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4
〔 책방 시행과 착오 〕
동네책방 ㅣ 서울 강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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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역 근처 작은 골목, 주황빛 온기가 감도는 공간.
시행착오 속에서도 나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 책방이 있습니다.
“모든 시행착오는 의미가 있다.”는 믿음 아래, 저마다의 과정 속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곳.
수유 골목 한편, 책방 시행과 착오를 소개합니다.
책방 “시행과 착오”를 소개해 주세요!
책방 ‘시행과 착오’는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자리한 7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에요. 오시는 모든 분들의 시행착오를 응원하는 책방이랍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잖아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때, 책 속에서 작은 힌트를 찾을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에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죠. 저는 책이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에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방 ‘시행과 착오’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며 자신만의 경험과 속도를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책방 시행과 착오’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시행착오’라는 단어를 예전부터 참 좋아했어요. 삶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왔고, 그러면서도 늘 “괜찮아, 시행착오일 뿐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 참 큰 힘이 되었거든요.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도 ‘시행과 착오’였어요. 주변에서는 “너무 어려운 이름 아니야?”, “책방 이름 같지 않은데?”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름을 고수했던 건, 결국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시행착오를 더 잘 겪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잖아요. 이곳에서 그 과정 중 한 걸음 멈춰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 막연하게 ”언젠가 책방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는데, 항상 문화 공간이 많지 않아서 늘 “책방을 연다면 여기서 책방을 열어야지!”라는 막연한 로망도 품고 있었죠.
그러다 서른이 되며 문득 “어차피 할 거라면, 망하는 것도 빨리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물론 원래 하던 일과 완전히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이니, 두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늘 광고 대행사에서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을 해왔던 만큼, “이제는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구나!” 라는 기쁨과 설렘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책방 ‘시행과 착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곳이라니! ‘책방 시행과 착오’ 서가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나요?
독립 출판물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제 취향인 문학 도서의 비중이 조금..! 높았다면, 이제는 책방 모임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추천책과 오시는 분들의 희망 도서로 서가를 채우고 있답니다. 책을 추천해 주신 분들의 추천사도 책과 함께 진열하고 있어, 다양한 분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서가에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책방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공간이 주는 따뜻함”이었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책방의 메인 컬러를 주황색으로 정했습니다.
주황색은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햇살이 비칠 때 가장 따뜻하게 보이는 색이거든요.
책방에 들어섰을 때, 마치 오렌지빛으로 물든 작은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편하게 머물면서, 책방이 주는 감각적인 따뜻함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단순히 책을 고르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책방 시행과 착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을 소개해 주세요!
책방 ‘시행과 착오’에서는 자연스럽게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야작(야간 작업 모임)”으로, 매주 목요일 밤 4주 동안 같은 멤버들이 함께 작업하며 집중하는 모임이에요. 마지막 날에는 서로 롤링페이퍼를 주고받으며 과정의 흔적을 남기고 있답니다. 😊
그 외에도 ‘제철 책 모임’, 24절기에 맞춰 글을 쓰는 모임, 특별한 주제로 진행되는 모임을 기획해요. 오시는 분들이 직접 대화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책방 시행과 착오를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책방 한쪽에는 오시는 분들이 짧은 글을 남길 수 있는 “어항”이 있어요. 이곳에서 매일 한 문장을 골라 입간판에 적어 책방 문 앞에 세워놓는답니다. 내가 적은 나만 알던 문장이 하루 종일 골목을 시키고 서있다면?! 🥹 어쩌면 동시에 어제 누군가 적어둔 글이 오늘 나에게 필요한 말이 될 수도 있죠. 나가기 전 어항에 자신만의 문장을 살짝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책을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는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야작 모임이 끝나고, 그 멤버들이 동네 친구가 되어 다른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진짜 동네 책방이 되어가고 있구나”를 실감했어요.
어느 날은 한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여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요~!”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그런 말들을 들을 때, 이 곳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책방 시행과 착오’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단골 손님이 이곳을 “초보자 사냥터”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방이 처음인 사람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였죠. 듣고 나니 제가 원했던 따뜻함이 이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책과 책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시행착오 속에서도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책방 시행과 착오’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처음에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책방을 찾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머무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공간이 내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구나”라는 걸 더 많이 느껴요. 앞으로의 ‘시행과 착오’는 더욱더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오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책을 만들어가고, 모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 책방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시행착오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배움과 위로가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책방지기님의 인생 책을 소개해 주세요!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출판사 한겨례출판
제가 추천드릴 책은 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강한 충격을 받았어요. 숨을 삼키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올 수도 있구나, 그걸 처음 경험했던 책이 바로 『단 한 사람』이에요. 배경은 SF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책은 가장 지독한 사랑 이야기예요. 죽음을 앞둔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줘요. 책을 다 읽고 나서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요. 이 책이 누군가의 삶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