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느리게 기우는 작은 쉼터




VOL.76

시골 책방 자몽

동네책방 ㅣ 강원 강릉시

한옥 마루 위로 바람이 스며들고,
논 건너 산 그림자가 느리게 기울어지는 곳.
시골 책방 ‘자몽’은 글로 꾸는 꿈을 품은 사람들의 작은 쉼터입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천천히 창작하는
시간을 응원하는 이곳. 시골 책방 자몽을 소개합니다.


시골 책방 자몽을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강릉 조용한 전원마을에 자리한 한옥책방이에요. 인문, 교양, 문학 등 다양한 분야 도서와 독립출판물을 판매해요. 드립커피 등 음료와 구움과자를 드실 수 있고, 아내가 디자인하고 만든 모자, 가방 등 소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원 마을 한옥책방이라니! 평온함이 가득한 ‘자몽’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서점 이름 ‘자몽’은 한자 뜻을 담고 있어요. 글자 ‘자(字)’, 꿈 ‘몽(夢)’ ‘글로 꾸는 꿈’이라는 의미예요. 작가라면 누구나 글을 통해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잖아요. 책은 그 노력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작가가 글로 꾸는 꿈이기도 하죠. 그리고 책방은 그 꿈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고즈넉한 시골 책방에서, 잠시 단꿈을 꾸듯 글에 빠져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우와 생각도 못한 너무 멋진 뜻이에요! 이런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5년 전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서점을 함께 준비했어요. 자영업을 하게 된다면 책을 팔고 싶었어요. 돈을 받아도 마음이 떳떳한, 가장 무해한 상품 중 하나잖아요. 과거에 이야기를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고요. 마음에 드는 시골 마을을 만나 한옥을 짓게 됐고,처음부터 서점이 함께 있는 구조로 설계했어요. 책을 읽고, 사색하고, 창작하기에 잘 어울리는 공간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 마음을 알아봐 줄 거라고도요.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특정 분야나 테마를 지향하지는 않아요. 소설, 에세이, 시, 사회과학, 독립출판물 등 다양해요. 제가 권하고픈 책, 저희 서점 고객층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 스크랩해 둡니다. 접근하기 쉬운 에세이와 소설을 전면책장에 진열하는 편이에요. 평소 책을 안 읽던 분도 한 권 집어서 펼쳐 보게 만드는, 집에 들고 가서 읽게 만드는, 나는 안 읽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마력의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직접 지으신 공간이라 고려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점에 두셨나요?
저희 책방은 ㄷ자형 한옥이에요. 흔히 보기 어려운, 조금은 특별한 구조입니다. 책이 진열된 서가에서 나무 계단을 오르면, 논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누각이 나와요.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나누기에 참 좋은 공간이에요. 기온이 적당한 날이면, 안마당 쪽마루에 앉아 소나무 숲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책을 펼칠 수 있어요. 이곳에 오는 분들이 그저 조용히, 평온하게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 마음을 담아, 공간의 결을 천천히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시골 책방 자몽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책방을 열 때,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들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했어요. 저 역시 과거엔 드라마 대본을 쓰고 제작에도 참여했지만, 결국 데뷔하지 못하고 책방지기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책방을 한다면, 비슷한 꿈을 꾸는 분들을 꼭 도와보고 싶었어요. 오픈 첫 해, 야심 차게 드라마 쓰기 모임 공고를 올렸는데… 지원자가 없었어요.ㅎㅎ 시골 외진 마을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무엇보다 강릉에 드라마 작가를 준비하는 인구 자체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래도 올해 다시 모집공고를 올려볼 생각이에요. 저희 책방에서 작가를 꿈꾼 분 중에 강릉이 고향인 김은숙 작가님처럼 좋은 드라마를 쓰는 작가님이 나온다면 가슴 벅찰 것 같아요.





한옥 책방에서 쓰는 드라마 시나리오라니! 너무 낭만적인걸요?! 이런 시골 책방 자몽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그냥 편하게, 떠나오신 곳을 잠시 잊고, 시골 풍경과 공기, 한옥책방의 정취를 즐기시면 됩니다. ^^ 아늑한 누각 공간에는 차를 마시며 읽으실 수 있는 책도 비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추천해 주신 ‘나의 추천책’ 코너가 마련돼있어요. 혼자 읽고 말기엔 아까운 책을 추천이유와 함께 적어주시면 그 중에 몇 권을 선정해서 서가에 진열하고 판매합니다.

평온함이 그려지는 공간이네요!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손님과의 교감이죠. 작년 겨울, 폭설을 뚫고 찾아오셨던 한 손님이 눈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자 또다시 책방을 찾아주셨어요. 이번에도 오래 머물다 가셨는데, 작년 여행을 추억하며 찍은 사진을 선물로 건네주시더라고요. “내년 겨울에야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시면서요. 그래서 이젠 겨울이 오면 자연스레 기다려지는 손님이 생겼어요. :) 마스킹 테이프와 그림으로 쪽지를 예쁘게 꾸미고, 그 안에 따뜻한 인사를 담아두고 가신 손님도 참 고마웠어요. 쪽지와 폴라로이드 사진은 지금도 카운터 한쪽,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답니다
따뜻함이 가득한 추억이네요! 책방지기님께 ‘ 시골 책방 자몽’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책방 이름이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시골의 고즈넉한 정취와 자연을 만날 수 있고, 다락방을 닮은 한옥 누각은 책에 집중하기에 좋은 공간이에요. 스스로를 잠시 치열한 일상에서 격리시키고, 온전히 글과 마주하는 동안 마음이 정돈될 거예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시골 책방 자몽’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책방도, 책방지기인 저도 한곳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이곳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좋은 책을 골라 건네고, 책 읽기 좋은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 조용한 시골 책방에서, 운명처럼 마음에 닿는 문장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책방의 정체성 면에서는 드라마 작가를 준비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으로 알려지고 싶어요!

이 곳에서 쓴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만 같아요!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세요!
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출판사 민음사
조해진 소설가를 좋아해요. 『단순한 진심』, 『로기완을 만났다』, 최근작 『빛과 멜로디』까지… 해외입양아, 탈북청년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삶에 시선을 두고,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조용히 끌어안는 작가예요. “사람을 지켜내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고, 그 믿음을 글로 보여주는 분이죠.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내 안에도 사람의 온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시골책방 자몽
@trial_error_books


+ 팔로우

〔시골책방 자몽〕

◦ 주소 | 강원 강릉시 구정면 범일로 232-17
◦ 운영시간 | 금,토,일,월 11:00~17:00 (화,수,목 휴무)
책방 인스타그램

책방 위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