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사연 100책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연.
그 사연에 맞는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회사와 업종을 여러 차례 바꾸다 보니 경력도 없고, 허송세월만 한 것 같아 허탈합니다.
동료와 상사의 말에 일일이 상처 받는 것도 힘들고, 이 일이 제게 맞는 건지, 업무를 잘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제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 32세 직장인 김 OO 님
서점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커졌다고 하고요.
이런 경향이 말해주는 것은 사람들의 자존감이 높아진 게 아니라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자존감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팔렸는데 더 떨어지는 건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보통 '결핍'된 것들이지 '충분한' 것들이 아니라는 걸 떠올려보면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들려드릴게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문제나 잘못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합니다.
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조건을 핑계 삼는 게 옳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자기 자신의 잘못일 수 없는 것까지 스스로를 탓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와 업무에서의 '효율' 위주의 구조는 초조한 마음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어요.
그럴 때 자기 자신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운다면 얼마나 괴로움이 크겠어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느끼시는 것도 그런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한 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사실 자기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테니까요.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 하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기도 하는 남자, 자기 몸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여자, 기억력이 불과 몇 분 뿐인, 현재 없이 과거만을 기억하는 남자의 이야기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예고나 징후조차 없이 어느 날 그렇게 되어 버렸음을 깨닫기도 해요. 올리버 색스는 이들을 서글픈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안쓰러움을 뒤로하고 그럼에도 이어지는 삶을 조금이라도 더 충실히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일이 잘못되었다거나 상황이 나쁘게 흘러간다고 해서 항상 자기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지키세요.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 문제냐'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닐까요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