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애호의 마음을 멈추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책들
5소설에서든 산문에서든 우리가 만나는 문장과 이야기는 결국 살아본 적 없고 아마도 살아볼 일 없을지 모를 누군가의 삶과 생각들. 거기에 미치려는 이해의 노력을 끝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스토너>(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코리아, 2015)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낮은 위치에서의 기쁨과 위안을 알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고 인내하려 노력한 이의 일대기는 어쩐지 실패한 삶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생의 문학이 대단한 서사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작품에 깃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묘사하는 마음>(김혜리, 마음산책, 2022)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그 영화와 영화를 본 관객 자신에게 오래도록 편지를 띄우는 일. 김혜리의 문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비로소 그 모든 영화의 잔영들이 저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도록 해준다고도 믿습니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황현산, 난다, 2018)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도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어른이자 선생의 문장을 계속해서 곁에 가까이 하는 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지 앞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무지에 둘러싸여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229쪽)일 테니까요.
<복자에게>(김금희, 문학동네, 2020)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 작가의 말처럼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그 모든 걸 버텨내고 용인하겠다는 아득히 간절한 다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문학동네, 2024)
연필가루 위에 연필가루를 얹고 선 위에 선을 보태듯이. 연민하지 않으면서도 인물과 그의 삶이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하는 작가의 시선이 내내 이야기의 세부를 보듬는 소설입니다. 오직 김애란의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진실이 있음을 이 책에서도 경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