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6
계절의 온도가 고스란히 담기는
다정한 공간
〔 라비브북스 〕
동네책방 ㅣ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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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따스한 햇살에 목말라지거나 추운 겨울 눈이 내려앉은 겨울 풍경이 그리워질 때는 창이 큰 카페를 찾아가게 된다.
그런 것들이 그리워질 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므로, 그 신호를 지나치지 않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곤 한다.
그 시간 동안에는 창에 가두어진 그날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따라 흘러가기 바빠지다 보면 잊고 지내는 것들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일산에 자리한 이곳 라비브북스도 그런 마음이 들 때 찾으면 좋은 곳일지 모르겠다.
커다란 창과 잔잔한 음악 고요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내려앉은 이곳. 오늘은 계절의 온도와 풍경이 고스란히 담기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라비브북스’를 소개해 주세요.
일산의 한적한 동네에 자리한 커피와 공원이 있는 서점, 라비브북스입니다. '라비브,raviv’는 히브리어로 ‘단비’라는 뜻입니다.
이곳을 찾아 주시는 분들께 반가운 비, 기다렸던 비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해갈되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지은 이름입니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큰 창에서 마음이 해갈되길 바라는 공간이라는 말이 더욱더 진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시작한 계기와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 속에서 ‘책이 있는 공간’을 그려보게 되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자는 다짐과 함께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만들 때는 안에서 밖을 바라보았을 때의 풍경이 좋은 공간, 머무르기 좋은 공간을 바랐습니다.
큰 창 너머의 두루미공원을 통해 변화하는 계절을 느끼며 이야기가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고요한 음악과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있었으면 해서 책을 준비하는 것만큼 정성을 들여 같이 준비하였습니다.
얘기 주신 것처럼 이 공간의 모든 것들이 계절의 변화와 이야기가 담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더불어 이곳에 있는 책들도 너무 궁금해집니다. 라비브북스의 서가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나요?
누구나 한 권쯤 고를 책이 있는 동네 서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의 깊이와 넓이를 두루 고려합니다.
취향의 결은 있겠지만 인문, 소설, 에세이, 시뿐 만 아니라 그림책과 요리책, 취미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담은 책들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책방지기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나 인상 깊은 책이 있으시다면 어떤 책일까요?
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몇 해 전 제주의 책방을 담은 책 한 권을 들고 우연히 책방 여행을 했는데 그 섬에서 담아온 책이에요.
작은 책방과 그 안에 우연히 모여든 사람들이 함께하며 서로를 치유해가는 이야기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우연들도 그런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꿈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방에 모여든 우연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니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데요.
라비브북스에 모여드는 우연들도 궁금해집니다. 이곳에는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오시나요?
처음의 기대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오십니다. 할머니와 손자, 부부와 아기, 부모와 자녀, 친구들, 연인들… 앉아 계신 풍경이 다채로워요.
그래도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작업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가끔 서점에 오셔서 서로 몰랐던 분들이 친구가 될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책방을 이어가면서 뿌듯한 순간인 것 같아요.
눈 인사가 손 인사가 되고 주고받는 안부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늘 산책하며 들어오시는 산책자 선생님은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면 빵을 하나씩 사주곤 하시는데, 그때 오가는 따뜻한 마음들이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따뜻한 마음이 이어지는 경험이네요. ‘라비브북스’가 가진 온기가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도 내려앉아서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을 새롭게 찾으시는 분들에게 ‘라비브북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팁을 소개해 주신다면?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에 닿는 책을 발견하기, 커피와 함께 책을 즐기기, 창을 향해 앉아서 풍경 바라보기를 추천드려요.
네 명의 큐레이터들이 주제를 함께 정하고 3-4주 간격으로 작은 기획 서가를 열고 있어서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문을 여는 시간 동안은 한결같은 공간을 누릴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을 더 우선으로 하고 있어서 자주이지는 않지만 간헐적으로 북토크가 열리기도 합니다.
‘라비브북스’는 자신만의 온도로 찾아오시는 분들과 고요하지만 다정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책방 지기님이 생각하시는 ‘라비브북스’다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라비브는 어린이도, 강아지도, 어르신도 환대합니다. 서로의 차이에도 자연스레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책방, 정말로 동네에 있는 책방이라는 점이 라비브다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라비브북스’는 어떤 책방이 되고 싶으신가요?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에 있는 공간, 예상 가능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든 찾아가 쉬고 싶을 때 기대했던 모습으로 있어주는 서점이 되려 노력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라비브의 서가는 쉼 없이 발전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좋은 책들을 발굴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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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결같이 같은 모습으로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비브북스’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게 되더라도 왠지 그대로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 계절이 담기는 창, 그리고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온기, 그날의 마음을 채워줄 책까지.
모두. 언젠가 계절의 이야기와 지나친 일상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당신도 이곳을 만나보길 바란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그림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특별한 이유 없이 멀어져 간 사람들, 나의 한 시대를 함께 걸어간 이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상에 밀려서 흐려진 존재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림을 따라가며 잊었던 용기를 꺼내고 나면 ‘넌 참 용감한 아이’라는 다정한 칭찬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면 정말로 용감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그림책 속 한 장 한 장의 그림들은 오래 들여다볼수록 아름답고, 숨겨진 작은 존재들을 찾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의미 있게 남을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