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7
온전한 몰입을 위한 공간
〔 공간과몰입 〕
동네책방 ㅣ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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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동네마다 작은 서점들이 많아지면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많아졌다. 나 또한 처음 독립출판물을 접하게 된 곳이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였다.
책 한 권마다 저마다의 색과 이야기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서울 혜화에는 이렇게 독립출판물들의 매력을 찾아내 빛을 더하는 서점이 있다고 한다.
모두 각자의 모습으로 탄생한 책들을 만나는 신선한 경험,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서점 ‘공간과몰입’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공간과몰입’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공간과몰입이라는 이름은 특정 주제에 ‘과몰입’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어요.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도 저희(책방지기)가 몰입할 공간이 필요해서였어요.
책을 읽고 여러 작업을 할 공간이 필요해서 구했는데, 막상 구하고 보니 손님을 받고 같이 몰입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어서 독립서점으로 탈바꿈했죠.
지금도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는 저희가 일기도 쓰고, 독서도 하면서 저희의 몰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몰입을 지향하는 공간이라니 독특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공간과몰입’라는 이름에도 그 의미를 담으신 걸까요?
공간과몰입은 첫 번째 의미로는 ‘공간과 몰입’으로 공간 안에서의 몰입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두 번째 의미로는 ‘공간 과몰입’으로 한 대상에 과몰입하는 것을 지지하는 공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 그런 이중적인 의미로 읽힐 수도 있겠군요? 서점에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겠지만, 그중 몰입, 특히 과몰입을 중점으로 두신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의 일상에서 자기만이 과몰입하는 주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선 저와 에디터님 같이 평범한 사람도 책을 쓸 수 있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장선으로 “덜 가치 있는 주제, 더 예술적인 주제”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책을 들여올 때도 그 기준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미 책방 이름만으로도 이곳의 책들이 궁금해지는데요. ‘공간과몰입’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저희 서점은 사소하더라도 특정 주제에 ‘과몰입’한 독립출판물을 우선으로 받고 있어요.
손님들이 종종 “아니, 이런 걸로도 책을 만든단 말이야?”라고 놀라시곤 하는데,
저희는 그런 조금 독특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무언가에 몰입하고 책까지 만들어내는 창작자분들을 존경하거든요.
또, 이런 책을 읽어보고 손님들이 사소하지만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도 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시기도 하고요.
저희는 모든 손님이 사소하게 과몰입할 만한 주제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립출판물 다음으로 많은 분야가 바로 소설인데요. 소설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읽고 좋았던 책 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을 전시한 코너와 함께,
주변에서 추천받았거나 좋아하는 작가분의 신간 등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책을 전시한 코너가 있어요.
저도 북큐레이터로 일을 하면서 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과 실제 서점에 진열할 책을 고르는 건 비슷하지만 참 다른 결정임을 느꼈어요. 책을 선정하시며 재미있는 경험이 있을까요?
사실 잘 팔리는 책을 예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연극이나 희곡 공연이 많은 대학로라 “희곡 책이 더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들여놓은 희곡집은 한 권도 나가지 않았구요.(웃음)
오히려 ”이 책이 과연 팔릴까..?” 싶은 마음으로 들여온 독립 출판물들이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서, 잘 팔리는 책보단 우리 서점에 어울리는 책을 들여놓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뭔가 이곳은 이곳에 자리한 책만큼이나 공간 또한 독특하다고 느껴지는데, 이 공간을 만드실 때 특히 고려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크게 두 가지 요소를 신경 썼는데요, 하나는 어떻게 편하게 책을 읽는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 다른 하나는 공간의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였습니다.
작은 공간이다 보니 손님이 저희 눈치를 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커튼으로 공간을 분리했어요.
그리고 빨강, 노랑, 파랑의 색을 중심으로 소품과 배치했는데, 개성 강한 책들이 색을 잃지 않고 공존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뜻을 담은 인테리어입니다.
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Dark side of the book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표지를 의도적으로 가리는 배치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예정이에요.
지금은 일기를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많은 분들의 일기를 모아 재미난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배치하는 데에도 많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하신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네요. 이곳에 몰입할 수 있도록 오시는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런 공간적인 경험과 더불어 ‘공간과몰입’ 을 더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도 있나요?
저희는 공간과몰입 안에서 손님분들과 저희가 함께 몰입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프로그램과 행사도 이에 맞춰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참여하신 분들과 다 같이 20분 내외로 프로그램과 어울리는 글을 완성하는데요.
예를 들어 <아가씨와 빵> 시집을 낸 심민아 시인과 함께했던 다 같이 동네에 있는 맛있는 빵을 사 오고, 빵과 관련된 시와 소설을 함께 읽고, 빵에 대한 글을 쓴 <빵 먹고 글쓰기> 프로그램이 있었고요.
<유령의 마음으로> 소설집을 낸 임선우 소설가와는 다 함께 비밀을 쓰고 미니 화로에 태우고 속닥속닥 대화를 나누는 북토크로 <유령의 마음으로 속닥속닥 페스티벌>도 진행했어요.
찾아오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데요.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뿌듯했던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하나를 꼽기 참 어렵지만, 공간에 영감을 받아 직접 쓰신 책을 들고 오실 때가 가장 보람찬 것 같아요.
서점을 방문하셨다가 책을 써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어 가시는 경우도 계시고, 직접 쓰신 독립 출판물을 수줍게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오시는 분들에게 공간의 의미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서점을 연 초반과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으실까요?
사실 초반엔 ‘그래도 서점 주인인데 일주일에 00권 정도는 읽어야 되지 않겠어?’ 하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부채 의식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마음으론 제가 오랫동안 이 일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SNS 콘텐츠도 초반엔 날짜를 정해 올렸다면 요즘은 자주 올리는 것보단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얘기하신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이어가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한데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두 분께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저희 둘 다 일상에 기대감이 생겼어요. 서점을 하며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느낌이에요.
3년 뒤 우리 서점은 어떤 공간이 되어 있을까를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고 또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매일이 기대감으로 채워지는 일상이라니 정말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공간과몰입’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 ‘작은 공간'과 ‘가식 없음'입니다.
초반에는 서점 확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작은 공간만이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작은 공간임에도 오래 머물러 주시는 분들은 저희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찐!' 팬분들이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취향과 색깔을 더 짙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또 두 번째로는 책 선정에 있어 주제에 대한 가식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더 가치 있고 예술적인 주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소한 주제로도 책을 쓸 수 있어?’라는 마음이 들 수 있는 책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두 분의 취향과 색깔이 담긴 이곳의 내일이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 ‘공간과몰입’은 어떤 책방이 되고 싶으신가요?
저희 서점의 메시지를 공간에 더 녹여낼 수 있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책에만 한정 짓지 않고 영화 상연, 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넓혀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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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공간과몰입’의 작은 공간이 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 생각해 보니 밝고 매력적인 에너지는 두 책방지기의 진심과 열정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공간은 그 공간을 꾸려가는 사람을 닮는다고 한다. 책 한 권이 놓여있는 서가, 책을 만나는 이들을 배려한 작은 메모까지 곳곳에 책방지기들의 좋은 에너지가 스며있다.
언젠가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 두 책방지기들의 진심 어린 열정이 담긴 이곳을 찾아보길 바란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먼저 ‘아이폰 메모로 만든 책'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
이 책은 저희 서점지기 ‘영'님이 만든 책인데, 아이폰 메모에 담긴 일상을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책입니다.
사실 메모장에 굉장히 라이트 한 글만 쓴다는 편견이 있는데 굉장히 사적인 일기와 메모들이 엉켜있는 곳이라 생각하거든요.
일반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라 더 개인적이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