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언어의 노래가 흐르는 공간
동네 서점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감수성이 메말라가는 요즘,
촉촉해져 가는 날씨와는 달리 퍽퍽해져 가는 일상을 달래고자 혜화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낭만과 문화가 흐르는 혜화동을 거닐다 보면 오랜 시간을 지나온 동양 서림을 만나게 된다.
동양 서림은 1953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혜화동 로터리에 자리하고 있는 유서 깊은 서점이다.
김수영 시인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는 이곳 한편에 자리한 나선 계단을 오르면 시집이 가득한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오늘 아침 단어’ 등을 펴낸 시인이자 편집자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서점이다.
"'위트 앤 시니컬'은 프로젝트 기획그룹이자, 시집 서점이고요, 이름처럼 시집 혹은 시와 관련된 도서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점 생일은 2016년 7월 1일. 곧 세 돌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촌기차역, 소위 이대 앞이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해 현재는 혜화동 로터리,
소위 대학로라 칭해지는 곳 부근 열댓 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 독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이곳은 신촌 기찻길 옆에 자리했던 파스텔뮤직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디자인 편집숍 ‘프렌테’와 함께 시작되었다.
유희경 시인은 세상 어느 곳에는 ‘위트 앤 시니컬’ 같은 곳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서점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위트 앤 시니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간단히 줄여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위트 앤 시니컬’ 같은 곳이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거예요.
위트 앤 시니컬은 순수예술 지향 문학 중 시 분야를 근간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가난한 장르’를 위한,에 의한 곳이죠.
10년간의 편집자 생활을 하면서, 저는 통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편, 이 ‘불우한 문학’을 위해 작은 공간 하나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순수 문학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했던 이곳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100년의 역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동양 서림과 함께 더욱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촌에 있던 '위트 앤 시니컬'은 임대 계약 기간 종료로 새 공간을 찾아야 하던 중이었고,
동양 서림은 내부 수리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던 상태였죠. 동양 서림을 둘러보다가 서점 창고로 사용하는 다락을 발견했습니다.
불쑥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을 드렸죠. 한국에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점이 없다는 것을 아시나요?
동양 서림은 100년 역사를 가질 수 있는 대단히 유력한 후보예요. 곁에서 그 100년의 역사를 돕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는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오래된 서점과 시집 서점의 만남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동네 서점에 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시’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어떤 시를 어떻게 골라 읽어야 할지조차 막막해진다. 어쩌면 평소에 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의 매력을 알기도 전에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생각이 든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은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거겠죠. 쓰는 이와 읽는 이의 생각이 합치되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그를 권장하는 텍스트 장르는 시뿐이에요.
대단히 열려 있고, 그것은 고스란히 가능성과 여지가 됩니다. 시가 어렵다, 느껴진다면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대부분, 텍스트가 지정하는 곳으로 따라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조금만 익숙해지면, 시만 한 매력을 가진 장르도 없죠."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그는 시를 고르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시의 매력과 고르기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고자 매일 새로운 시집을 진열하는 ‘오늘 서가’ 코너를 만들었다.
또 서가 사이사이에 그가 놓아둔 작은 코멘트들이 담긴 작은 쪽지들은 서가 사이를 헤매는 사람들의 등대가 되어주고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의 모든 추천은 운영자인 제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름답게 매일매일 다른 시집들이 올라오고요. 보통은 신간 위주이지만, 사회 문화적 이슈에 따르기도 합니다.
여성의 날에는 여성의 시집들을 올려둔다든가, 크리스마스에는 시집의 표지로 트리를 만들어본다던가 하는 식이에요.
신촌 시절엔 오늘 서가 참 커서 진열을 바꾸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 작아져서 좀 재미가 없어졌지만 변함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가 사이사이에 작은 쪽지들로 추천 코멘트를 함께 놓아두기도 하는데 대부분 운영자인 제가 적거나 이따금,
찾아오는 시인들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시집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지침이 가장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의외의 발견이 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시인들이 추천하는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어떤 시집을 애정 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매일 달리지는 ‘오늘 서가’를 지나 왼쪽으로 발걸음을 올리면 ‘시인의 책방’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는 연필과 노트, 시집 한 권이 놓여있고, 누구나 이곳에 앉아 원하는 시를 필사할 수 있다.
시를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손으로 시를 느껴볼 수 있고, 눈으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른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서점 안에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성 공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다 함께 한 권의 시집을 필사하는 콘셉트였어요. 그렇게 열 권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자신이 원하는 시를 필사할 수 있는 콘셉트로 바꾸었는데,
너무 강제하기보다 좋아하는 시를 필사할 수 있게 하는 게 좋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그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장소는 사람이 채우는 것인데 위트 앤 시니컬 같은 작은 공간에 사람이 찾아온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사건이 된다,라고 말하는 그는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하고 있다.
때때로 서점을 찾아오는 분들의 취항에 맞추어 시집을 맞춤 추천하기도 하고, 낭독회를 열어 사람들과 시를 나누기도 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낭독회는 시 열다섯 편을 내리읽는,시인이 아닌 시가 주인공인 낭독회입니다. 또 독서모임 ‘두 시간 클럽’은 두 시간 동안 책을 읽고 헤어지는 묵독회 형태의 모임입니다.
읽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강제하지 않아요. 이외에도 문예지 읽기 프로젝트라든가, 시 읽기 강연이라든가 하는 대단히 많은 오프라인 모임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한 달에 보통 서너 번은 진행되는 것 같아요."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위트 앤 시니컬은 2019년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시집 서점. 그중 하나.”라는 카피를 가지고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를 모색하고 있는데, 아직은 공개할 단계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서가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보다 쉽게 시집을 시를 접하게 만들 수 있는 서가가 될 거예요. 계획대로만 된다면, 보다 많은 독자들이 편하게 위트 앤 시니컬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작은 바램이 있다면 요즘 작은 책방이 정말 많이 생기고 있어요.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혁명적인 시도입니다. 여러 가지 시도들을 지지해주세요. 많이 찾아와주세요.
분명 좋은 기운으로 이 사회와 여러분들께 돌아가리라 확신합니다."
- 위트앤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
모든 것이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감수성을 잃고 메말라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위트 앤 시니컬’에는 이런 우리들의 일상에 아직도 낭만은 남아있다고, 삶의 아름다움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시들이 가득하다. 가끔 삶이 무미건조해질 때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줄 시 한 편이 필요하다면 동양 서림의 나선 계단을 올라 이곳을 만나보길 바란다.
위트앤시니컬
위치 |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71-1
전화번호 | 0507-1409-6015
홈페이지 | @witncynical
영업시간 | 13:00 ~ 21:00 / 토요일 13:00 ~ 20:00 / 일요일 13:00 ~ 18:00
플라이북 에디터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