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떠나게 될 경주여행의 설렘을 돋구기 위해, 또 건축학과 학생으로써 건축학과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궁금하여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등고선‘은 사실 실제 설계 수업에서 문 교수처럼 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사이트도 중요하지만, 사이트는 결국 건축물의 일부이고 우리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 나가기 때문에 한 학기라는 시간동안 등고선에만 안주해 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4학년이라면,,)
게다가 4학년에 손도면? … 한숨만 나왔다.
***tmi 주의
내가 2학년일 때, 문 교수와 상당히 흡사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다른 반은 CAD로 다양한 평면을 짜고, 곧바로 발표를 위한 자료까지 척척 끝내는 동안에 우리 반은 스케일 맞춰 대지를 프린트하고, 트레이싱지를 그 위에 깐다. 필요한 공간들을 주욱 나열하고는 버블다이어그램으로 대강 평면을 짠다. 아직 2학년일 때라 면적에 대한 감이 없어 요상하게 짜낸 평면을 가지고 크리틱 받는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빠꾸, 빠꾸, 빠꾸. 심지어 2학년은 반 학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서 시간도 얼마 남지 않는다. 손도면으로 평면을 그려가고, 크리틱 받고를 몇주간 반복하다보니 바로 다음주가 기말 크리틱이 되어버린다. 아직도 고쳐야할 게 많은 평면, 그리고 제출해야 할 자료들은 평면, 단면, 입면 그외 이것저것..을 pdf 파일로!
cad는 쓴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고, 손도면으로 크리틱 받으니 고칠 것은 두 배 이상이다. 결국 기말 크리틱 직전 주에 내 건물은 층이 하나가 더 늘어나버렸고, 발표 하루 전 날이 되어서야 cad로 평면을 완성하고, 되도 않는 입단면을 울다시피 밤을 새어 그려내며 발표자료를 최종 제출한다.
하..결론은 그냥 손도면의 폐해랄까?
암튼 읽는 내내 그때의 PTSD로 인해 문 교수가 굉장히 맘에 안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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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인 재서와 ‘귀감’인 이본. 이 중 내 역할은 재서쪽이다.
도저히~이쪽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왕 입학한 거 졸업은 해내야겠다, 이번 학기 개고생했는데 완성 못하면 창피할 것 같으니 끝내보자 하며 4-1까지 이끌고 왔다.
“재능이란 품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그것 때문에 내가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무언가를 감내하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구요.”
나는 아마도 설계가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끝은 냈다. 결실이다. 뒤쳐지지 않았다.(아마도)’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 좋아서 견뎌낸다. 성해나 작가님의 의견에 따르면 얄량한 자존심이지만 포기 안하고 해낸 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내 재능이다. 하하
아무튼 이 책은 가볍지만 다양한 생각하기에 좋았다. 비록 경주여행에 대한 설렘을 복돋아 주는 책은 아니었으나, 건축학과로서의 공감과 삶에 대한 간단한 통찰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p.s) 이본 재능있는 거 개부럽다~..
📚 자신의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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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해피북스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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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시리즈 1위 《메스를 든 사냥꾼》의
최이도 작가님의 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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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레이싱 드라이버 ‘재희’.
레이싱 경기 중 사고를 당하고,
후유증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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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공백 후 다시 복귀를 결심한 재희는
엄마의 고향인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드론부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의 의미를 새로이 찾는 과정을 그려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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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넘치는 경기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달릴 수 없게 된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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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이 싫어졌다고 말하는 건 용기지만,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배신이었다.
재희는 제 발로도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레이싱이 좋았다.
이제는 비록 가장 빠르지 못해도 오래도록 사랑해 왔고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었다.” -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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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었다.” -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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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변해도 삶은 계속됐다.” -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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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좌절과 원망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실패한 자신을 기꺼이 용서해 주는 것.” -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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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반전은 없지만, 일상에서 흔들리는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며 조금씩 성숙해 가는 인물을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하게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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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가 말하는 ‘추격’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질주가 아닌, 자신이 놓쳐버린 삶의 감각을 다시 따라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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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잃은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멈췄기에 들을 수 있었던 마음의 소리들이
이야기 곳곳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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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조용히 뒤를 돌아봐도 좋겠어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올 때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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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나던 꽃가게의 꽃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 생긴 카페의 커피 향에 잠시 멈추기도 하고,
학교 앞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할 수 있다는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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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본 풍경과 소리들을
여러분도 느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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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추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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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사람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잔잔한 여운을 좋아하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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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이스
/ 최이도
/ 해피북스투유
/ 소설 /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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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천#신간소설#책읽는쥬리
📌<도서협찬 >
📚속도의 끝에서 만난 나!
📚상처를 추월하는 법!
📚최이도 저자 <체이스>!
🚘속도 너머의 이야기!<체이스>는 '메스를 든 사냥꾼' 을 집필한 최이도 작가님의 신작으로,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 소설이며, 모터스포츠와 드론 레이싱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는 강렬한 반전으로 인상을 남긴 저자였지만, 이번에는 전작하고는 완전히 180도 다른 장르로 다시 한번 탁월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한때 유명한 레이싱 드라이버 유망주로 주목받던 주인공이 경기 중 발생한 사고로 모든 꿈이 멈춰버리고, 그 멈춤을 통해 진짜 삶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레이싱이라는 남들보다 가장 빨라야 하는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오히려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 자신의 속도를 되찾아 살아가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모든 것이 멈추버린 주인공이 처음으로 달리지 않는 삶을 살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상처, 가족, 그리고 잊고 있던 감정들을 잘 보여준다.
🚘레이싱만이 전부였던 주인공이 속도에 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과 감정을 하나하나씩 반응하면서 결국은 멈춤이 곧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통해 숨 돌릴 여유 없이 달려온 지금 우리들에게 잠시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가장 단단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작품을 읽다보면 숨 차 정도로 달려오는데에만 집중하면서 놓쳐버리게 되는 감정, 그리고 관계, 삶까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이 작품은 스포츠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 내면의 회복과 성장을 그려냈다. 전개가 속도감 있고, 감정선의 깊이가 잘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과연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속도와 기록에만 매달리던 우리들! 잠시 멈춰서 진짜 삶과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만들어보는게 어떨까 싶다.
🚘이 작품은 상처, 회복, 성장을 다룬다. 주인공은 F1 진출을 앞둔 유망주이지만, 삶의 모든 것을 속도와 기록에 걸고 살아간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성과와 경쟁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같아보인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주인공은 처음으로 달리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는 멈추는 게 절대로 좌절이 되는게 아니라, 내면을 돌아볼 기회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타인의 기대와 기록에 갇혀 있던 주인공은 사고 이후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삶의 의미와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인간 내면의 성장과 치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다보면 결국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 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속도 너머의 삶의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스포츠 소설만 이야기하는 다른 소설하고는 달리, 이 작품은 속도와 기록에 매달리던 한 인간이 멈춤을 통해 진짜 삶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읽는내내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었다.
🚘실제 경기처럼 긴박하고 호흡이 빨라 몰입감이 있는 작품으로, 레이싱 장면의 박진감과 인물들간의 내적 갈등이 교차하면서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다. 경쟁, 실패, 회복, 자아 발견등 어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 읽는 내내 울림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신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속도감 있는 문체, 감각적인 묘사까지 현장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으로, 레이싱의 긴강과 황혼의 고요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읽다보면 멈춤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본 도서는 해피북스투유 출판사에서 도서를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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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도시를 다루는 책들로 유명하신 건축가이자 건축과 교수이신 유현준 교수의 책이다. 부제처럼 15가지 인문학적 물음에 대한 건축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건축과 공간과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로 읽는 내내 흥미로운 책이었다. 각 장의 간략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 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걷고 싶은 거리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먼저 걷고 싶은 거리와 성공적인 거리는 다르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보편적으로 강남의 테헤란로는 성공적인 거리이기는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는 아니라고 평가된다. 반면, 명동 같은 거리는 성공적인 거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걷고 싶은 거리이기도 하다. 걷고 싶은 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성공적이지만 걷고 싶지 않은 거리들은 대부분 휴먼 스케일 수준에서의 체험이 다양하게 제공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휴먼 스케일의 체험이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의 크기, 인도의 폭, 평행해서 가는 차도의 폭, 거리에 늘어선 점포의 종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보행자가 걸으면서 마주치는 거리 위의 출입구 빈도수와 걷고 싶은 거리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걷고 싶은 거리의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느 건축가가 미국과 유럽의 도시 구조를 비교한 적이 있다. 그의 비교 방법은 간단했다. 동일한 단위면적에 있는 두 도시 블록의 코너 개수를 비교하는 것으로 단위면적당 블록 코너의 개수를 셈으로써 도시의 구조를 정량화해서 볼 수 있는 하나의 비교 연구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 연구 방식은 훌륭하다.
이 데이터가 말해 주는 것은 보행자가 걸을 때 미국 도시에 비해서 유럽 도시가 더 자주 교차로와 마주치게 되고, 그 만큼 보행자는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 혹은 진행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난 도로의 공간감을 체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교차로가 생겨날 때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경우의 수가 많이 생겨날수록 그 도시는 우연성과 이벤트로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최고 값을 갖는 명동 거리와 가로수길은 최저 값을 갖는 테헤란로의 4.5배 정도 높은 경험의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수치를 해석한다면 가로수길은 테헤란로보다 4.5배 더 걷고 싶은 거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처럼 걷고 싶은 거리는 결국에는 얼마나 자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있느냐의 물리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 콤플렉스 건물(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만들더라도 거리와 접한 면에는 작은 소규모 가게들이 많이 배치되도록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우연성이 넘치는 도시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으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는 거리가 더 걷고 싶은 거리가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기주도적인 삶도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연성이 넘친다는 것은 우리가 도시에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다음과 같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제 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아파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최상층의 펜트하우스일 것이다.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 주는 공간 형태다.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Panopticon)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전체를 뜻하는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감옥의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닌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라는 것이다. 그는 1791년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팬옵티콘을 설계하였다.
설계된 당시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에서 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한층이라도 높은 층의 사람은 그보다 낮은 층의 사람을 바라보기가 쉽고, 반대로 낮은 층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보다 높은 층의 집들은 잘 볼 수가 없다.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마치 간수가 감시탑에 숨어서 바라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변 경관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고 본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펜트하우스가 가장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부자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맨 꼭대기에 산다. 돈으로 공간의 권력을 사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확실히 보여 주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제 4장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냉장고와 도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발명품은 인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은 무엇일까? 자동차, 전화, TV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냉장고이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기에 식재료를 조금씩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생산지에서 도시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식료품점에서 집으로 가져가서 음식이 상하기 전에 먹으려면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주변에 모여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냉장고의 발명 이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장을 보면 되게 되었다. 음식 부패를 막는 냉장고 덕분에 더 이상 식료품 가게 주변에 모여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한 시간 달려서 일주일치 음식을 트렁크에 가득 담아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도시는 기존의 고밀도 도시에서 달걀 프라이처럼 땅에 널리 퍼진 주거지와 고속도로 교차로 주변의 쇼핑몰로 대체되었다. 고속도로, 자동차와 더불어 냉장고는 당시 미국 사람들의 삶을 교외에 위치한 주택에서의 삶으로 개편시켰다. 그래서 유태인은 할렘을 떠나 뉴저지와 롱아일랜드로 떠난 것이고 그 자리를 자동차가 없는 도시 빈민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수십 년간 할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슬럼으로 뉴욕시장의 골칫거리였다. 할렘의 치안이 나쁘니 뉴욕시의 범죄율을 높이게 되었고, 그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연쇄적으로 세금이 적게 걷히게 되고, 시의 예산을 줄이기 위해 경찰 인원을 줄여야 하고 다시 범죄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뉴욕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몇 가지 비책을 구상하였다.
뉴욕시는 할렘의 버려진 건물들을 한 채당 1달러에 100년을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개발업자들에게 장기 임대를 주었다. 물론 시로서는 슬럼가가 개발이 되면 세금이 들어오고 치안이 좋아지기 때문에 거저 주어도 남는 장사가 된다. 거의 공짜에 임대를 하게 된 회사는 먼저 하나의 거리 전체를 한 번에 개발하게 된다. 거리가 전체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한두 채만 개발될 경우에는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때문에 이사를 오지 않는다.
개발업자들은 거리 전체의 건물을 한꺼번에 개발하면서 옆의 건물과 복도를 연결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옆의 건물 계단을 두 번째 피난 계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얼굴에 붙어 있는 철제 비상계단은 뜯어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름다운 브라운스톤 건물의 원래 모습을 회복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선된 집들은 흑인 출신 변호사들이나 의사 같은 전문 직종 사람들에게 특혜 분양을 해 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할렘을 개선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제 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할까
팰럼시스트〔Palimpsest, 복기지(複記紙)〕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원래 양피지 위에 글자가 여러 겹 겹쳐서 보이는 것을 말한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양피지에 글을 쓰던 시절에는 귀한 양피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이미 쓰여 있는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자를 써서 이전에 쓴 글자들 위로 새로이 쓴 글자가 중첩되어 보이는 일이 흔했다. 이런 뜻의 단어가 건축에서는 오래된 역사적 흔적이 현재의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은유적으로 설명할 때 사용되고 있다.
가장 손쉬운 예로 강북의 복잡한 도로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도시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부재하였다. 하지만 상하수도 시설은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인 조선 시대 때 주거들은 한강의 지류 하천을 따라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실개천 주변으로 주거들이 들어서게 되고 그 옆으로 사람과 말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도로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시대의 도시는 수변 공간 주변으로 빨래도 하고 상하수도 시설로 사용하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하천의 위생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동시에 자동차도로의 확보가 도시 형성에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으로 부각되면서 하천 부지는 거의 대부분 복개되어 도로로 사용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강북의 도로망은 많은 부분이 구불구불한 자연 하천과도 같은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가 깊은 도시들은 마치 여러 장의 트레이싱페이퍼(투사지) 그림들이 쌓여 있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도시 디자인은 쌓여 있는 여러 장의 트레이싱페이퍼 그림들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어느 부분은 지우고 어느 부분은 살리면서 상호관계를 조절해 오늘의 이야기를 하는 그림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500년이 더 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역시 여러 시대에 걸쳐서 많은 이야기의 층들이 쌓여진 도시이다.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자리 배치의 비밀, 부장님의 자리
일반적인 사무실 가구 배치에서 부장님은 고개만 들어도 직원들이 일하는 옆모습과 책상 위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은 옆에 계신 부장님이 자기를 보는지 안 보는지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부장님을 바라보면 배후에 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후광 때문에 눈부셔서 직접 보기도 힘들고 실루엣 정도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마치 성인(聖人)의 초상화는 얼굴 뒤에서 빛이 나듯이 부장님 자리는 후광이 있는 구도가 되는 배치다. 바깥 복도 쪽에 앉은 말단 직원은 부장님과 자신 사이에 앉아 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층층시하의 자신의 위치를 재차 확인하며 부장님은 직접 말을 걸기 힘든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같이 간단한 가구 배치만을 통해서도 권력을 표현하거나 집행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자리 배치를 한 사무 공간에서 일하면서 회식 시간에 아랫사람에게 편하게 말해 보라는 말은 안하시는 편이 낫다.
공공의 적, 형광등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서 창조되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인간들은 자존감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동물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동물이다. 그중에서도 주광성 동물이다. 인간은 빛이 필요한 동물인데, 산업화가 되면서 인간의 본능과 상충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인간이 삶을 영유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실내로 햇빛을 들여오기 위해서 창문을 만들었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창문이 필요했다. 더 많은 빛을 실내로 들이기 위한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은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서양 건축은 주로 벽이 구조체이다. 실내 공간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창문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벽을 뚫고 가로로 긴 창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발달하면서 공간을 가로세로 수평으로 무한정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형광등의 보급으로 햇빛을 위해서 천장 높이를 높이거나 정원을 끼고 긴 선형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제한된 높이에 더 많은 층을 넣기 위해서 천장 높이는 머리만 안 닿을 정도로 최소화되었다. 그래서 현재 우리는 높이 2.4미터의 천장 높이에 가로세로 폭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형광등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천장 높은 사무실 또는 어느 자리에서나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사무실에서 일했을 것이다.
아파트와 돼지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과거의 문명들이 살아남는 데는 식량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였다. 기근을 못 넘기면 그 종족은 모두 죽어 없어지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기근을 넘기기 위한 방식으로 좀 불편해도 그들은 멀리 떨어진 여러 장소에 분산해서 농사를 했다고 한다. 다른 기후대와 다른 작물을 나누어 농사를 함으로써 한 지역에 피해가 와도 다른 지역의 작물로 살아남기 위한 위험 대처 방식이다. 현대의 주식 투자자들이 다양한 업종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외에도 각 문화는 식량을 오랜 시간 저장하는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기근을 넘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김치와 각종 젓갈들도 대표적인 식량 저장 기술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식량 저장 기술은 가축을 키우는 것이다. 고대의 농부들이 돼지를 키우는 것은 남는 식량을 오랫동안 보존 가능한 식량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소비 후에 남는 감자나 고구마를 돼지에게 먹이고 수년 후 기근 때에 돼지를 도살해서 식량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보신탕을 먹는 풍습도 이와 비슷하게 부족한 단백질 공급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식량이 풍족할 때에는 먹다가 남은 음식을 개에게 먹이면서 보안용으로 개를 이용하다가 단백질이 필요한 순간에 개를 보신용으로 먹었던 것이다.
과거에 식량은 곧 생존이었다. 현대 사회에는 돈이 그 역할을 한다. 과거에 식량 저장의 한 방편으로 돼지를 키웠다면 현대에는 돈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산다. 부동산도 돼지나 발효식품처럼 부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가 기근을 넘기는 방식이 되듯이 현대인들에게 돈이 부족한 시기를 넘기는 방식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아파트는 환금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돼지의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중산층 국민들은 은퇴 후 아파트를 처분해서 돈의 기근 시기를 넘긴다. 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돼지와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사촌 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감안하면 수많은 아파트 돼지들이 도살을 기다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건축은 인간이 동굴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인간과 함께한 역사이다. 이 책을 통해 건축의 다양한 정보들과 올바른 건축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