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4
심리서점 쓰담
동네책방 ㅣ 전라북도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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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본다는 말이 아직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그런 마음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듯,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내어줍니다.
많이 채우기보다는 꼭 필요한 만큼의 책만 곁에 두고, 오래된 집이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심리서점 쓰담을 소개합니다.
Q. 01
‘쓰담’을 소개해주세요!
심리서점 쓰담은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100년 가까이 된 일본식 목조 가옥을 고쳐 만든 작은 책방입니다. 심리상담사인 마음지기(아내)와 책방지기(남편)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거창한 힐링보다는, 마음이 조금 지친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방입니다. 그래서 쓰담의 서가에는 수백 권의 책 대신, 우리의 마음에 말을 건넬 수 있는 50–60권 남짓의 책만 천천히 큐레이션해 두고 있습니다. 오래 두고 다시 꺼내볼 만한 책,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 가볍게 해줄 수 있는 책들이 중심이에요.
이곳은 책을 파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책을 매개로 마음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거나, 정원석에 앉아 책을 펼치기도 하죠. 원하시는 분들께는 심리검사를 통해 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여행 중에, 혹은 나를 조금 더 돌보고 싶은 날이라면 부담 없이 들러주세요.
Q. 02
‘심리서점 쓰담’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쓰담’은 마음을 쓰다듬는 책방이라는 뜻을 가장 솔직하게 담은 이름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온기가 느껴지고, 마음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따뜻함은 책에서 올 수도, 지기들의 말 한마디에서 올 수도, 오래된 가옥의 분위기에서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멋진 이름도 고민해봤지만, 결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마음을 쓰다듬는 공간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공간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쓰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03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상담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는 여전히 큰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내가 유난한 건 아닐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의 아픔을 혼자 견디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 장벽을 넘기 전 잠시 머물 수 있는 완충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느끼는 게 이상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장소요. 그 역할을 해줄 매개체로 책을 떠올렸어요. 책은 혼자 읽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되는 경험이니까요.
책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언젠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도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 끝에 심리서점이라는 형태의 책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04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쓰담의 서가는 두 가지 기준으로 구성됩니다. 실제적인 위로가 될 것, 그리고 상담사로서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을 것.
전체의 절반가량은 심리학자·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책이고, 나머지는 아픔을 견디며 살아낸 이들의 에세이, 소설과 시집 등 바깥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책들입니다. 한 분야만 다루는 것이 도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일관성이 손님들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껴요.
Q. 0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따뜻함과 위로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은은한 나무 향과 온도, 습도까지 꾸준히 관리하고 있어요. 오래된 목조 가옥의 질감과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살리되, 과하게 꾸미기보다는 집이 가진 숨을 존중하려 했어요.
무엇보다 누구든 차별 없이 배려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습니다. 나이, 성별, 분위기, 혹은 동물 친구들까지 모두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일지라도, 이런 세심함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이곳은 공간 하나하나에 지기들의 손길이 느껴져서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해주실 때가 많아요.
Q. 06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을 소개해주세요!
쓰담에서 특히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심리검사와 2층 팝업 전시입니다. 심리검사는 정식 라이선스를 가진 전문가가 진행하며, 조용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검사와 해석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 더 깊은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은 실제 상담사인 마음지기와 1회성 해석 상담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2층에서는 매달 ‘더 알려져야 할 여성 작가’ 두 분을 초대해 팝업 전시를 엽니다. 대관료 없이 공간을 제공하며, 작가가 하고 싶었던 시도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독자를 위로하는 창작자 또한 위로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전시입니다.
▲ 공간 곳곳에 묻어나는 따뜻한 감성
Q. 07
책방지기님만의 이용 팁이 있다면?!
쓰담은 총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1층, 정원석 자리, 2층 전시 공간과 테라스까지 여러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은 ‘천천히 둘러보기’예요.
꼭 구매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희가 준비해둔 작은 장치들과, 장소 자체가 가진 멋을 충분히 누려보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손님들이 오시면 먼저 '주문은 천천히 하셔도 되고, 편하게 둘러보세요'라고 안내드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좌석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셨다면 질문지, 고민노트, 큐레이션 메시지 등 쓰담이 준비한 콘텐츠들을 하나씩 경험해보세요. 작은 위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Q. 08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지방에서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이곳을 오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큰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손님이 자신의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을 때입니다.
여행 중 우연히 들렀다가 마음을 털어놓고, 처음으로 심리검사나 상담에 용기를 내는 분들도 계세요. 며칠 뒤 ‘덕분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 이 공간의 의미를 다시 느낍니다.
저희가 누군가를 ‘구했다’고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삶을 붙잡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에 쓰담이 작은 발판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저희가 이 공간을 계속 지켜가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어요.
Q. 09
‘심리서점 쓰담’ 다움이란?
쓰담다움은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돌보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다 잘하는 책방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믿어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마음을 돌보려는 모든 걸음을 응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 철학이 서가와 공간, 그리고 손님과의 관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손님도, 책방도, 지기들도 각자의 아픔과 부족함을 인정하며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저희가 꿈꾸는 쓰담의 모습이에요. 완벽함이 아니라 괜찮음이 흐르는 공간. 그곳에서 서로가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바라며 매일 문을 열고 있습니다.
Q. 10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심리서점 쓰담’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도 아픔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필요할 때 전문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책 외에도 질문지, 워크북, 영상 등 다양한 매개체로 마음돌봄을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예를 들어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굿즈들은 이미 조금씩 선보이고 있지만, 더 나아가 마음을 돌보는 질문지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워크북도 직접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글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마음돌봄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짧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매장에서 상영해보는 것도 구상 중이에요.
남자 책방지기님이 가끔 농담반 진담반으로 종종 말하곤 합니다. “쓰담이 정신건강과 마음돌봄을 위한 작은 테마파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언젠가는 책방지기의 말처럼, 마음돌봄을 위한 작은 테마파크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처럼 남고 싶습니다.
Q. 11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주세요!
나의 F코드 이야기
이하늬 지음 | 출판사 심심
쓰담을 설명하는 한 권의 책으로는 이하늬 작가의 『나의 F코드 이야기』를 고르고 싶습니다. 우울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한 책이에요.
저희가 특히 이 책을 인생책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이 책이 고통을 과장하지도, 외면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덜 아픈 나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건네는 책이에요.
쓰담이 지향하는 마음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픔을 과장하지도,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으면서, 그 상태 그대로 '그래도 살아볼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래서 저희는 이 책을 마음이 힘든 분들뿐 아니라, 주변의 아픈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께 함께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이 읽으신 분들께 시작점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심리서점 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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