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머리를 누가 치는것 같은 심한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사람이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글 한문장이 나에게 울림을 줄 수 있구나. 그래서 <책은 도끼다2>가 출간 됐을때 고민없이 구매해서 읽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책은 도끼다>가 생각이 났다. 비슷한 결이라고 느꼈는데 소름..!
저자인 김민철 작가의 직장 상사가 박웅현 작가였다. 역시 괜히 카피라이터가 아니고, 청출어람은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나는 이런 말랑말랑한 책들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가면 사람한테 치이고, 일에 데여서 사람이 독이 오른다.
얼굴도 불독상으로 바뀌어만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말랑한 책들은 나의 정신을 정화시켜주고 다시 한번 인류애를 충전시켜준다.
심지어 나는 이 책을 일상을 피해 도망친 시드니 여행에서 읽었다. 본다이비치 해변에 누워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 한번 일상을 버텨볼 힘이 생긴다.
아마 난 ‘김민철’을 그리고 ’모든 요일의 기록’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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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그때의 내가 궁금해서 다시 그 책을 읽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은 책을 발견한다. 새로운 감정으로 줄을 긋는다."
P.33
이미 거쳐 간 책들도 모두 자신의 시간을 숨죽여 다시 기다리고 있다. 그 책의 시간은 언제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사람과 책의 관계에도 때와 환경과 감정의 궁합이 맞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48
진실은 없거나, 혹은 별만큼이나 많은 것이니까. 그래서 누군가의 험담을 듣고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모르지."라고 말하며
균형을 잡는 사람이라면 신뢰를 하게 된다. 한쪽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한쪽을 고스란히 평가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아무리 해도 나는 잘 안되니까.
P.51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내가 껴안을 수 없어도,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다.
P.52 💟
"아무리 원망을 하고 있어봤자 바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이 일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였다."
P.58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P.75
이곳에서,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곳에서도, 그때,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나의 의무는 지금, 이곳이다. 내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 일상을 무화시켜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의무이다.
P.86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P.200
강백호에게 농구를 잘할 수밖에 없었던 기본기가 있었던 것처럼, 나에게 인생을 잘 살 수밖에 없는 기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그 기본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고,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새로운 뭔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P.207
💟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선배도 만날 거고, 나쁜 선배도 만나게 될거다. 하지만 후배의 유일한 특권은 좋은 선배의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선배의 나쁜 점은 안 배우면 된다는 거지."
P.219
💟
문득문득 선생님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계속했으니까 안 거다.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안 거다. 지치지 않았으니까 그 열매를 맛 본거다. 지쳐도 계속했으니까 그 순간의 단맛을 볼 수 있었던 거다.
P.227
도대체 그걸 모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꼭 있다. 어쩌면 그들은 무용한 세계가 주는 기쁨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팩트풀니스를 읽고]
빌게이츠의 인생책이라는 팩트풀니스(Factrulness). 베스트셀러 칸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책을 보며 언젠가는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교보문고에서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국제 보건과 의료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스 로슬링에 의해 쓰여진 책으로 올바른 사실 판단과 의사결정을 위해 이를 방해하는 인간의 내재적 욕구 10가지를 소개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데이터의 단순한 해석과 편의를 경계해야 함을 전달하고 있다.
한스로슬링에 의하면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부의 분배가 이루어 지고 있고 의료의 편의성과 기아 생존율 역시 기대치보다 많이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즉 데이터로 보았을 때, 이 세상은 나름 괜찮아 지고 있다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 받을 수 있다. 이후 데이터와 세상을 왜곡하게 인식하게 하는 인간의 약 10가지의 편의욕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1. 간극 본능 :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갈리지 않는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라.
2. 부정 본능 :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높다. 상황은 나아지는 동시에 나쁠수도 있다. 나쁜 소식을 볼 때면, 같은 정도의 긍정적 수식이엇다면 뉴스에 나왔을지 생각해 보라. 점진적 개선은 뉴스가 안된다.
3. 직선 본능 : 세상에는 다양한 곡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직선이라고 단정하지 마라.
4. 공포 본능 :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위험성을 계산하라.
5. 크기 본능 : 큰 수를 인상적으로 보일 때에는,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비율의 의미가 더 크다.
6. 일반화 본능 : 내 범주에 의문을 제기하라. 집단 내 차이점, 집단 간 유사점, 차이점을 찾아보라.
7. 운명 본능 :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8. 단일 관점 본능 :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잭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9. 비난 본능 : 어떤 불운한 사건이 벌어진 경우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 보다는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
10. 다급함 본능 :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라.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위와 같은 10가지 본능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걱정하는 세계적 위험 다섯가지(유행병, 금융 위기,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를 이겨내기 위해서 인류가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며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사실충실성을 실천하여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인류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과 따뜻한 조언은 과거 국가 보건 의료 종사자로써 경험 기반적이어서 그 내용이 매우 현실성있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손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할아버지의 따뜻하고 재치있으며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며, 아주 느리지만 점점 더 괜찮아지고 있다(실제로도 그렇다)는 희망을 갖게한다. 그 내용은 차가운 이성에 의한 것이지만 그 진심은 넘치는 인류애에 의한 것이다. 또한, 과거 저자의 다급함 본능으로 실수를 저질렀다는 회고록을 읽어보면 이 책이 매우 학구적이면서 동시에 자전적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또한, 사실충실성을 알리고 그 사상을 널리 알리려는 저자와 가족의 사명감에 감사함을 느끼고 이 책을 집필하다가 작고하셨다는 글을 읽으며 마지막에는 조금의 상실감도 느끼곤 했다.
위의 10가지 내용은 나 개인이 평소 뉴스와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볼때에도 편의에 빠지지 않는 무기가 되리라 생각이 든다. 평소 어떤 뉴스의 단편적인 내용만을 복고 세상을 지나치게 빨리 판단해 버리곤 하였는데,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데이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여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읽어 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히, 정책 의사결정권자나 입법권자,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반드시 읽혀야 하는 매우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난, 갈등, 양극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가 읽어보면 좋겠다.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몇번이고 읽어야 할 책이다. 사실충실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
「우상의 눈물」
● 우상은 일그러진 영웅보다 더 악랄하고, 어른의 전략은 더 교활하며, 우상의 몰락은 더 초라한
10p
● 자율을 목 놓아 강조하지만, 누구보다 통제를 갈구하는 과학 교사. ‘돈 욕심 없다는 놈이 누구보다 돈 욕심에 가득하다.’라고 말한 이지상 강사의 명언을 오늘도 되새긴다.
“자율이라는 낱말로 우리를 묶으면서도 실상 우리들 머리 위에 군왕처럼 군림하고 싶은 그의 저의를 찔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36p
● 담임선생은 절대 악이었던 기표의 무리를 와해하고 그의 가난한 처지를 약점 잡아 신분을 격하시키는 전략에 성공한다. 가난으로 동네방네 망신시키는 담임의 악랄함에 놀라면서도, 가정과 학교에서 폭군으로 군림하던 기표의 몰락에 동정이 안 가는 심정도 공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그 친구를 구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돼지 새끼들의 울음」
44p
● 2000년대, 2010년대만 하더라도 군대식으로 반을 통제하고 그것에서 나오는 동지애라 포장된 학생들의 가스라이팅을 이용하던 교사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반의 성적과 단합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통제되어야 한다는 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과거가 가끔은 무섭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들 마음속에 스멀거리기 시작한 삼 학년 팔반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감출 수가 없던 것이다.”
52p
● 교사가 자식을 완벽히 통제하길 바라는 심리는 책 속 시대 배경에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암암리에 학부모들 사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철저한 통제와 뒤따르는 신속한 결과 창출은 마약과도 같다.
“하고 일제 강점기 그 엄격한 교육풍을 들먹이는 회고파들에게 이 개학 날 제식훈련 운운이 구미가 안 당길리 없었다.”
71p
● 위신이라는 후광이 없어진 부패 교사는, 못난이 장년일 뿐.
“온통 땀으로 목욕을 한 얼굴이 형편없이 왜소하고 짜부라진 사내였다.”
「침묵의 눈」
93p
● 잔인한 고문, 트라우마, 정신병의 전염, 악순환. 역사적 의미를 찾아내기엔 가학적 묘사가 너무 잔인해 키워드로만 소감을 전하고 싶던 단편.
“나는 그 사내의 귀에다 나직이 속삭인 다음 그 뾰족한 턱에다가 냅다 주먹을 날렸다. 그 새끼였던 것이다.”
「우리들의 날개」
101p
● 절대적인 운명에 얽매인 것 같으면서도, 후에 일어날 일가의 비극은 스스로가 자처한 면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 가족은 우주적 힘과 인간의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몰락 모두를 겪는 것 같기도, 무속 신앙이라는 절대적 힘에 무서워했지만, 신의 뜻을 받들기 위해 악한 언행을 저지르는 건 그네들이었기에.
“그것은 어떤 알수 없는 힘과의 싸움을 의미했다.”
103p
● 가정에서부터 신체의 기본권을 해하는 부모는 자식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엄마는 부들부들 치를 떨면서 사정없이 두호를 패댔다.”
105p
● 주인공 가족의 파멸은 미신에 미친 엄마의 몫이 매우 크다.
“두호의 몸이 부엌 시멘트 바닥에 나둥그러지며 머리가 계단 모서리에 둔탁한 소리로 부딪혔다.”
126p
● 주인공은 산에 동생을 버리려다가 자신의 양심과 동생에 대한 우애의 손을 들어주며 되돌아온다. 광적인 신앙으로 인한 비극의 족쇄를 인류애가 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는 마무리. 앞으로 순탄치 않겠지만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날개 꺾인 이 어린 새의 어깻죽지에 새살이 돋을 때까지 내가 그의 날개가 되어 퍼덕여 주리라.”
「전야」
140p
● 옛날에는 자신이 스톡홀름 신드롬의 노예라는 사실을 몰랐던 일들도 많았으리.
“불쌍한 아저씨의 한숨뿐인데 사복 아저씨들은 자꾸 더 자세히 얘기하라니 참 딱하다.”
152p
●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며 자신이 애정이 아닌, 성폭력을 당했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춘자. 희망과 한의 공존.
“아저씨, 그 아저씨들의 결코 착할 수 없는 얼굴들을 참말이지 떨쳐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달평 씨의 두 번째 죽음」
168p
● 남몰래 한 선행이 매스컴을 타며 남이 다 알게 되어 달평 씨는 첫 번째 정체성의 죽음을 맞이한다.
“달평 씨는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리고 죽어버린 것이다.”
170p
● 자신 속에 거짓된 삶을 만들어 그것을 진실로 만들겠다는 리플리 증후군의 시작.
“죽었던 달평 씨가 느닷없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177p
● 단물이 다 빠진 먹이에 매스컴과 대중은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러나 날 샌 원수 업고 밤 지난 은혜 없다고 세상 사람들은 모든 걸 너무나 쉽게 잊었다.”
「밀정」
189p
● 근현대사의 흐름에 몸을 맡긴 밀정의 고백.
“이건 당신한테만 하는 얘기지만 난 해방이 되기 전 열여섯 살 때부터 급사 노릇 하며 사찰계일본 형사 끄나풀 노릇을 했다고.”
204p
● 문명의 발달 속 이름난 밀정도 퇴물 행을 피할 순 없다.
“영감님이 한 달 동안 죽어라 고생하며 얻어내는 걸 저는 단 몇분에 다 알아낼 수 있습니다.”
208p
● 관성을 떨칠 수 없어 묘에 들어갈 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추레함.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밀정 민완 씨는 다소 긴장된 얼굴로 설렁탕 두 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한 뒤 양복 주머니에서 여러 개의 메모지들을 바쁘게 꺼내고 있었다.
「맥」
236p
● 고향으로 귀향이 응어리를 녹여내는 햇살이 되었다.
“나는 그들의 억센 손아귀에 손을 잡힌 채 이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귀향을 진정 반기고 있구나-생각했다.”
「수렁 속의 꽃불」
● 아름다운 자연에 치유받고자 하는 기대를 품고 부임했지만, 그와 반대되는 지역민들의 추악함과 그에 젖어가는 말단 관리의 이야기.
「고려장」
287p
● 미친 부모의 폭언 폭행과 더 기울어져 가는 가세의 효가 절대적으로 숭상받을 수 있을까.
“엎친 데 덮친다는 격으로 모친이 그 모양으로 미쳐 단칸 셋방에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 현세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겨울의 출구」
328p
● 기록된 권리를 이유로 자행되는 폭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류애를 당연히 버려야 한다는 재물욕이 흥겨운 음악으로 표현되는 현장.
“현대 시장 옥상의 고성능 스피커에선 이런 난장판에 맞추듯 리듬이 빠른 유행가가 쩡쩡 울려 나오고 있었다.”
332p
● 주인공의 아버지와 누나는 미련함으로 돈과 건강을 잃지만, 그 미련함이 도깨비시장과 현대시장 간의 평화 협정을 만들고 가정까지 회복시켰다.
”겨울이 간다. 누나야, 네가 이긴 겨울이 가고 있다.“
「잃어버린 잠」
334p
● 휴전 이후 쉴 새 없이 성장한 대한민국 국민은 잘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을까.
“우린 수면 결핍 세대가 아닌가.”
● 343p
● 세계의 복잡한 관계성은 불면증에도 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나타나는 증세엔 그것이 아주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한마디로 단언하기란 정말 어려운 거지.”
358p
● 민주화의 열기 속 주인공 현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그 초여름 이 나라 곳곳에 넘쳐나는 몹시 수상한 열기가 자기 집 구석구석까지 배어들어 자신의 잠이 돌아오는 걸 방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추천사에서 번역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 던지는 저자의 견해는 가독성만이 무조건 좋다는 본인의 머리를 한 대 때린 것 같았다. 가독성에 치중한 의역이 자칫 정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성과 가독성 이 둘의 세력 싸움은 번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상 영원할지니.
● 책에서 하도 많이 봐서 기억에 남는 표현으로는 ‘무장을 벗기다’ ‘신과 같은’ ‘아레스와 같은’ 등등이 있다.
●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세발솥’이다. 세발솥이 어떤 존재길래 주요 재물로써 언급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구글 검색을 통해 세발솥이 왜 중요했는지 AI가 명료히 알려주었고, 그 사실을 공유차 본 글에도 옮겼다. 요약임에도 모바일로 주로 읽히는 플라이북 앱의 레이아웃 특성상. 보는 입장에서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양해를 부탁하고자 한다.
● “고대 그리스에서 세발솥(트라이팟, tripod)은 단순한 조리 도구를 넘어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탁의 상징 및 도구: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세발솥은 가장 중요한 종교적 상징물이었습니다. 신전의 무녀인 피티아(Pythia)는 세발솥 모양의 의자에 앉아 신으로부터 신탁받았으며, 이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국가적, 개인적 중대사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권위와 존귀함의 상징: 세발솥은 '왕위' 또는 '존귀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며 권력과 지위를 상징했습니다. 이는 동양의 '정(鼎)' 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인물이나 가문의 권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봉헌 및 부의 과시: 올림피아나 델포이와 같은 범 그리스 성역에서 세발솥은 신들에게 바치는 귀중한 봉헌물이었습니다. 승리나 성공을 기념하여 신전에 봉헌된 대형 청동 세발솥은 봉헌 자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경쟁의 상품: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체육 경기나 시가 경연 대회 등 다양한 행사의 우승자에게는 종종 상품으로 세발솥이 수여되었습니다. 이는 명예로운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요약하자면, 세발솥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종교 생활 중심에 있었으며, 정치적 결정 과정과 사회적 위신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상징물이었기 때문에 중요했습니다.”
● 70p에서 뜬금없이 “제가 말해보겠나이다” 서술되는 저자의 개입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한다. 가까이서 보았기에 목격한 사실을 어떻게든 말하고 싶어서였을까, 전해 들은 사실을 옮겨적은 것이라는 자백이었을까. 책의 일관된 문체와, 그를 적은 ‘호메로스’라는 필명만이 전해지는 한 인물이 자아내는 또 다른 미스터리함.
● 본 줄거리에서 그리스와 트로이의 병사들은 기나긴 전쟁에 이미 지쳐왔고,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일기토 후 종전에까지 가까웠다. 하지만 올림포스 신의 부추김과 그에 넘어간 트로이 측 상층부의 어리석음으로 잔인한 전쟁이 재개되고 만다. 결국 바닥에서 얼굴을 붙이며 서로 마주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병사들이다. 전쟁에서 가장 밟히는 건은 백성일지니.
● 22권은 전우 폴리뭬데스의 말을 안 듣고 아킬레우스에 의한 자신의 파멸을 언급하는 헥토르의 독백과 아킬레우스의 파멸을 언급하는 헥토르의 저주가 주된 내용이다. 각 진영에서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두 인물에 예견되는 파멸은 전쟁의 허망함을 더 나타낸다.
● 그렇게 매정한 메넬라오스 그렇게 죽기 전 영웅적 면모를 보이며 명예를 회복하는 아버지의 부성애와 서로의 소중한 자를 향한 통곡은
● 자식을 찾으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이 수미상관의 구조를 띠고 있음을 옮긴이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가멤논에게 살아있는 딸을 찾으러 온 사제인 아버지와 죽은 자식을 되찾으려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 살아있는 사제의 딸을 물건 취급하며 그녀의 아버지를 능멸한 아가멤논은 명예도 잃었을뿐더러 후에 그의 목숨도 잃는 것에 대한 동정의 여지조차 잃는다.
● 하지만 프리아모스의 아픔에 공감하고 헥토르의 시체를 능멸한 졸렬함에서 벗어나 트로이 왕의 아들의 몸을 돌려주고 무사하게 트로이에 돌아가게 하는 아킬레우스는 보편적 인류애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 영웅의 모습을 보인다.
● 책의 마지막에서 프리아모스의 아들에 대한 추모와 아킬레우스의 친우에 대한 추모의 대조는 신들의 개입을 제외하고 전쟁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인 파리스의 헬레네 도적질을 원망하게 만든다. 충분히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에.
● 트로이 전쟁은 기원전 12세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23장의 주요 줄거리인 파트로클로스 추모 체전의 종목은 기원전 9세기 올림픽 고대 체전을 연상시킨다. 올림픽의 탄생은 필연적이었던 것 같다.
● 24권에서 파리스라는 인간이 한 황금 사과 주인을 고른 선택에서 헤라와 아테나가 느낀 능멸이 그리스와 트로이 양측에 거대한 상처의 주요 원인임이 드러난다. 그리스 로마 신화 문헌을 읽을수록 ‘올림포스 신들의 졸렬함’에 대한 인식이 강해진다. 올림포스 신들처럼 살지 알아야 한다는 반면교사의 심정이 독서를 통해 다져진 긍정적인(?) 소양일까.
● 부록으로 실린 책에 등장했던 인물에 대한 소개 글은 앞서 서술된 분 스토리를 다시 되짚을 수 있게 하는 유익한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