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김중혁님 말처럼
내가 봤었던 프랑켄슈타인이 이런 내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어 보니 이 책 진짜 좋다.
‘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오. 나도 당신들과 같은 보통의 인간이고 싶소’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 낸 괴물이라는 존재가
독학으로 완성한 수 많은 언어로 저런 말을 하는데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과 끝내 사랑받지 못한다는 현실의 간극이,
그의 울부짖음이 마음에 깊이 닿았다. 이렇게 마음을 울리다니ㅠ
예전에는 괴물에 대한 두려움만 남았다면
이제는 연민만 남게 된 프랑켄슈타인이었다.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평소 궁금하지 않았던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아주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일기 예보나 기상과 관련된 기사는 '내일 비가 오느냐,
황사가 심할까' 등의 결과에 집중한다.
하지만 KBS 기상전문기자 김세현의 저서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은
그 결과 값이 도출되기까지의 치열한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서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날씨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질문을 던져야 할 대상으로 이야기한다.
기상청의 수치 모델이 내놓는 방대한 데이터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 과정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숫자로 가득한 기상도가 어떻게 일상의 언어로 바뀌는지, 그 '인터뷰'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 책을 읽는 동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날씨에 관한 전문적인 분야가 새삼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김세현 기자는 현대의 기후 변화를 관찰하며 인류의 미래를 묻고 있다.
단순히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경고를 넘어,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과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질문도 함께 한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영화 '투모로우'를 보고 기후학자에 대한 꿈을 키운 저자 개인사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신선한 행보를 이어가는 다양한 경험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연히 스승의 제안으로 방송 기자의 삶으로 들어선 저자의 초보 직장인의 실패담?이 있기에 책을 읽는 독자들은 더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방송을 통해 보는 앵커나 기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아주 숙련된 기술을 겸비한 전문적인 분야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누구보다 힘든 노력의 댓가로 얻어진 결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작년과 같은 봄철의 대형 화재 사고가 났을 무렵이나 엄청난 태풍이나 폭설 등의 기상 이변이 생길 때 우리는 TV의 일기 예보에 촉을 세운다는 사실을 그냥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였는데.....
그러한 사항이 생겼을 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기상 관계자들의 노고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자연의 현상을 과학적 자료나 빅데이터에 근거해서 예보를 할 수는 있지만 100% 정확도라는 게 없는 기후와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심적 부담감을 책을 통해 알게 되니 고마운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2024년도 봄에 양봉협회 출처의 20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200억 마리의 수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금방 궁금해 지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기준 또한 이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라는 생각에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의 다양한 직업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날씨에 관여하는 직업군에 대한 존중감이 생긴다.
우리가 매일 저녁 TV를 통해 접하는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 등이 이런 전문 분야의 노고로 만들어지는 것을 생각할 때 저자가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에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절박감까지 느낀다.
기상 전문기자의 특보 중에 가장 난도가 높은 특보가 산불이라고 한다.
태풍이나 장마 같은 기상 현상은 예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산불은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르고, 언제 꺼질지도 예측할 수 없는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는 재난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통해 김세현 저자의 기상 인터뷰 장면을 검색해서 보았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책을 통해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 또는 기상 예보가 TV를 통해 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새삼 궁금해졌다.
"날씨와 인생은 원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니까"
저자의 멘트가 책을 읽은 후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는다.
저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날씨와인터뷰하는법#김영사#책스타그램#독서#북스타그램#책추천#기상특보#날씨#독서모임
[독서 후 주요 감상]
# 돋보이는 인터뷰이의 전문성
한 명의 이야기로도 하나의 책이 나올 수 있는 각 분야 15인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대담이 실려있는 책. 종사하는 필드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던 이들답게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들의 말은 혼란한 현대 사회에서 독자들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능동적 주체성을 안내하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각 대담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그림을 삽입하는 등 현대 기술과 협업 시도도 돋보인다.
# 참신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하지만 AI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자 한 목적이 있음에도 인터뷰이들의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본 주제의 얘기가 묻히는 대담들이 존재한다. 또한 AI의 답변과 실제 인간 전문가의 육성 답변을 병치한 시도는 참신했지만, 가독성이 떨어져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챕터 끄트머리에 이러이러한 점에서 답변 간에 차이가 있다고 언급을 넘어 구별되는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하거나 비교표라도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발췌한 책 속 문장]
10P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 두려움과 기대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이를 우리는 호모메디우스Homo Medius, 즉 ‘사이 인간’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_「프롤로그」 10쪽
≫ 인간은 기술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객체가 아니라, 문명의 균형추를 잡는 주체임을 선언하고 다짐하는 문구.
27P 저는 공존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대립의 관점에서 계속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느끼는 공포 때문이죠. 이 두려움을 빨리 걷어내고, 어떻게 AI와 공존할지, 또는 더 현명하게 이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인터뷰 中
59P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존재죠.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인간다움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소설가 장강명 인터뷰 中
79P 건축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공간이 삶을 바꾸고 관계를 정리하며 사회를 설계하는 틀’이기 때문이에요.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위한 구조’를 누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 아닐까 싶어요.
- 건축가 유현준 인터뷰 中
96P 어쩌면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가 이제 인간을 빼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역설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뇌과학자 김대식)는 칼럼에서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거짓말이 오히려 "인간을 빼닮은 지능"의 발현 증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의 뇌 역시 입력된 감각 데이터를 그대로 출력하지 않는다. 파편화된 기억을 조합하고 때론 존재하지 않는 서사를 덧붙이는 것이 인간이다. AI의 환각을 인간의 서사 창조와 비슷하게 여기는 인터뷰이의 상상력이 참신하다.
145P 물론 시대적 맥락이나 장식은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인간의 본질을 잘 드러내느냐가 작품의 생명력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 연출가 이대웅 인터뷰 中
160P 인도를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성격에 있습니다.
- 인도학자 강성용 인터뷰 中
192P 생물학적ㆍ물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문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철학자 최진석 인터뷰 中
196P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 철학자 최진석 인터뷰 中
220P 따라서 자신이 타자를 맞이하거나 혹은 자기 안의 타자를 발견하는 행위가 예술이나 문학을 접하는 행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학평론가 이광호 인터뷰 中
230P 흔히 사진을 ‘찰나를 포착하는 예술’이라 말하죠. 하지만 그 찰나는 오랜 준비와 숙고 끝에 만들어진 계산된 순간일 수 있어요.
- 사진가 김용호 인터뷰 中
≫ 예술의 진면모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예술가가 감내한 시간과 고민의 궤적에 있음을 말하는 대목.
234P 예술이란 단순한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안에 감상방식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 사진가 김용호 인터뷰 中
≫ 누군가 비슷한 방식으로 감상을 해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은 결코 같을 수 없기에 오늘날 수많은 예술의 변주가 펼쳐지고 있다.
244P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일상 속 대화 파트너로 자리 잡을수록, 우리는 더욱 정교하게 언어를 사용하면서 비언어적 요소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생각해요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면접자의 눈빛과 표정, 말투까지 샅샅이 분석하는 AI에게 굽혀야 하는 취업 구직자의 서글픈 현실이 떠올라 씁쓸해진다.
248P 즉 호칭과 높임법 문제는 단순한 언어 사용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위계와 관계 설정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합니다.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대한민국만큼 세분된 호칭과 높임법 문체를 지닌 나라도 극히 드물지.
249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가치관 차이가 아니라, 언어적 구조와 위계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관계 설정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공식적인 자리에선 금지되어있지만 아직도 암암리레 사용되는 압존법이 대표적이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