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사연 100책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연.
그 사연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똑똑하다는 얘기도 듣고 부모님도 기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대학 입시 때도 재수해서 들어갔는데, 취업도 못해서 졸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어쩐지 너무 한심하고 답답합니다. 요즘에는 일부러 늦게 들어갑니다.
부모님과 마주치는 게 어쩐지 불편해서요. 열심히 하는데도, 왠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언제 이런 생활이 끝날까요?
- 스물일곱 취준생 김*민 님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던 때가 있었을까요? 분명 그런 때는 없었을 테지만, 어쩐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이 그 어떤 시대보다 깊고, 무거우며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것만 같아 씁쓸하네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었던 입시나 취업에서 번번이 가로막힌 경험들이 일종의 무력감이 된 건 아닌가 합니다. 지금까지의 노력,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시도, 그 모든 게 공허해서 무의미하게 느끼시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부모님이 자식의 무능함에 화를 내거나, 재촉하거나, 눈치를 줬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면 서로 기분이 좀 더 풀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예전처럼 회복되지는 못할 거예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서만 하는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게 아닙니다.
평생에 걸쳐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거죠. 부모님이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고 계신다면 그건 다른 뜻에서가 아니라 그런 사정을 알고 계시기 때문일 겁니다.
거기에 어떤 자의식이나 자책을 보태는 일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서로를 위한 최선일 거예요.
취업 준비 과정에서 공허함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한스 기벤라트라는 소년의 성장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과 소년의 죽음이 어떤 상징으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셨다면 이야기의 주제를 알아 차리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한스 기벤라트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총명해서 가족과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으로 소년 역시 열심히 공부를 하지요. 소년은 도시로 유학을 갑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공부를 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죠.
헤르만 하일너와 유독 친해지게 되는데, 이 소년은 교사들에게는 골칫덩어리 혹은 문제아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와 어울리는 동안 한스의 평판 역시 나빠져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일너는 떠나고 한스 혼자만이 학교에 남겨지죠.
한스는 본래 여린 소년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 역시 작지 않았어요. 기대에 부응하는 것과 자유를 좇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한스의 정신은 점점 약해지고 피폐해져 갑니다. 그리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들어가죠.
취업과 진로를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인가요? 사회와 사람들의 인정을 얻는 것인가요? 아니면, 단순하게 많은 돈을 버는 것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로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서도 무엇이든 서둘러 하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지?"하고요.
한스는 엄숙하면서도 온화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력한 권력자가 내민 오른손을 잡았다. "그럼, 그래야지. 친구,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수레바퀴 아래서> 중, 교장이 한스에게 한 말
'지치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만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한스를 지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아 간다는 것입니다. 규정된 생활과 교육, 출세로 나아가는 확실한 수순, 자유로움보다 통제된 규칙성을 중시하는 태도들이 소년 한스를 벼랑으로 몰아간 공범이었던 겁니다.
공허함은 마음이 소모되었다는 비상신호 같은 것입니다.
공허함을 느끼는 일이 잦아지고, 허전함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면 그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강한 척하고 무시하고 견디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이미 무엇을 할 것인지 정했다면 그 정한 바를 향해 나아가면 되겠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것이라면 부모님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스스로 정하고 나아가야 하겠지만 도움을 거절하거나 홀로 분투하는 게 최선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이라는 수레바퀴는 나날이 속도를 더해가는지도 몰라요. 혼자서 견디기에 세상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지만, 때로는 함께 가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가세요.
마음은 마음으로만 채워질 수 있습니다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