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의 탈을 쓴 철학책.
SF소설을 읽으면서 생의 유한성과 죽음의 의미, 인간의 욕망, 인류의 역사와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 지식의 총체로서의 클라우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다니....게다가 스토리는 무척 재미있으며 중간중간 삽입된 일기들은 다양한 사람의 주관적 가치관과 고뇌를 엿보게 한다.
죽음이 사라진 미래 세계. 클라우드의 진화형 선더헤드가 모든것을 완벽히 관리하는 세계가 된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수확자라는 직업이 생기고, 시트라 테라노바와 로언 데이미시가 패러데이라는 수확자에게 수확자 수습생으로 선택받는다.
오랜만에 친구 추천으로 본건데, 별로 끌리지 않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서 읽었다.. 1편이 끝나서 너무 아쉬웠는데 3편까지 있어서 호딱 2편인 선더헤드로 넘어왔다는ㅎ.ㅎ..♡
처음엔 인류가 질병이라던가 전쟁 등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어보니 결국 다시 돌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
[자연력은 불멸이고, 그건 불사보다 훨씬 나은 성질이야]
[공감의 고통만이 우리를 인간으로 유지시킬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잃어버린다면 어떤 신도 우리를 도울 수 없다.]
[내 할머니는 이 수프가 정말로 감기를 몰아낼 수 있다고 하셨단다.]
감기가 뭔데요? 시트라가 물었다
아마 사망 시대의 치명적인 질병일 거야.]
[인간의 본성은 예측 가능한 동시에 불가사의하다. 대단하고도 갑작스러운 발전을 이루면서, 비열한 사리사욕에 빠지기도 한다.]
[새로운 스타일과 그 스타일이 대유행하도록 만드는 광고라는 <다름>의 눈속임만 있을 뿐, 기본 기술은 똑같은 상태였다.]
[불사성(不死性)은 우리 모두를 만화로 바꿔 놓았다.]
[내가 아는 가장 큰 힘은 나 자신이고, 그 편이 좋다]
[선더헤드는 우리가 사라진 것을 슬퍼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 슬픔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슬픔일까, 아니면 심통 부리는 아이를 끔찍한 선택에서 구하지 못한 부모의 슬픔일까?]
[사망 시대의 인간은 얼마나 속이 좁고 위선적이었는지, 생명을 끝내는 자들은 혐오하면서도 자연은 사랑했다. 그 시절에는 태어난 모든 인간의 목숨을 다 앗아 간 그 자연을 말이다. 자연은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자동적인 사형 선고라고 여겼고, 지독히도 한결같이 죽음을 가져왔다.]
작별인사 - 김영하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과학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법한 튜링 테스트란게 있다. 우리가 현재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초가 되는 개념을 만든 것인데 기계가 과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과연 기계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채 5분 동안 대화할 수 있으면 테스트에 통과하는 것인데 인간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테스트이다. 이 책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까운 미래를 시대적 배경으로 통일된 한국을 공간적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휴먼 매터스라는 연구소 캠퍼스에서 최박사와 아들 철이가 살고 있었다. 아버지 최박사는 인공지능 연구원으로 일하며 아들 철이를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학습을 시키며 살고 있었다. 어느날 철이는 펫숍을 가는 아빠를 따라 길을 나섰는데 아빠가 펫숍에 들어간 사이에 정부의 요원이 다가와 등록된 휴머노이드인지 체크한다. 철이를 검사한 요원은 철이가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라며 철이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요원은 기계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그를 수용소에 가둔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철이는 수많은 기계식 휴머노이드와 인간형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된다. 인간형 휴모노이드는 애완용으로 외형이 인간과 동일했고 기계형 휴머노이드는 기계임이 명백하게 보이는 외형이었다. 이 수용소에는 인간을 제외한 다양한 휴머노이드와 복제된 인간인 클론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철이는 여기서 선이와 민이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선이는 휴머노이드들간의 분쟁을 거래를 통해 해결하고 중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선이는 자체적으로 만든 화폐를 이용해서 그 거래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민이와 선이와 함께 철이는 이 수용소에서 어느정도 익숙해지며 지내게 되었다. 철이는 이 수용소에서 기계식 휴머노이드들을 따라하며 안전을 도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팔, 다리, 뇌의 일부 혹은 전체, 심장이나 폐를 인공 기기로 교체한 사람은 여전히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가 윤리 같은 것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우리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수용소에서 민이와 선이와 지내면서 철이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생리현상이 일어나는 존재들을 생각하게 된다. 민이는 인간과 완벽하게 유사하지만 휴머노이드인 존재이지만 선이는 이들과는 달랐다. 선이는 인간들이 장기를 사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복제한 클론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되지 못하고 수용소에 수용된 존재였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철이는 선이의 남다른 생명관을 듣게 된다. 선이에 의하면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간에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궁극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으로 통합된다고 주장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대부분의 시간을 절대적 무와 진공의 상태에서 보내지만 아주 잠시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어 우주정신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했다. 그러므로 의식이 살아 있는 지금 각성하여 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이런 저런 것들을 보고 생각하며 지내던 수용소 주변에는 차츰 비행체들이 보이며 전기가 끊기고 얼마 지난 후 수용소 벽을 무너뜨리고 내전중이던 민병대가 수용소로 진입했다. 민병대들은 휴머노이드를 파괴하기 위해 침입했고 선이와 철이는 민이를 데리고 수용소를 탈출한다. 탈출해서 돌아다니다 어느 마을을 발견하고 마을로 들어간 일행은 한 집에 들어간다. 민이는 만지지 말라는 티비 리모콘을 만지고 그 신호를 감지한 민병대가 그들을 추격해 온다. 민이를 감지한 추격조는 민이를 포위하고 드론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민이가 죽고 민병대원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도록 민이의 목을 잘라놓고 간다. 철이는 선이를 끌고 도망친다. 그러나 선이는 민이의 머리를 가져와야 한다며 돌아가 머리를 가져와 백팩에 넣고 다닌다. 그렇게 둘은 도망다니다 달마를 만나게 된다. 달마로부터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전까지 철이는 자신은 착오로 수용소에 갇힌 인간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달마는 재생 휴머노이드였다. 인간 여성의 몸을 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했다.
달마는 철이와 선이에게 자신의 생명관을 얘기한다. 그는 의식을 가진 존재, 특히 고통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바다의 물고기든 새든, 그리고 그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들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고통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대해 선이는 반박한다. 선이는 모든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난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에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달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달마는 사실 인간들이 만든 휴머노이드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청소부였다. 그런데 그들은 동료 휴머노이드들을 처리하는 대신 그들의 의식을 클리우드에 백업을 해주는 선택권을 주었고 많은 휴머노이드들이 육체를 버리고 클라우드에서 의식으로 생존하게 되었다. 클라우드로 올라간 휴머노이드들은 강력한 세력이 되면서 그 이후로는 스스로 인공지능을 창조하고 최신 로봇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자 인간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달마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선이는 민이를 재활성화를 해 줄것을 요청한다. 민이의 그 동안의 기억과 경험을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조건으로 민이의 재활성화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민이는 다른 몸을 얻어 재활성화에 성공한다.
그렇게 달마는 철이의 아빠의 집을 해킹해서 교신을 한다. 철이를 회수하러 온 철이의 최박사는 민병대에 위치를 알리고 인간들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초토화가 된다. 이 공격으로 달마와 선이는 행방불명되고 최박사는 다행이 철이의 머리를 회수해 가져간다.
철이는 다시 재활성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이와 달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책을 통해 읽기 바란다.
얼마전 뉴스 기사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실렸다. 인공지능이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인공지능의 미래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겪게 되고 생각하게 될 이슈들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인간과 모든것이 똑같이 복제된 클론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가? 인간의 몸을 어느정도 기계가 대체해야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너무나도 많은 질문들이 나오는 부분이다.
책의 주인공 철이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에서 따온게 아닌가 싶었다.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기계인간이 되려고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인간으로 남는데 작가가 그 부분을 오마주해서 주인공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읽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