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아이에게 읽어주기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 '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분위기를 살려 읽어주기도 어렵고(어렵거나 민망하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어렵고. 그런데 사실 문장의 아름다움, 단어의 의미, 운율 등을 이해하기 가장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문학의 영역이 시가 아닐까. 시가 지니는 의미가 높으니 '문학의 꽃'으로 긴 세월 자리 잡은 것일 테니 말이다. 감사하게도 시의 매력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던 나는, 아이에게도 가장 먼저 읽어준 책이 시집이었다. 다른 아기들이 초점 책 쳐다보며 눈 운동을 할 때, 우리 꼬마는 '아름다운 동시집'을 들으며 귀운동을 했던 것. (그 덕분인지 표현력이 좋은 '천사의 언어'를 쓰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런 우리 집이 요즈음 풍덩 빠져, 수십 번 다시 읽은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푸른 별 지구를 그리는 30편의 시를 담은 '지구의 시'다. 아마 나와 자주 소통하는 이들은 내 스토리에 여러 번 이 책이 언급되거나 등장한 것을 이미 보셨을 테다. 그림 한 장 한 장, 문장 한 줄 한 줄, 어느 하나 허투루 읽고 넘길 것이 없는 눈이 부신 책이었기에 거의 매일 읽었기 때문이다.
먼저 일러스트는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아기자기한 손 그림을 얹은 듯하다.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이기에 나의 표현력이 짧은 것이 안타깝기만 한, 이 일러스트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사실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몽환적인 그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페이지에서는 지도의 작은 점까지도 세세히 바라보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꼬물대는 물고기의 이야기를 엿듣고자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러스트만으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 일러스트들을 보며 참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의 눈에도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과 알 수 없는 찡한 마음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물, 지구, 나라, 바람 등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한 내용도 너무 좋았다. 원래도 지구에 관심이 많은 '지구수비대' 우리 꼬마는 아마존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시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고, 등대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자신도 등대처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도 했다. 내 마음을 가장 울린 시는 '세상의 지붕에서 달을 만나다'라는 시였는데,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달이 무슨 모양이더라도 늘 곁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말이 마치 엄마의 사랑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여전히), 아이에게도 그런 사랑을 주어야지- 하고 여러 번 다짐하게 했다. 몇 줄의 짧은 글이라도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 책을 읽으며 종종 깨닫는 것이지만, 깨달을 때마다 놀랍고도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일까 길게 고민했다. 나의 짧은 언어로는 이 책이 가진 엄청난 아름다움과 깊이를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세 글자만 쓰기로 했다. '숭고함'. 이 책은 이렇게 부르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우리를 품고 우리를 기르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지구의 깊이. 봄·여름·가을·겨울, 오로라와 별자리, 햇살의 반짝임과 물의 윤슬, 빗물의 연주 등 생각해보면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지구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을 가득히 눌러 담은 책이다.
부디 당신의 가정에도 이 책이 자리하길 바라본다. 아이와 그림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고, 문장 한 줄 한 줄 같이 읽으며 지구의 아름다움을, 지구의 깊이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감사함을 오롯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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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지 못하는 말은 말이 아니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달리도록 약속이 되어 있었다고. (p.13)
언제인가 리뷰에 그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들이나 동물들 눈에 눈물이 고인 영상이나 사진을 쉬이 보지 못한다고. 원래도 눈물이 많던 나는 엄마가 되고 몇 배의 눈물을 얻은 것 같다. 그런 나 '덕분'인지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 아이도 나처럼 눈물이 많고 감성적이다. 눈물 많은 모녀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은 책, '초록말벼리'를 소개한다.
아마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샘터'는 익숙할 것이다. 긴 세월을 우리와 함께해온 따뜻한 에세이 월간지를 만드는 곳답게, 샘터의 단행본도 따뜻하고, 찡하다. 나 역시 학창시절부터 샘터를 읽어온 '묵은지 독자'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유달리 더 찡했다.
날 때부터 경주마로 길러져 평생을 트랙 위에서 살던 벼리는 승부욕 넘치는 다른 말 때문에 크게 다치고, 그로 인해 벼리의 기수는 불구가 된다. 벼리 역시 경주마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볼 수 있고. 결론적으로 기수와 벼리는 함께 하게 되었으나, 그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 말보다는 '아픔을 함께 짊어졌다'라는 말이 더 옳을 듯하다. 나는 잠시 이 이야기의 뒤에 벼리와 기수 아저씨가 잘 회복하여 다시 멋진 경기를 펼치는 상상을 하기도 했으나, 우리 아이의 말을 듣고 그 생각은 접었다. 다시 트랙에 서면 심장이 뛰고 무서울 거라고, 왜 그 무서운 길에 또 서야 하냐고.
아이의 말에 이 책을 왜 아이들이 읽어야 하는지, 번개가 치듯 깨달았다. 물론 부모도. 아이들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트랙에 서야 한다. 본인이 원하는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길에 서야 한다. 혹시 결과가 좋더라도 태풍이처럼 자만하거나 악하게 굴지 않기를, 또 벼리처럼 다 놓아버리지 않기를 아이가 배웠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로는 벼리처럼 온전히 슬퍼하고, 온전히 견디는 법도 배우면 좋겠다. 나 역시 아이가 경쟁선에 섰을 때 승리만을 위해 달리라고 부추기기보다는, 아이가 바라는 속도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혹 우리 아이가 좌절한다면, 나도 기수 아저씨처럼 같이 아프고 같이 슬퍼해 주어야지 하고.
아마 아이들이 처음 겪는 좌절은, 오래오래 아이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 아이의 곁에도 '불화살'과 '수선화' 같은 좋은 친구와 기수 아저씨 같은 좋은 부모가 있음을 아이가 꼭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의 많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경쟁 그 자체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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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또 있을까? 더구나 일기의 주인이 몬스터라면? 몬스터라면 징글징글하다고 혀를 내두를 부모님이 많겠지만 안심하라. 이 몬스터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고 성장시키며, 불안을 이겨내고 자존감을 형성하게 돕도록 만들어진 'ST4 마음공부'를 학습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든 아이는 크고 작은 불안이 있고, 그것을 잘 해고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큰 성장과 공부가 되니 이런 책들을 바탕으로 훈련해준다면 참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훌륭하지만, 일단 구성이 너무 재미있다. 정말 일기장처럼 줄 노트 위에 손글씨로 적혀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뿐인가. 일러스트들은 또 어찌나 재미 가득한지. 몬스터 표정이나 동작, 어느 하나 웃기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이도 어른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재미있게 책을 읽으며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생각을 듣기도 하고, 고민이나 걱정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도 깨닫게 할 수 있고.
책에서 제시하는 데로 양손 카메라로 세상을 보며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ST4 카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산만한 마빈을 통해 다른 친구들을 보기도 했던 우리 아이는 양손 카메라 기법을 친구들에게도 알려주어야겠다고 좋아했다. ㄴ
재미있게 책을 읽기만 했는데도 마음을 다스리는 법, 주위를 관찰하는 법,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법 등을 배우게 한 따뜻한 책! 개인적으로는 활동력 넘치고, 말을 내뱉는 속도가 많은 다소 산만한 아이들이 읽으면 매우 효과적일 것 같고, 우리 아이처럼 배려심이나 조심성이 많아서 때때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는 산만한 친구들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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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집현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집현전이 무엇이고,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면 오목조목 잘 설명해줄 부모는 얼마나 될까? 또 '세종과 함께 학문을 연구한 기관'이라고 배운 우리는 얼마나 빙산의 일각만을 배웠는지 알까? 사실 나 역시도 집현전이 그저 학문과 제도를 연구한 기관이라고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안다는 착각으로 한반도 제대로 집현전을 공부하지 않았는데,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비로소 진짜 집현전을 만난 기분이랄까? 양질의 역사서를 출간하는 '책과 함께'에서 어린이들도 쉽게 집현전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출간하여 만나보았는데, 아이는 물론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이가 지겨워할까 살짝 걱정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세종대왕과 집현전에 대해 쉬운 문장으로 잘 서술해줄 뿐 아니라, 익살 넘치는 일러스트로 중간중간 재미까지 주어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경연과 토론, 외교 문제, 한글 창제, 역법 개발, 역사서 편찬 등 집현전에서 행해진 다양한 활약들을 만날 수 있는데 신숙주나 이개, 김담 등 위인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군데군데 익살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된 '집현전 튜브” 덕분에 재미있게 이야기 정리도 가능했고.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에 더 매력을 느낀 까닭은 역사 속 고증들을 다 공부하신 건지, 익살스러운 가운데 누군지 맞출 것 같은 싱크로율이라니! (우리 아이는 버럭 세종을 엄청 재미있어하면서 수십 번 다시 찾아봤다.)
조선의 지성인들을 한대 모아 나라를 위해 다양한 것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등 다양한 역사 키워드들을 만들어낸 집현전. 그러나 그저 '학문을 연구한 기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만든 업적인 실로 방대하다. '책과 함께 어린이'에서 이 책을 출판해준 덕분에 나도 아이도 집현전의 업적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집현전 학자들처럼 지혜로워지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역시 독서는 아이를 스스로 자라게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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