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증이 엄청난 소설. 묘사도 상세해서 영두와 같이 창경궁, 창덕궁, 원서동 곳곳을 함께 거니는 기분이다.
문화재를 발굴하듯 주인공 영두와 낙원하숙 할머니의 과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건물을 지어 올리듯이 과거 파편들이 모여 인물의 일대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 이야기를 매우 촘촘하게 만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망 이후 조선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이들을 '조센 카에리'라 부르며 멸시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 옛날 '환향녀'들이 떠오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해 조선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는 아기엄마 이야기도 가슴에 남았다.
일제의 잔재인 대온실을 철거하지 않고 수리해서 남겨두듯, 과거 나와 악연이었던 이를 완전히 파내어 버리지 않고 조심스레 다가가듯, 나의 부정적인 모습들을 한번씩 직면하여 개선해 나가듯,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머물다 돌아갈 수 있게끔 해 볼까, 하고 마음먹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땅을 파고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법.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수리 전엔 마음을 단단히 하자.
중국과 인도는 가깝지만 고원지대로 가로 막혀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이 더 용이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작가님의 좋은 점은 문화 발전의 시간 순서는 있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항상 설명해주신다는 것이다
그 옛날부터 유목민족과 한족과 티베트 족이 서로 차지하려고 애썼던 땅이고, 그 결과가 불상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서하라는 나라가 예전에 강력해서 중원을 물리치고 이 지역을 차지했다. 하지만 몇 백년 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징기즈칸의 명령으로 후손 한 명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우리나라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중국 답게 규모가 큰 문화재를 한 번 보고 오고 싶다. 그러면 또 우리 나라의 멋이 느껴지는 석굴암도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다.
남도 답사 일번지가 천년고도 경주나 한옥마을 전주가 아닌 강진 해남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추사 김정희가 곳곳의 현판 작업에 참여하거나 영향을 줬다는 것도 놀랍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덕대왕신종이 그토록 무겁고 이를 견딜 수 있는 부품을 현대 기술로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이지만, 그 기술의 발전에 돈이 투입되지 않으면 고도화되지 않아, 오히려 고대에 마음과 정성을 쏟아부은 문화재보다 못한 결과물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고작 일주일 남짓한 여행에 책 한권 분량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량을 채운 것은 일본에 남겨진 우리 나라의 역사였다
백제와 일본이 친했다는 것
한국인의 유전자가 일본에 전달되었다는 것
조선의 많은 도공이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것
일본이 저지른 일은 많지만 적개심에 매몰되어서는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다
일본은 도공을 강제로 데려갔지만 장인으로 대우해주었다
그 결과 도자기 문화가 꽃을 피웠다
그 뿌리가 조선이라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나라의 도자기 문화가 그마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은 자랑스럽지 않다
문화재 이야기이지만, 그냥 앞으로의 미래를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길을 가면서 보이는 풍경은 그냥 우리나라이다.
이 자체로 100년이 지난다고 문화재로 뒤덮힌 거리일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다닥다닥 늘어선 아파트와 콘크리트가 무슨 문화를 담을 것인가.
이제는 그런 것을 고민하면서 집값이 비싼 도시가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남을 도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땅에 숨어 있는 역사들 이야기들이 컨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잘 기억할 수 있게 공존할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