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현대의 직업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궁금한 사람
- 나와 다른 직업의 세계에서는 어떤 감정적/정신적 피로가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
- 일에 대해 갖는 고민의 근원이 나에게 있는건지, 직업에 있는건지 모르겠는 사람
* 어쩌다 집어들었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오래도록 계속 고민중이다. 도덕적으로 옳다가 아니라 이것이 나의 미래 또는 내가 원하던 일인지에 대해서였다.
현장 독서모임에서 주제로 선정된 책을 읽던 중 뒤의 책갈피에 출판사가 홍보용으로 적어놓은 다른 출간작 소개란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 때는 시중에 또는 SNS나 유튜브에서 자주 볼법한 번아웃이나 감정노동에 지친 노동자와 직장인들을 위한 심리치유 또는 상담책이 아닌가 예상했다.
우선 실제로 도서관에서 대출하며 두께를 보니 절대 그렇지 않겠다는 걸 짐작했고, 아닌게 아니라 책 서문에서부터 제목에 걸맞게 무게감을 던진다.
* 무슨 얘기를 하는 책인가
책에서는 순서대로 가정 돌봄노동, 가사노동자, 교사, 판매직, 비영리단체, 예술가, 인턴, 시간강사, 프로그래머, 운동선수의 직업을 소개한다. 다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현대 직업과 노동의 세계는 모두 1)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고용주에게 증명해야 하고, 2) 일에 대한 집념과 헌신, 열정이 있으면 금전적 보상을 덜 받아도 참아야 한다는 덫에 묶여 있다.
작가는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나머지 일자리들을 포함하여 직업이란 애초에 역사 속에서 즐거웠던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직업은 고대부터 꽤 오랜 세월동안 상류층을 위해 노동력을 누군가에게 바치는 착취의 형태였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시민' 계급은 대다수의 노예 그리고 기술이나 상업적 지식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나우소이(banausoi)들에게 사회 유지를 위한 경제활동을 다 떠넘기고 자신들은 공익적 정치활동에만 참여하는 사회였다.
현대의 직업과 노동은 두 화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표준화와 일에 대한 열정이다. 업무가 표준화 된다는 말은 작업자가 누구라도 동일한 수준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매뉴얼, 가이드가 있어왔고 이제는 AI가 '보조'라는 미소를 띈, 그러나 왠지 섬뜩한 탈을 쓰고 오고 있다.
표준화는 또 다르게 말하면 '나'의 업무성능이나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나'의 성능이 아닌 프로세스와 절차가 일을 하게끔 바꿔 '나'라는 존재를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때부터 '나'는 일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라도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직원이나 피고용자들은 책잡히지 않고자 언제나 웃어야 하고 불만을 표출해서는 안되는 '감정노동'이 파생됐다.
90년대에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여러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플랫폼이나 ICT로 발전한 회사들은 점차 직원들에게 창의력과 자기주도성, 열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이나 소매업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정작 창의적이고 자기주관이 강한 직원을 배척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직원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라고 한다.
직원이 자의든, 타의든 회사와 일에 충성하고 열정을 바치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을 자주 바꿀 필요가 줄어든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채찍질 할 필요도, 당근을 줄 필요도 없이 알아서 부품이 스스로 잘 굴러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사회고, 당신이 현재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는 시대 담론은 모든 문제를 개인에게 귀속시키면 된다.
작가는 이를 책임의 외주화라고 정의한다. 당신이 일에 만족 못하는 이유, 당신의 성과가 부족한 이유, 당신의 근무조건과 보상이 적정하지 않은 이유를 열정과 일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고 화살을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성공한 개인이 되고 싶으면 자기 일을 사랑하는 전문가처럼 되라고 한다.
사랑은 상호 관계다. 당신이 설령 먼저 일을 사랑하더라도, 일은 당신을 더 부추길 뿐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우리는 언젠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지쳐 나자빠질 것이다.
인간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은 즐거웠던 적이 없다. 직업은 인간이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생계를 해결하고자 필요로 생겨났다. 그것이 어느 순간 역전되어 직업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열정과 헌신과 꿈을 찾으라는 세상으로 몰아가는 지금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작가는 지적한다.
그러므로 일을 사랑하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열정이 없다고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진정한 위로다.
"자본주의가 사용한 가장 대단한 속임수는 노동이 우리의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 p.466
'또 다른 나'가 다시 말합니다. 이제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도와줄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그 말과 함께 '과거의 나'를 토닥여 줍니다. 그 느낌을 가슴 깊이 느끼세요. 그리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또 다른 나를 신뢰하세요. 신뢰할 수 있겠나요? (p.67)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어떤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아픔을 지니고 살고, 또 어떤 이들은 혼자만의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산다.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 부정적인 마음이 더 컸던 것은, 혹시나 이 책에 등장한 이들이 이 책으로 더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의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고, 특히나 마음이 아픈 이들이, 혼자 앓지 말았으면 좋겠다 싶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주는 이들이 세상에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17명의 상담사례, 30가지 치료 사례. 이 책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가 그저 담담히 기록되어 있다. 대인기피증, 독박 살림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아빠의 성추행으로 인한 불면증과 남자 혐오, 공황장애, 강박증, 조현정동장에, 환청과 환시, 자해, 불안증, 차별로 인한 미움, 분노조절장애, 피해의식, 피해망상, 고부강등 성격장애, 가치관 차이, 가스라이팅 등의 사례가 꽤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내가 이 상담 리스트를 적어두는 이유는 혹시나 이런 심리상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례를 읽음으로써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마음이 아주 아픈 상태라면 상담소를 당연히 찾아가지만, 마음이 힘든 정도라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 과거의 나는 이유 없는 우울감에 심리상담소를 찾았던 적이 있는데, 상담사가 “그럴 수 있어요. 저도 그래요.” 하는 말을 듣자 거짓말처럼 우울감이 사라졌다. 혹시 나처럼 일시적 우울감을 겪는다면 타인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공감했다가, 그래도 나는 많이 아픈 게 아니었구나! 안도했다가, 온 마음으로 토닥여 주고 싶다가 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다 든 것처럼 말이다.
라포르란 상호 간에 친밀감, 유대감,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말한다. 내담자는 상처받은 사람이고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담사가 이를 잘 맞춰줘야 한다. 내담자의 감정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왼쪽으로 따라가 줘야 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면 오른쪽으로 따라가 줘야 한다는 말이다. (p.71)
사실 모든 상담가가 내담자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찰떡같은 상담가가 모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처럼 그저 본인도 그렇다는 한마디에 아무렇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상담의 공통점은 “상담을 시작한 것”이다. 마음은 열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벼랑 끝에서 돌아올 수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매우 평온해졌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이제 다 괜찮아요.”하고 말해주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담담히 써 내려간 이 책에서 당신이 무엇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분명 쉼 없이 위로를 던지고 있다. 그 위로를 받고자 한다면 당신이 일단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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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위한 심리상담책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들과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말 한 마디 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지. 사람들의 눈빛 하나에 흔들리고 상처받는
나는 어느새 말더듬이와 꿀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처음에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나는 이 책이 꿀벙어리를 뛰어난 언변가로 바꾸어 주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작가는 이 책을 통해 언변가가 아닌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길을 안내하고자 하였다. 그는 말의 날카로움 속에 숨겨져 있던 나의 아픔을 발견하고, 어루만지고,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더 포용력있고 깊은 말그릇을 빚어내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은 나의 언어 습관과 말그릇을 통해 상처받았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특히 말로써 상처받은 사람들, 말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얻길 바란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
38쪽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