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9
책을 통해 그저 재밌게 노는 곳
〔 서촌 그 책방 〕
동네책방 ㅣ 서울 종로구 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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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책을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누군가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을 책과 함께 보내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면 책, 그 자체의 재미보다는 책을 읽는다는 경험의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책과 멀어진 채 살아가지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 서촌, 작은 골목에는 오랜 시간 이와 같은 질문에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고 있는 서점이 있다고 한다. 책의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하고,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해 줄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촌 그 책방'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촌 그 책방은 한옥에서 한글 저자의 책만으로 꾸린 공간입니다. 달그락달그락 읽히는 번역 투나, 한국 정서와 다른 번역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외 생활을 하며 느낀 ‘한글책'에 대한 갈망이 투영된 곳이기도 합니다.
기자, 독서 강사, 도슨트 등 여러 직업을 오가며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가져왔어요. 습관의 문제일까, 취향의 문제일까 여러 고민을 해보았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아직 미치도록 재밌는 책을 만나지 못해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글책만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요즘 세상에 한글만 고수한다니, 무슨 국수주의자인가? 라는 애정 어린 조언을 여러 번 들었지만, 우리글의 맛은 한글 저자가 제대로 살린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과 재미있는 독서 모임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서촌에 조용한 골목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글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공간이라니 정말 멋지네요! ‘서촌 그 책방’이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으신 걸까요?
서촌 그 책방에 ‘그’는 사실 지시대명사의 it이나 the의 의미보단,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처음 책방을 시작한다고 할 때, 주변에 정말 많은 지인이 반대했습니다.
여러 의견들을 마주했지만,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 ‘그'라는 활자를 넣었습니다.
독서 강사로 일하며 항상 책 읽는 사람들을 모아 더 큰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고, 나를 초청하는 단체나 기관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나만의 색채가 가득한 책을 선정하고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서촌 그 책방'은 그런 바람을 담은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얘기 주신 것처럼 이곳에는 책방지기님의 색채가 가득한 책들이 가득한 것 같아요. ‘서촌 그 책방’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재미'라는 것이 참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저에게 재미있는 책이란 매끄러워 읽는 데 불편함이 없고, 문장과 문체가 재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의 사회와 시간을 잘 담고 있는가’ 정도가 될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건 한국 저자의 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글책 중 제가 읽어본 책들만 들여놓고 있습니다.
한글 저자가 쓴 한글책이 가득해서인지 몰라도 이곳에 있는 책들은 한옥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국립 중앙 박물관, 경복궁 박물관 등에서 도슨트로 여러 해 일하며 한옥에 대한 애정이 커졌어요.
또한 한글 저자만의 책을 들여놓으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을 생각을 하니, 한옥만 한 장소가 없겠다 싶어 이곳 서촌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서촌 그 책방은 독서 모임으로도 참 유명한 공간이라 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어떤 모임들이 진행되나요? 그 밖에도 진행되는 것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서촌 그 책방의 독서 모임은 단순히 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는 모임입니다. 주인공은 독자인 나의 느낌이지요.
독서 모임은 서점 문을 연 이후 5년간 끊임없이 진행해왔으니 사실 책방은 부캐이고 독서 모임이 본캐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저에게 독서 모임은 일종의 포틀럭 파티 같아요. 저는 그저 테이블을 제공하는 기획자이고, 각자가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냄비에 가득 담아오는 파티의 장인 거죠.
정기적인 독서 모임 이외에 작가와의 만남, 서촌 책방 공모전 등 다양한 모임과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목표는 언제나 ‘책을 매체로 재미있게 놀다 가는 것!’입니다.
운영하시면서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시는 거 같아요. 특히 책으로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이곳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책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는 순간에 뿌듯함을 느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혼자서도 편한 사람들이 같은 책을 손에 들고 이곳에 모여 ‘왜 이 책에 공감하는지’, ‘나에게 그 문장이 왜 와닿았는지’를 열렬하게 뱉는 그 순간을 너무 좋아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첫 모임에서 침묵을 지키던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보람을 느껴요. 듣고만 있어도 되냐고 묻는 분 중 정말 경청'만’을 위해서 모임에 오는 분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를 할수록 영남님의 에너지와 서점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던 특별한 동력이나 장점이 있으실까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뭔가를 결정하면 큰 고민 없이 시도해 봤던 경험들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오랜 해외 생활의 영향도 있을 테고,, 한 가지만을 꼽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이 모여 이 자리에 오게 되었음엔 변함이 없죠.
가장 중요했던 동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라는 마음이었어요. “살아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가 시켜주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이루어줄까?” 하는 생각이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저는 항상 결정을 내릴 때 갈팡질팡하는 습관이 있는데, 너무 와닿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 서촌 그 책방’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가장 큰 중점을 두는 건 역시나 ‘재미'입니다. 독서 모임과 서점에 오는 모든 분이 책을 재밌게 느꼈으면 해요.
또한 한국 저자의 큐레이션을 유지하는 것도 저희만의 색깔일 것 같아요. 해외 생활을 하며 서점을 갈 때마다 번역서가 1/3이 채 안 되는 서가를 보며 우리나라 서점에 번역서가 과도하게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어권 책은 독자의 시장이 크지만, 한국어 책은 우리 한국인들이 읽지 않는다면 그 언어의 맛을 고유하게 느껴줄 독자가 많지 않죠.
같은 의미로 저희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번역서보단 한글 저자의 책을 더 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서촌 그 책방’에서 새롭게 기획하는 활동들이 있을까요?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모임의 경험을 넓히고 싶어요.
도슨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현대 미술관에서 책과 도슨트 투어를 엮은 활동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가장 눈앞에 두고 있는 기획은 저희 책방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서촌 그 책방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
읽기 쉽고 트렌디한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만 그런 책들은 쉽게 만나실 수 있을 테니,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혜화 1117이라는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입니다. 하지만 책의 깊이와 담고 있는 내용의 폭이 작은 출판사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해요.
조선이 영국과 처음 교류한 시설에 그들이 바라본 조선은 어떠했을까? 왜 수많은 문화재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해외로 나가게 되었는가 등 한국과 영국 두 곳에서 모두 공부한 작가의 통찰력과 깊이가 녹아있는 책입니다.
역사와 문화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드려요!
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홍지 지음 | 혜화1117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