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스트,성악가,영화감독,사진 작가까지. 음악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았다.
음악이라는 건 대체 뭘까.사람이 만들어서, 사람을 울리고, 사람을 잇고, 사람을 구하는 예술. 매번 그 힘에 감탄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뷰이들의 '음악에 대한 통찰'을 넘으면 '인생에 대한 통찰'이 나타난다. 다들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직접 겪기 전에는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도 계속 곱씹고 싶어서 책을 소장해 둘까 싶다.
클래식을 더 잘 이해하려면 흔쾌히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도 넓히라는 박종호 선생님의 말에 밑줄을 쳤다. 더 많은 것들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건 취향의 성장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장이기도 하다. 듣는 음악이 넓어지는 것. 처음부터 내치지 않고 그래, 한 번 경험해볼까 하는 것.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면서 음악 외의 것들을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 사람도 몰랐던 거지. 그 기억 하나가
겨우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때 분명히 봤어. 기억의 힘을.'
"처음에 뭔가 깨달았을 때는 날아갈 것처럼 좋아요. 내가 현명해진 것 같고, 인생이 더 명료해진 것 같고, 머릿속이 그늘한 점 없이 또렷해. 맑아. 그 깨달음으로 한동안은 잘 살지. 그러다가, 또 사는 게 힘들어져. 하지만 다행히 또 다른 깨달음이찾아와. 그럼 그 깨달음으로 한동안은 또 살아. 그러다 또 새로운 걸 깨닫고, 또 다른 걸 깨닫고, 또 깨닫고 계속 깨달아. 근데, 그게 사실은 ∙:.::•같은 깨달음일 때가 많은 거지. 깨달은 순간을 망각하고는 처음 깨닫는 것처럼 같은 이치를 다시 깨닫는거라고. 인간이, 한 인간이 깨달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거였다고.
인생이라는 큰 들은 반복되는 게 맞아요. 그건 바꿀 수 없
어. 하지만 디테일들, 그 디테일은 바꿀 수 있어. 쉽게 말해서, 내가 영화감독 되려고 했다 했죠? 영화를 보면 결국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건, 그 원형은 크게 바뀌지 않아. 관객들이 익숙하고 좋아하는 플롯은, 그런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그냥 새로운 에피소드만 추가되는 거야. 그래서 제길, 꼭 인간이 아니어도 에이아이가 그렇게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건처럼! 인생도 그 디테일이 바뀌는 것뿐이에요. 그 디테일이.....기억이란 말이죠."
인상적인 기억이 중요하다고. 그런기억 몇 개면 인생 전체를 버티니까 말이야. 그래서 값이 나가는 거라고.그런 기억 하나 갖는 게, 참 의미가 있다고.무 슨 말인지 알아요?"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책이다. 이로써 폴 오스터의 책 세 번째. 맨 처음 읽었던 책이 오히려 작가의 유작이라 그를 관통하는 많은 주제가 담겼을 줄 알았는데 재출간 된 두 권의 책을 읽고 있자니 어쩌면 죽음을 앞둔 작가는 오히려 조금 편안한 작품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의 책> 또한 "상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둠 속의 남자>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놀랍고 어리둥절하다. 한 권의 책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역시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자체로 환상의 책이 된 것이다.
데이비드 짐머는 아내와 두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고 상실에 빠져있다. 사랑하는 일들을 잃었다는 그 자체의 절망과 슬픔뿐만 아니라 그 죽음에 자신이 몰아넣었다는 죄책감도 더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삶을 살지 않고 우울의 늪을 헤매던 데이비드는 어느 날 TV에서 방송되던 한 다큐멘터리 속 무성영화 코미디를 보다가 헥터 만이라는 코미디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웃게 되고 그 이후 헥터 만의 인생을 조망하고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헥터 만 영화의 첫 번째 연구서를 쓰게 된다. 그러니까 데이비드에게 헥터 만은 자신을 삶의 구렁텅이에서 끄집어내 준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그 한 권의 책이 헥터 만에게 이끌게 되고 데이비드는 너무나 많은 진실을 알게 된다.
<어둠 속의 남자> 를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환상의 책>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은 독립적인 다른 이야기들처럼 느껴지면서도 결국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연결되는데, <환상의 책> 속 연결고리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와 헥터 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데이비드는 사고였지만 스스로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데이비드는 헥터를 보며, 헥터 또한 데이비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을 것이다.
책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등장하고 다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첩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 또한 이만하면 이렇게 되겠지~ 하는 순간 또다른 반전에,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데이비드에게로 돌아가고 헥터와 데이비드, 헥터가 남긴 영화가 모두 관통하는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것.
정말 푹~ 빠져서 읽을 수밖에 없는 "환상의 책"이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미 유작이 존재하고 그 유작 먼저 읽어버려서 이제는 거꾸로 작가의 책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