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은 고요하고, 밤에는 활기를 품는 청과시장 가운데,
시장의 분주함을 지나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는 책방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일이 조금은 어려웠던 사람도,
자신만의 속도로 머물 수 있는 곳.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남을 한 권을 건네는 24시간 독립책방, 새고서림을 소개합니다.
Q. 01
새고서림을 소개해 주세요!
새고서림은 도서출판 새벽고양이가 운영하는 24시간 유무인 독립책방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 청과 도매시장 안에 자리한 2층 건물에 위치해 있습니다.
청과 도매시장 안에 있다 보니 낮에는 조용하고, 밤에는 활기 넘치는 거리 속에 숨겨진 공간처럼 느껴지는 책방이에요. 조금 힘겹게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하면, 바깥의 시장 풍경과는 또 다른 작은 우주를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려두었습니다.
새고서림에서는 독립출판물과 소량의 일본 서적 등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가끔 저녁에는 독서 모임이나 책방에서 노래 부르는 모임처럼 책을 매개로 한 작은 만남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선물 같은 책과 우연히 마주치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Q. 02
‘새고서림’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새고서림’의 ‘새고’는 도서출판 새벽고양이의 줄임말이고, ‘서림’은 책방을 뜻하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새벽고양이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Q. 03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책방을 운영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2017년에 ‘새벽고양이’라는 1인 출판사를 시작했고, 당시에는 회사 일과 출판사 일을 함께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코로나로 인해 제가 만든 책을 직접 소개하고 홍보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게다가 회사 일도 재택근무로 바뀌면서 신대방의 작은 원룸에는 제가 만든 책들이 쌓여갔고, 하루 종일 회사 일과 출판 일만 반복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저에게는 책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숨통 같은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집 근처에 작은 공간을 임대해 책방을 열었습니다. 처음 새고서림은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고, 동생과 함께 페인트칠을 하고 하나하나 꾸려나갔어요. 그저 공간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새고서림’이라는 이름 아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책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연결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책방을 운영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1년 반 정도 운영하다가 재건축 문제로 이전하게 되었고, 현재는 영등포에서 15평 규모의 공간으로 새고서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04
‘새고서림’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새고서림이라는 이름처럼, 서가 역시 새벽고양이가 좋아하는 책들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저는 독립출판이 좋아서 책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새고서림에서도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새벽고양이에서 만드는 책들이 봉투형 책, 오디오북, 영상북처럼 형태가 다양한 편이라, 새고서림에서도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책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책의 크기나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시선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선물처럼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을 고르려고 합니다. 우연히 펼쳤다가 오래 기억에 남거나, 나에게 건네진 작은 선물처럼 느껴지는 책들이 새고서림의 서가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Q. 05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사실 저는 처음에 영등포라는 지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이전에는 관악구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그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책방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의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영등포 청과시장 안에 있는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간을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곳에 갔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제가 공간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이 저를 선택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위치상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쉽게 알기 어려운 곳이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 2층 공간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할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힘들게 찾아와 주시는 만큼 문을 여는 순간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새고서림은 시장 안에 숨어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작은 우주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 들도록 꾸렸습니다. 이곳에서 온전히 책과 만나고, 나가실 때는 잠시 꿈을 꾸고 나온 것 같은 기운을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Q. 06
새고서림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새고서림에서는 달마다 작은 모임과 프로그램을 열고 있습니다. 타인의 유서를 읽고 ‘나답게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뒤 필사해보는 ‘유서 필사 모임’, 책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모임, 차와 문학을 함께 즐기는 ‘티룸감각’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지원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성우분들과 함께하는 낭독 공연, 작가님들과의 북토크 등 책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Q. 07
새고서림을 더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책방지기님만의 팁이 있다면?!
혼자 오롯이 책을 만나고 싶다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책방이다 보니,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오면 책과 조금 더 조용하고 깊게 만날 수 있어요.
책을 고를 때는 책 표지에 적힌 작가님들의 추천 글을 천천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마치 작가님과 대화하듯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거든요. 또 새벽고양이에서 만든 오디오북은 카세트테이프처럼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으니, 책을 눈으로만이 아니라 귀로도 경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책방 한쪽에는 방명록도 놓아두고 있습니다. 그날의 마음이나 책방에서 느낀 생각을 짧게 남겨주시면, 책방지기가 하나하나 읽어보며 오래 간직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좋은 팁은 새고서림의 모임에 참여해보는 것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특별한 공간에 모여 온전히 문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새고서림을 조금 더 깊고 색다르게 기억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08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 중 하나는 일본 독자분이 새고서림을 찾아와 주셨을 때입니다. 작년 4월 일본 나츠하샤 출판사에서 『나의 작은 일본문학』이라는 제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안에 새고서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어요.
그 책을 읽으신 일본 독자분이 새고서림을 방문하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와 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책을 사기 위해 한 시간이나 운전해 서점에 다녀오셨고, 책을 읽은 뒤에는 꼭 새고서림에 와보고 싶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팸플릿까지 챙겨오셨더라고요.
그 순간 새고서림이 단순히 지나가다 들르는 책방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내어 찾아오고 싶은 목적지가 되었구나 느꼈습니다. 찾아오는 여정이 조금 힘들더라도, 그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하고 새로운 인연이 시작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Q. 09
‘새고서림’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새고서림다움은 책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고서림을 방문하신 분들이 종종 해주시는 말이 있어요. 책을 읽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새고서림에 와서 책을 고르다 보니 그 문턱을 조금 넘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에게는 그 말이 무척 소중하게 남아 있습니다.
새고서림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책과 조금 멀어졌던 사람도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공간이고 싶습니다. 책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곳. 저는 그런 점이 새고서림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Q. 10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새고서림’은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예전에는 새고서림이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 요즘은 오래오래 꾸준히 사랑받으며 한 자리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기적적이고 소중한 일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다는 말은 그저 가만히 머무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계속 움직여야 비로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새고서림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공간이 어디에 있든 꾸준히 존재하는 책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문득 떠올리고, 다시 찾아오고, 오래 기억해 주는 책방이 되는 것. 그런 책방으로 계속 남기 위해 앞으로도 성실히 운영해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고서림다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11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책방지기님의 인생책을 소개해주세요!
유서의 일부로부터
이토 노에 지음 | 새벽고양이 펴냄
제 인생책은 늘 어디에서든 이야기하게 되는 책, 이토 노에의 『유서의 일부로부터』입니다. 새고서림에서 진행하는 ‘유서 필사 모임’에서도 함께 읽고 있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약 백여 년 전 일본의 여성 작가 이토 노에가 친했던 선생님에게 받은 편지를 문학 작품으로 발표한 글입니다. 그 편지에는 한 사람이 왜 삶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결국 그 이유는 ‘나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저의 불완전했던 20대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내 자신을 조금 더 믿고 사랑해줄 수 있었다면, 타인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었다면, 그녀의 삶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 역시 가끔 마음이 연약해지고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걸까, 타인의 시선에 계속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걸까,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이 찾아올 때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곤 합니다.
결국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나는 나답게 계속 나아가면 된다는 마음을 다시 붙잡게 해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분들,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믿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