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잠시 기댈 수 있는 곳
마포구 성산동 골목 한켠,
발을 굳건히 받쳐주는 아치처럼,
책 읽는 사람, 쓰는 사람, 쉼이 필요한 사람 모두를 환대하는
마포구 성산동의 작고 단단한 서재, 아치서재를 소개합니다.
Q. 01
아치 서재를 소개해 주세요!
아치 서재는 마포구 성산동 골목 한켠에 자리한 작고 용감한 공유 서재 겸 독립 서점이에요. 읽는 사람, 쓰는 사람, 일하는 사람, 그리고 쉼이 필요한 모든 분을 환대합니다.
네이버 예약으로 입장권을 구매하신 뒤 천천히 머물며 책을 읽거나 작업하는 방식이에요. 오시면 커피와 음료를 정성껏 내어드리고, 퇴실할 때까지 다정을 부리며 인연이 닿은 분들을 잘 보살펴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문장 하나, 책 한 권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에요. 이곳에서 마음에 꼭 닿는 문장을 품고 돌아가신다면, 우연히 인생 책을 만나신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올해 2월 4일 문을 열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Q. 02
‘아치 서재’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공간 일부가 굴곡진 아치 형태이기도 하고요, 한자로 我治書齋—'나를 다스리는 책의 방'이라는 뜻인데, 그 의미가 너무 마음에 들어 이름으로 삼았어요. 작년에 펴낸 첫 독립출판물 『엄지의 아치』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합니다.
발을 굳건히 지탱해 주는 아치처럼, 바쁘고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지만 든든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 03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작년에 양다솔 작가님, 그리고 오랜 글쓰기 동료들과 독립출판 워크숍을 함께 했어요. 봄부터 가을까지 국내 최대 독립출판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열네 권을 들고 나가겠다고 선언하고—모두의 노력 끝에 정말로 열네 권을 완성했답니다.
출산만큼 힘들게 태어난 책들을 제대로 선보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본능처럼 들던 찰나, 마침 동네에서 좋아하던 독립서점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언젠가 내 작업실을 만든다면 꼭 이런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던 바로 그 공간이었거든요. 인연이다 싶어 계약을 맺고, 그 아름다운 공간 한가운데에 열네 권을 자랑스럽게 꽂아두며 아치 서재를 열었습니다.
책을 사두고도 결국 못 읽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곳을 찾아오신 분들이 직접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어요. 지금은 독서 모임을 통해 지식을 나누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답니다.
Q. 04
‘아치 서재’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세계문학전집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제가 오랜 시간 모아온 400여 권이 공유 서적으로 비치되어 있어요. 한 권 한 권 제 마음에 닿았던, 저만의 추억이 담긴 책들이에요.
판매용 새 책은 그중에서도 제가 특히 권하고 싶은 책, 주변의 추천작, 그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면서도 제 취향과도 겹치는 책들로 골라요. 최근엔 [김애란 작가님의 손석희 대담]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분의 책을 한가득 들여놨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주문할 수 있다는 것, 책 속에 파묻혀 지낼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일의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아요.
Q. 0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이 작은 공간에서 얼마나 깊이, 오래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기본 이용 시간을 2시간 30분으로 잡았어요. 책 한 권을 온전히 읽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 생각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오실 때는 직접 내린 커피와 음료를 웰컴티로 드리고, 중간엔 구운 귤, 참외, 토마토 같은 제철 과일도 한 번씩 챙겨드려요. 조금은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독서를 돕습니다.
독서엔 음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고른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조말론 디퓨저로 향도 더하고, 2주에 한 번씩 꽃도 바꿉니다. 난로, 에어컨, 담요로 온도도 세심하게 맞추고 있고요. 책 한 권을 완독하고 나가시는 분을 볼 때마다 그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그 어떤 공간보다 책이 잘 읽히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06
아치 서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3월에 '마포 성산동 책타쿠들의 비밀서재'라는 당근 클럽을 만들었어요. 처음엔 가볍게 홍보용으로 시작했는데, 5월 현재 가입자가 무려 350명이 됐답니다!
망원, 성산, 합정, 연남, 물론 더 먼 곳에서도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책 좋아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매번 감사하고 신기해요. 요즘은 주 2회 독서모임을 꾸준히 열고 있고,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로 영화 모임도 진행해요. 오래 공부해 온 사주 명리로 사주를 봐드리기도 하고, '나를 다스리는 글쓰기 모임'도 최근에 시작했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의 이야기에서 저도 매번 배우는 게 많아요. 정말 귀한 시간들이에요.
▲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단단한 공간, 아치서재
Q. 07
아치 서재를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아치 서재의 입구 쪽에는 고운 우체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분들께 이름표를 써서 붙여드리는데요—사물함처럼 활용하실 수 있어요.
특히, 서재 사진을 어느 정도 찍으신 뒤에는 핸드폰을 보관하시는 걸 권해드려요.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서 온전히 책에만 빠져드는 시간, 생각보다 훨씬 특별한 경험이 되거든요.
Q. 08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화요일 낮에는 어린이 글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린이들과 매주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는데요, 그 어린이들의 글이 너무나 생생하고 살아있고 사랑스럽고 빛이 나는 거예요.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한텐 완전 충전기 같은 글들이에요.
책을 내지 않았더라면, 아치서재를 열지 않았더라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글들인데 [‘이 글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매주 울고 웃으며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함께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09
‘아치 서재’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유연함 속의 단단함'인 것 같아요.
제 삶의 여러 궤적이 모여 하나의 아치를 이루듯, 찾아오시는 분들의 서로 다른 취향과 삶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도 누구에게나 흔들리지 않는 다정한 쉼터가 되는 것. 그게 아치 서재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돌아가는 길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공간, 자주 생각나서 또 오고 싶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Q. 10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아치 서재’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원래 싱어송라이터예요. EP 앨범이 있는 인디 가수이고, 뮤직비디오와 광고 촬영·편집을 오래 해온 영상 작업자이기도 해요. 작가이자 사주 명리가이기도 하고요. 잔재주가 좀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치서재는 단순한 서점이나 북카페를 넘어, 저와 동네 사람들, 창작자들이 스스럼없이 영감을 주고받는 아지트가 됐으면 해요. 어쿠스틱 공연도 열리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사랑하는 작가님들의 북토크도 하고, 인디 가수들의 작은 공연도 열리는 공간. 북적북적 사람들이 와서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펼치는 그런 곳이요. 차근차근 만들어갈게요. 응원해주세요 :)
Q. 11
마지막으로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주세요!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 청미 펴냄
2021년에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만났어요. 12주 동안 내면의 어린아이를 달래고 자신 안의 아티스트를 찾아가는 워크숍 북인데요.
당시 저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음악도, 영상 작업도 거의 내려놓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 책 덕분에 회복 과정을 거쳐 다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다시 무대에 서고, 글을 쓰고 책을 냈고, 영상 일도 더 진지하게 하게 됐어요. 오래된 꿈이었던 여자 축구팀도 하게 되었고요. [책 한 권이 정말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누구든 붙잡고 말해요. "이 책 읽어봐. 모닝페이지 한번 써봐. 삶이 바뀔 거야."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말이에요.
이번 주부터 트레바리에서 '아티스트웨이 대모험' 프로그램도 시작하는데, 정말 기대가 커요. 사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게 제게 정말 큰 기쁨이거든요.
『아티스트 웨이』는 서재에 늘 비치되어 있으니, 오시면 제가 직접 활용법을 소상히 알려드릴게요. 꼭 데리러 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