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착한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인사를 잘하는 아이?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면 반대로 할게요. 어떤 아이가 가장 별로인 아이인가요? 못된 아이? 공부를 못하는 아이? 인사를 안 하는 아이? 그러면 인사도 안 하는데 공부도 못하고 못된 아이는 최악의 아이일까요? 반대로 공부 잘하고 인사도 잘하면서 착한 아이는 제일 훌륭할까요? 정작 어떤 것이 제일 낫고 나쁜지 말하지도 못하면서, 많은 부모는 아이들을 경쟁 구도에 줄을 세우는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든 1등을 하라는 1등 중독자들처럼.
'위대한 경주'라는 책을 만나며, 나 역시도 특별한 내 아이를 혹시 경쟁하는 줄에 세워놓고 1등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또 행여 앞으로도 내 아이를, 아이가 원치 않는 줄에 세워 빠르게 달리라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등을 떠미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고요.
이 이야기에는 수많은 '장'들이 나옵니다. 장 씨 성을 가진 이들이 만든 대회이기에 장씨 성을 가져야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죠. 큰 의미 없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자체가 풍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준 조건으로 이미 '제한된 시합'을 하는 선택받은 아이들. 어쩌면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름이라는 제한을 서두에 내건 것은 아닐까요?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목에 걸치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다른 리그에 선다는 뜬소문(!)을 가진 우리나라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들 말고는 이 경주에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뛰라니 뛰는 애들도 있고, 자신의 욕구대로 기타를 목에 매거나, 출발선도 모르거나.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경주는 시작부터 쉽지 않더니 낙오자들과 경로 이탈자가 난무합니다. 급기야 위험에 친구를 위해 뛰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참가자도 있죠. 1등이요?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에는 1등이 없습니다. 그리고 꼴찌도 없습니다. 모두 경기장을 벗어나 자신이 꿈꾸던 대로, 바라는 방향으로 살아갑니다. 그 모습에서 아마 많은 부모님은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깊은 생각을 주는 스토리가 아이들에게는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 익살이 가득한 일러스트는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만 특별한 대화를 박차고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아이들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이들이 행복해했으니까 엄마·아빠들도 행복하게 그 옆에 앉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했습니다. 그 말에 또 한 번, 아이의 순위가 아닌 행복에 귀를 기울이는 엄마가 되고자 결심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봅니다. 아직 어려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지는 못했지만 7살의 아이도 자신이 바라는 미래가 있고, 자신이 행복하면 부모도 행복하리라는 깊은 신뢰를 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믿음과 용기를 가지면 가능한 일이었음을 문득 느낍니다.
“부모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메이커나 트레이너는 될 수 없다.”
제 다이어리에 적힌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이 말. 다른 부모님께도 이 책이 닿아 아이의 꿈을, 아이의 미래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트랙을 벗어나 자신이 바라는 곳을 향해 걷는 용기 있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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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 아이의 경우 우리 아이처럼 헤어짐이나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분양받아온 소라게가 죽었을 때, 우리 아이는 왜, 어째서 소라게가 죽었는지, 그러면 파랑이(소라게)는 이제 어디로 갔고, 왜 그 몸을 간직하면 안 되는지 그 무엇에도 수긍하지 못하는 투였습니다. 그때 저는 왜 아이에게 한 번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이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한 번이라도 이야기해줬더라면, 조금은 덜 힘들었으려나 하고 말입니다. 그때 우리 아이의 마음을 달래준 책이 북극곰의 '안녕, 모그'였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의 반려동물은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 소라게였지만 그림책이 주는 엄청난 힘을 또 한 번 실감했었죠.
이번 주, 또 한 권의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을 이야기한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뭉치와 나'입니다.
표지를 봤을 때는 푸근하고 커다란 반려견이 함께 하는 포근함을 상상했는데, 내용을 읽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어요. 아이의 감정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실제 반려동물을 잃은 가족들이 이 책을 본다면 함께 울며 아파하다가 같이 마음을 도닥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장면에서부터 뭉치는 누워있어요. 많이 늙고 힘들어하죠. 늘 뭉치와 함께하던 '나'는 꼬리를 한번 흔들고 눈을 감은 뭉치가 그리워 머리에는 먹구름이 끼고, 눈에 비누가 들어간 것 같고, 문어가 온몸을 칭칭 감은 듯한 슬픔을 느껴요. 진짜 비누가 통째로 들어갔다고 해도, 그렇게 오래 슬플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꿈에 뭉치가 다녀가고 나서야 아이는 뭉치가 언제나 곁에 있음을 깨닫고 먹구름과 비누, 문어에게서 벗어납니다. 물론 그리움이 불쑥 찾아올 수 있단 것도 알지만 말입니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머리에 먹구름이 낀 듯 슬프고, 눈에 비누가 들어간 듯 아프고, 문어가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답답하다고 언어로 표현하면 '구체화'한 마음 때문에 슬픔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른보다 아이들은 표현하는 단어가 적어 슬픔을 풀어내는 기술도 더 적기에, 아이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나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도움을 얻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이 책에 적힌 문장들이 더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아이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자주 연습해왔기에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표현 하나하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들을 직접 만들어보았는데 우리 아이는 엄마랑 놀면 “바닷물이 햇살에 반짝반짝하는 거 같아”라고 표현해주었답니다.
내용에 이렇게 배울 게 많은 것처럼, 일러스트에도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나'의 슬픔이 커질수록 커지는 먹구름, 온 집이 눈물에 잠긴 모습, 아이의 표정 변화 등 일러스트만으로도 아이의 감정 상태를 유추할 수 있어서 글씨 없이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아이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내내 마스크를 하고 다니느라 아이들이 타인의 표정을 읽을 줄 모른다고 해요. 집에서라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줘야 한다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만나는 그림책을 보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달래주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다양한 감정을 배우게 하는 고마운 그림책, 뭉치와 나였습니다.
(이름짓기 이벤트에서 제가 '뭉치'를 응모해서 더욱 정겨운 녀석, 뭉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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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슈렉'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아마 없을 듯하다. 못생긴 '괴물'이 타인을 놀라게 하는 재미로 살다가 한 공주를 만나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유쾌한 애니메이션.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익살스럽고 개성 있어서 아이도 어른도 깔깔 웃으며 보는 듯하다. 슈렉의 원작자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역시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익살이 넘친다. 오늘 소개할 '슈렉!'이나 '아모스와 보리스',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등 그림부터 스토리까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아이들은 인류의 희망이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이 책에 녹아들어 아이들의 마음도 사로잡는 것 같다.
책 '슈렉'은 영화 속 슈렉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애니메이션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집중했다면 책은 과장된 일러스트와 재미있는 문장에 시선이 간다. 일단 일러스트를 이야기해보자. 책 속 슈렉은 애니메이션에 비해 날씬하고 더 못생겼다. 살짝 짓궂음이 더해져 우리 꼬마는 “더 늙어 보여”라고 말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어찌나 과장된 매력이 넘치는지! 기절한 농부의 보라색 얼굴, 아이들 사이에서 진땀을 빼는 슈렉의 표정, 피곤해 보이는 동키, 프린세스 피오나를 떠올릴 수도 없는 못생긴 공주님 등 아이는 일러스트만으로도 깔깔 웃음을 터트린다. 터무니없이 큰 용이나 공주가 깔고 앉은 악어의 모습은 웃음을 더하는 요소!
실컷 일러스트를 보고 나면 내용을 읽어야지! 그런데 이 문장들이 매우 매력적이다. 문장 호흡이 짧아 아이들이 직접 읽기에도 충분하고, 구어체라 읽는 재미도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문은 아이가 마녀의 흉내를 내기도 하고, 슈렉의 흉내를 내기도 하며 읽는데, 운율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너무 재미있다며 여러 번 반복해서 읽던 꼬마는 마치 슈렉이라도 된 듯 사과잼 롱롱을 외치고 다니기까지 한다.
이렇게 재미있기만 해도 사실 충분하다. 아이가 읽고 신나고 재미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 책에는 숨은 매력이 하나 숨어있다. '못생긴' 자리에 '잘생긴'을 '냄새나는' 에는 '향기 나는'을 넣어 읽어보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외모에 대한 편견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꼬마는 잘생긴 슈렉으로 스토리를 바꾸어 읽고 난 후, “슈렉이 자꾸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니까 더 못생긴 행동을 했나 봐”라고 말했다.
영화와 다르게 슈렉과 피오나는 여전히 무시무시하게 산다는 것으로 스토리는 마무리되지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 방법,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는 법 등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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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아이와 읽으며 몇몇 동화들은 잔혹 동화이거나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 왜 책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남자만 잘 만나면 잘 살고, 왜 누군가는 꼭 잡아먹히거나 갇혀야 하는가! 여전히 그 의문들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았으나, 아이가 기관 생활을 하며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를 모르기 쉽지 않다 보니 되도록 덜 자극적인 것, 조금 더 아름다운 것을 읽게 해주고 싶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부모님이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것이고. 그런데 사실 엄마가 떡도 빼앗긴 채 잡아먹히고, 아이들은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달아났다가 겨우 두레박을 타고 탈출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곰곰이 뜯어보면 너무 슬프다. 착하게 산 남매는 왜 엄마랑 잘 살 수 없는 것인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내 생각에 가장 가까운 버전의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동화에서도 슬픈 이야기는 변함이 없지만, 서정적인 그림을 통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최소화했고,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잔혹한 부분은 덜 읽어주고, 일러스트에 집중하게 한다면 슬프지 않게 해와 달 오누이 이야기의 교훈만 전달할 수 있다.
내용적인 면을 이야기하자면 다른 전래동화보다 훨씬 부드러운 어투를 사용했고, 유한 단어들을 선택하여 무서운 느낌이 사라졌다. 또 잡아먹히거나 대상들이 고통스러운 장면보다는 남매가 꾀를 내는 장면, 하늘에 기도하고 두레박이 내려오는 장면에 집중하여 교훈을 얻되 무섭지는 않게 이야기를 잘 끌어냈다. 이것은 비룡소의 전래동화 전집에 전반적인 분위기로 만약 아이에게 읽어줄 첫 전래동화로 매우 적합하다. (사건의 극적임보다 교훈의 전달에 중점을 둠)
이 책은 일러스트가 특히나 매력적인데, 어머니를 잡아먹은 장면 대신에 풍경이나 동물들의 움직임으로 은근한 복선을 제시하였고 청색과 주황색을 사용해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또 남매와 호랑이의 대치에는 나무들을 그림자처럼 사용하여 몽환적인 느낌과 긴박함을 잘 담아냈다.
때때로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는 그 자체의 교훈이나 감동은 분명하지만, 선정성이나 잔혹성 때문에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책을 잘 만드는 회사의 책에 집중하는 게 좋은 듯하다. 비룡소의 전집 덕분에 그동안 전래동화나 명작동화에 가지고 있던 걱정을 다소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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