작하기 전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소호 거리를 가장 좋아했어요. 런던 소호 지역은 과거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곳이래요. 그래서 지금도 런던에서 손꼽히는 힙하고 트렌디한 곳 중 하나입니다.
제가 꾸리는 공간은 그런 소호 거리의 자유로움을 닮았으면 했어요. 메인 스트리트의 반짝이는 유명 백화점들을 피해 소호 뒷골목으로 딱! 들어서는 순간, 하나하나 모두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숍들이 모여있거든요.
저희 아이를 포함해, 리틀소호를 다녀가는 아이들도 런던 시내 메인 스트리트의 각 잡히고 정형화된 번쩍이는 백화점들보다, 뒷골목 소호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공간들처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하는 그런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런던의 소호 거리에서 영감을 얻으셨다니 정말 멋지네요. 그곳의 자유롭고 예술적인 느낌이 로고나 공간에서도 느껴지는 거 같아요! 이 공간을 만드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아이들과 부모 모두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키즈 카페, 키즈 라이브러리를 가면 너무 아이 중심적이어서 부모님들이 즐기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뛰어다니거나 시끄러운 공간이 아닌 그림책에만 집중할 수 있고, 부모님들도 차분하게 아이들과 책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되자!라는 목표로 편안한 우드와 화이트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앞서 말씀해 주신 철학을 그대로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거 같아요! 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책들이 많아서 정말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리틀소호’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그림책 원서는 대부분의 서점과 도서관에서 AR 지수*로 구분 짓고는 해요. 예를 들면 AR3점대, 5점대 이런 식으로요. 리딩 레벨이라고 보면 되는데, 글을 읽고 학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책을 고르기에는 아주 유용한 툴입니다.
하지만 리틀소호는 AR 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림책의 주제와 테마별로 구분해요.
AR 지수로 도서를 구분 짓는 순간 아이와 어머니 모두 그림책을 영어 학습 도구, 즉 교재로 인식할 것 같아서였어요.
리틀소호에서만큼은 아이들이 AR지수와 상관없이 그림책을 ‘작품’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는 그림책에서만큼은 ‘너한테 이 책은 너무 어렵지 않니?’ 혹은 ‘쉽지 않니?’라는 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른들도 그림책 보면 안 되잖아요.(웃음)
*AR지수
: AR(Accelerated Reader)은 미국 르네상스 러닝사가 미국 학생들의 읽기 수준을 학년 수준으로 분류해놓은 지수. 17만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도서를 분석하고, 해당 도서를 읽은 3만여 이상의 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만듦.
얘기 주신 것 처럼 ‘리틀소호’는 책을 고스란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것과 더불어 책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리틀소호는 서점이자 도서관이지만,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그림책 원서를 읽고 책과 관련된 크래프트를 즐기는 ‘스토리텔링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중언어 선생님이 영어로 그림책을 읽어주시는데, 일방적으로 글을 읽는 것이 아닌 그림을 함께 감상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요즘은 리추얼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강연자분들을 초청해 북토크,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 고르는 법 등의 주제가 있었고, 곧 제가 직접 진행하는 성인을 위한 그림책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원서 그림책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부모님이 칼데콧 수상작이나 AR지수를 참고해 인터넷으로 그림책을 구매하시는데, 막상 비싸게 주문한 그림책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민을 자주 접했어요.
그런데 리틀소호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읽어 주문한 책은 집에서도 같이 읽어달라 한다며 신기해하시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수상작이나 AR 지수도 그림책을 ‘교재'로 본다면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대할 땐 그런 것들보단 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거든요.
‘리틀소호’는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곧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지기님의 ‘리틀소호’다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리틀소호’다움에 항상 품고 싶은 두 가지는, ‘어린이와 어른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 ‘그림책을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간은 언제나 너무 어린이‘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리틀소호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림책은 성인들에게도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책이거든요.
이 곳에서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각자에게 맞는 책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시에 원서 책을 다루다 보니, 그림책을 교재나 도구로서 다가가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실제로 레벨테스트나 책의 난이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림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에 아이와 작품을 감상하러 갈 때 벽에 걸려있는 작품을 이건 우리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작품, 쉬운 작품으로 나누지 않잖아요?
그곳에 존재하는 그림을 아이의 눈에 맞게 해석하는 것일 뿐이죠. 리틀소호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더 자주 했으면 합니다.
온전히 책을 즐기게 하는 ‘리틀소호’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그림책을 소재로 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부터 영국인 연극 선생님과 그림책을 즐기는 세션도 진행하고 있고, 어머님만을 위한 그림책 강연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지역에서 리틀소호의 브랜드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과 그림책을 작품으로 보는 공간'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가는 일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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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공간이라는 말은 참으로 꿈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틀소호는 그 생각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언어를 넘어 독서 그 자체로서의 즐거움, 그리고 발견과 성장을 돕는 서점,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곳. 언젠가 독서의 즐거움을 찾고 싶거나 자라나는 아이에게 자신만의 독서, 그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주고 싶다면 아름다운 그림과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한 리틀소호를 찾아보길 바란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Erin Stead, Philip C. Stead 지음 | Neal Porter Books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