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그냥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
-'고맙다는 말' 중에서
온 집안이 가톨릭 신자인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이해인 수녀님 문장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언제인가는 수녀님이신 고모가 조카가 글을 쓴다는 말을 하셨는지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늘 글을 쓰는 고운 마음으로 자라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겨 보내주셨더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서 늘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느낌이 났다. 꽃이 피는 봄 언덕에 이는 아지랑이처럼 생명이 돋는 그런 따뜻함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그늘질 때마다 수녀님의 문장을 읽곤 했다. 수녀님의 문장은 늘 내게 민들레 홀씨가 꽃을 피우듯 온기를 채워주셨다.
이번 책을 펼쳐 들고 속표지에서부터 코가 찡했다. “오늘을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살아가는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 평생 자신을 수련하는 종교인으로 살아오셨고, 어느새 희수를 맞은 수녀님께서 간절한 마음이 갈수록 더 필요하다니. 수녀님의 절반을 살고도 꽤 많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나는 얼마나 철부지인가.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읽을 책을 몇 권이나 쌓아놓고도 이 책을 유달리 아껴 읽은 것은, 그저 쉬이 읽고 덮고 싶지 않아서였다. 수녀님의 문장들이 내 마음에 가득히 피어나도록 천천히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온 마음이 따뜻했다. 시기적으로 답답한 마음,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 등을 마치 그래 다 알아, 하고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코로나 등으로 느끼는 시기적인 마음,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을 고민까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 문장으로 가득했다.
나는 가톨릭 신자지만 스님들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다. 종교의 벽을 넘어온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마 이 책도 독자들에게 그런 마음을 줄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이라면 한 층 더 종교적으로, 신자가 아니라면 그저 곱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 책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 초보'들도 무리 없을 것 같은데 시와 산문이 고루 섞어야 있어서 시 울렁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좋은 문장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고,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심층적으로 읽을 것들이 있어 더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뒤표지에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라는 말이 적혀있다. 나는 이 말이 참 시리게 아팠다. 흐드러진 벚꽃 잎이, 툭툭 떨어지는 목련 잎이 얼마나 슬픈가. 그 정도의 무게로 살아간다고 하시는 말이 시렸다.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문득 종교인들은 가진 것이 없어 가벼우면서도, 짊어진 것들이 아주 무거운 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 역시 가볍고 아름다운 문장이면서도, 세상을 묵직이 안은 것이 아닐까 싶고.
어느새 봄이다. 겨울의 묵은 것을 툭툭 털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것들로 나를 채워야 하는 시기. 내 마음을 녹여내 새로운 나를 피워내야 하는 시기. 이 시기에 정말 맞춤처럼 딱 맞는 책이다. 묵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해인 수녀님 덕분에 조금 일찍 봄을 만났고, 조금 일찍 묵은 눈을 녹여낸다. 이번 책도 감사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었다. 부디 수녀님의 고운 문장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온 마음의 묵은 것들을 털어야지.
안녕, 새 봄아. 안녕, 새 마음아. 반가워, 새로운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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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알던 것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자료가 얻어지기도 하니까요. (p.8)
아이가 훌쩍 자랐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작년에 입은 옷이 작아졌다거나, 조금 더 느긋한 자세로 기다린다거나 할 때도 그렇지만 무엇인가를 물을 때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 독서량이 많은 편이기도 하나, 타고난 기질 자체가 눈썰미가 좋고 꼼꼼한 성향이라 책 하나를 읽어도, 지나가며 현수막 하나를 보아도 꼭 무엇인가를 묻곤 한다. 최근에는 아이의 질문 난이도가 높아져 “엄마도 좀 어렵네. 같이 찾아보자”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 중 가장 대답해주기 어려운 영역이 수학과 과학! 엄마도 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매번.
그런 나를 서포터해준 두가지 책이 “기발하고괴상하고웃긴과학사전”시리즈와 최근 접하고 톡톡히 효과보는 “매일 똑똑해지는 1분”시리즈다. 이 책은 아이도 열심히 읽지만 나도 재미있어서 자꾸 읽게 되는 마법의 책! 이 두 시리즈 중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매일똑똑해지는1분과학”이다. 이 시리즈는 분야가 매우 명확히 나눠져있어서 아이가 혼자 학습하기에도, 같이 읽기에도 너무 좋다. 역사, 기술, 지구, 과학 등 4권으로 나누어진 과학상식이라 어느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 아이들의 질문이 두려운 엄마들이여! 이 책을 들이시라.
우리가 며칠동안 읽은 '과학'을 자세히 소개하자면 일단 선명한 삽화와 간결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도표도 간결하고 명확하여 아이가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특히나 좋은 점은 본문과 참고글이 구분된다는 점인데, 요점을 따로 정리해준 덕분에 같이 읽고, 요점은 아이가 직접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너무 좋다. 용어가 따로 설명되어 있는 점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 적합했고, 쉬운 단어로 잘 설명되어 있어 엄마가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주제 안의 작은 꼭지들을 선명하게 표시해두어, 그 부분만을 찾아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1분만에 한 주제에 대해 알기도 좋은 책이고, 그 주제를 파고 들어가기에도 너무 좋았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와 읽으며 여러가지 실험이나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잉크 분리하기, 소금물 끓여서 소금만들기, 가스불이 타오르는 실험, 가정에서 쉽게 만나는 소음들의 데시벨 구분 등 아이와 일상생활에서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재미있게 제시해주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집이 과학실같았다. 그렇게 학습한 것은 아이도 오래 기억하여 목욕을 하면서도 기체와 액체를 쫑알쫑알거리는 귀엽고 기특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실 엄마가 되며 훗날 아이에게 수학과 과학을 어떻게 가르쳐주지 하는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좋은 책들이 있어서 걱정이 많이 줄어든다. 엄마가 수포자, 과포자라고 해도 괜찮다. 아이랑 얼마든 공부할 수 있으니까. 아이와 엄마가 함께 똑똑해지는 책 덕분에, 오늘도 우리집은 즐거운 과학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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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덜 힘든 길로 가길 원하고 기회만 있다면 지름길로 빠지려 한다.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쉬운 길을 택하면 택할수록 제때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p.26)
돌아보면 나는 지금이 뭔가를 가장 많이 결정하고 변화하는 상태인 것 같다. 대학교에 갈 때도 취업을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아닌 지금이라니 뭔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순간마다 고민하고 사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길을 걷는 것에 나이가 중요한가.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 자기 결단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세상에는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방향을 미세하게만 틀면 강인함으로 이어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변명의 거의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104)
사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읽을 때마다 늘 생각하지만, 나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어떤 자기계발서는 늘 책상 위에 두고 읽게 되고, 어떤 것은 읽음과 동시에 폐기순서를 밟는다. 이 책은 어떻냐고? 한동안 내 책상 위에서 플래너와 함께하지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요점정리가 명확하다. 목차부터 명확하고 내용도 분명하다. 워낙 명확하다보니 재독 시 찾아 읽기가 좋다. 주제와 내용이 분명하고 문장이 간결하여 읽는 이가 전혀 헷갈리지 않고 원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습득하는 독서가 가능하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자기계발서로서의 의의는 다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탄탄한 이론까지 뒷받침되어 신뢰를 준다. 특히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연습방법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메모할 일이 많았다.
집중력도 근육과 다를 바 없다. 사용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p.197)
자기 결단이란 결국 내가 감정을 통제하느냐, 감정이 나를 통제하게 내버려 두느냐의 문제이다. (p.240)
개인적으로 각 장의 마지막에 제시된 tip이 생각 정리에 꽤 도움을 주었다. 아무리 좋은 글도 내가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고, 아무리 좋은 내용도 계속 나열만 하면 잔소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끊임없이 길이 어디에 있을까를 물어준다. 길이 여기잖아, 하고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네가 생각하는 길은 어디야, 이렇게 제시하면 네 길이 보일까?” 하고 물어준다.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대답을 강요하지 않아 오히려 더 편안히 느껴졌다. “부끄러우면 말하지 않아도 돼. 스스로 알고만 있어도 돼”라고 이해해주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만나는 결정의 순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좋아서 박수를 치는 날도 있고 이불을 발로 차는 날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선택의 순간들을 아주 작게 잘라준다. 한두 개쯤 실패해도 “낮은 실패율”을 유지하게 해준다. 그 대신 다음 선택은 조금 더 신중하라고 충고한다.
오래도록 고민하던 일을 이 책을 읽는 중에 매듭지었다. 물론 이 책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이 내게 준 분명한 한가지는, 나를 작은 단위로 설계하여 더 촘촘히 계획하라는 것이 아닐까. 또 설사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그리 높은 비율이 아니니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원도 함께 말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 그러니 하라”. 그 말을 늘 마음에 두고 살았으나 실천은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 이 책이 그 말에 한마디를 더한다. “실패하면 다시 하면 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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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광 덕분에 초승달 주변이 보인다면 그 빛이 가져온 길이 얼마나 특별한지 생각해보자.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의 낮 지역에 떠 있는 구름에 반사돼 달로 이동하고, 달 표면에서 다시 반사돼 지구를 비추는 것이다. (p.148)
거의 매일 아침 하늘의 색을 관찰하며 눈을 뜨고, 잠들기 전 달님의 색이나 밤하늘의 색을 이야기하며 잠드는 아름다운 아이와 살고 있다. 덕분에 나도 매일 하늘을 관찰하는 호사를 누리지만 종종 아이가 하늘색이 어제와 왜 다른지, 오늘의 구름은 왜 양 모양인지, 파란 별과 노랑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어온다면 제대로 대답해줄 수 있는 엄마는 몇이나 될까. 때때로는 “오늘은 천사가 하늘에 양떼목장을 만들었네~”하는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하늘이 오늘은 “왜” 그런지를 제대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사실 그런 생각에서 몇몇 천체도서를 읽었다. 아동서적도 찾아보았고, 성인 서적도 보았는데 하늘만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또 그 하늘을 제대로 보여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낮과 밤, 하늘의 신비를 찾아서”. 일단 너무 과학서적 같은 딱딱한 제목이 아니라 더 눈이 갔고(완전한 문과 엄마), 표지를 채우는 신비한 하늘 사진은 이 책 안에 얼마나 멋진 하늘이 들어있을지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상상 그 이상의 하늘을 선사해줬음을 밝혀둔다. (우리 아이가 하늘을 보며 자주 사용하는 “what a wonderful”이 여기에 다 있다.)
군살 없는 사실적인 표현과 온갖 시를 옮겨놓은 것 같은 사진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은 펼쳐진 채 한동안 우리 집 식탁 위에서 “틈새 빛살”을 자랑했고, 우리가 본 하늘과 비슷한 사진을 대조해가며 읽는 사전형태의 독서가 이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지식제공이 주목적인 책들은 정독하며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인데, 완벽한 현실이지만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들은 그 집중력을 다시 잡게 했고, 실제의 하늘과 비교하며 발췌독하다 보니 이불 위에서 느긋하게 누리는 책의 맛을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하늘의 모습도, 살면서 만나지 말아야 할 하늘의 모습도, 인간이 만들어낸 두려운 모습도, 이 책 속에서 대신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때로는 아무 글씨도 읽지 않고 사진만을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 스스로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아이가 이 책은 내내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읽는 것에 신경을 빼앗기고 싶지 않단다. 제대로 잘 듣고, 잘 알아두고 싶어서 자기는 눈으로 읽고, 소리로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정말 아이는 책을 읽는 내내 소리한 번 내지 않고 가만히 사진을 보거나 눈으로 텍스트를 따라 읽으며 집중했다. (며칠 전 올린 책 읽는 동영상 참조)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완벽한 하늘 공부가 또 있을까 하고 여러 번 생각했다.
이 책은 사진만을 보기에도 너무 좋고, 진지한 태도로 앉아 정독하기도 좋다. 또 나처럼 소리 내 읽으며 조금씩 아껴 읽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의 하늘을 다 만나는 데 어떤 방법이 더 나은지 따져서 무얼 하는가. 경이로운 모습은 어떤 방법으로 만나도 경이롭다.
아마 이 책은 우리의 침대맡에서 오래오래 함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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