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6
365일 하루에 딱 3시간만 문을 여는 서점
〔 고정환 독립서점 〕
동네책방 ㅣ 서울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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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작은 골목 2층, 좁은 계단을 오르면
365일 하루에 딱 3시간만 문을 여는 서점이 있습니다.
골목 입구부터 은은히 풍겨오는 서점만의 향냄새,
넉넉한 과일과 차, 애정이 듬뿍 담긴 서가가 함께하는 고정환 독립서점을 소개합니다.
고정환 독립서점을 소개해 주세요!
을지로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작은 서점입니다. 365일 매일 저녁 7시에서 10시까지 운영하며, 꼭 책을 사지 않으셔도 언제나 편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는 공간이에요. 오시는 분들께 책을 많이 판매하는 것보단 제가 만들 수 있는 공간의 에너지를 더 많이 나누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서점입니다!
서점 계단을 올라오면서 마치 해리포터 비밀의 방 문을 여는 느낌이었어요. 하루에 3시간, 그것도 365일 매일 여는 점이 정말 인상 깊은데요! 휴무일 없이 운영하실 수 있는 꾸준함에 비결이 있을까요?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물어봐 주시는 질문인데요. 서점을 하기 전에도 이 시간은 저에게 항상 독서를 하는 시간이었어요. 10년 이상 일상 속에 꾸준히 녹아있던 루틴이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담 없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선을 안다는 것! 어떤 일을 하던 정말 중요한 부분 같아요. ‘고정환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가장 저다운 공간인 만큼 제 이름의 뜻처럼 나아가고 싶어 짓게 된 이름인데요~! 高(높을 고) 正(바를 정) 煥(불꽃 환) 자로 ‘높고 바른 곳에서 밝고 열정적으로 타오르며 봉화처럼 사람들을 밝히며 널리 이롭게 살아라'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기도 해서, 저만을 위한 의미보단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부끄럼 없는 태도로 임하자’라는 마음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정환님의 색이 가득한 이곳에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보이는데요~!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제가 최소 3회독 이상 한 책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 관심사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요. 분야와 장르가 다양해 굉장히 여러 갈래로 나뉘긴 하지만, 공통으로 살아가면서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오롯이 걸을 수 있도록 자아를 들여다보고 힘을 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최소 3번 이상 검증받은 책들이군요! 서가뿐만 아니라 1인 1독서대, 바 테이블의 구조, 위치 모두 문득 책으로 운영되는 심야식당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공간을 만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서점에서 위로받고 평온해졌던 시간들을 제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을 통해 나누고 싶었어요.
학생 때 목공소에서 오래 일한 취향과 경험을 살려 편안한 분위기에 우드톤 제품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동시에 꼭 ‘서점’이라는 단어에 국한되기보단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싶은 마음이 커 책장과 테이블을 많이 두기보단 쓰고 읽고 더 편안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소파와 바 테이블로 구성하게 되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향’도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는데요. 은은하게 나는 좋은 향은 언제나 긍정적인 기분으로 이어지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색의 조명 아래, 은은한 향과 함께 커피를 내릴 때면 전율이 느낄 정도의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마지막으로 위치인데요! 오시는 분들이 공통으로 ‘여기가 맞나 싶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아무래도 작은 골목 2층에 꽁꽁 숨어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수익성을 보고 시작한 서점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부담되지 않는 임대료 선에서 결정하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어요. 비록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실 분들은 오게 되어있다'라는 마인드로 꿋꿋이 오픈했답니다. 실제로도 날씨가 궂은 날이거나 조용한 날도 오실 분들은 항상 문을 두드려 주시더라고요.
역시 좋아하고 결이 비슷한 분들은 한 공간에 모이기 마련이네요! 이런 따뜻한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0.1초 만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에요! 오시는 분들이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다고 말씀 해주실 때'입니다. 공간을 오픈하고 항상 ‘주는 것이 받는 것의 근본이다'라는 말을 생생히 체감하고 있어요. 제가 하나 하나 선택한 공간에서 좋은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선물처럼 다가온답니다. 그래서 운영을 해나갈수록 ‘정말 시작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답니다.
‘고정환 독립서점’ 다움이라는 장점과 차별성은 어떤 걸 의미할까요?
'고정환 독립서점 답다' 라는 말은 곧 '고정환 답다' 와 동의어라고 생각해요. 저다움을 참지 않고 마구 발산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 또한 저의 또 하나의 자아라고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차별점과 장점을 골라야 한다면 선뜻 이유를 적기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서점과 고정환 독립서점을 비교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곳은 공간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곳으로 차별화나 장점을 굳이 만들고 싶지도 않답니다.
우리 하나 하나의 존재가 모두 그렇듯, 이곳은 저 자체로서 고유하게 존재하고 싶어요!
그 자체로 고유하게 존재하는 공간이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고정환 독립서점’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거창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제 자신을 바꾸고, 이 공간에 제 이상과 생각을 발산하면 와주시는 분들도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마주하는 분들께 영향을 미치고 그분들이 다른 곳에서 좋은 영향력을 퍼트려 나가는 순환이 계속된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생각해요.
‘나비 효과'라는 현상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서점은 작고 협소한 공간이지만, 작게나마 따듯함과 다정함을 타인과 나눌 수 있고, 이런 마음들이 널리 퍼져나가는 발화점과 같은 곳이 되고 싶습니다.
서점과 저의 이름처럼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봉화 같은 존재로서의 공간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소식주의자
미즈노 남보쿠 지음 | 사이몬북스 펴냄
제목만 보면 오해를 받을 법한 제목인데요!
'뭐야, 소식하라는 거야?' 혹은 '뭐야, 다이어트 책인가?'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의 근본은 '절제'와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답니다.
저는 정신의 시야와 초점의 또렷함, 그리고 마음의 가지런함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이 흐트러지는 최초의 발단을 식(食)으로부터 풀어낸 책이에요.
내면의 절제로부터 시작되어 만물에 대한 사랑에 도달하기까지, 그리고 이러한
만물에 대한 사랑에서 절제가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음식을 통해 방문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인생을 들어주는 심야식당이 생각났습니다. 달콤한 제철 과일과 따뜻한 차, 곰곰이 생각하고 건네 주시는 책 추천이
책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심야 책방 같다고 느꼈어요. 늦은 퇴근 후 따뜻한 조명 아래 책한권이 고프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고정환 독립서점'입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고정환 독립서점〕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0길 32-3 2층 203호
◦ 운영시간 | 365일 오후 7시 ~ 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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