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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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작가의 이름은 분명 어디서 들어봤고 이제 막 적은 저 문장은 너무나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이지만 이 두꺼운 책을 덮기까지 단 한 장의 페이지 끝도 접지 않은 것을 보면 그리 인상 깊은 구절은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놀란건, 아니 놀랐다기보다는 알게 된 사실은 이 책에 몇 번 등장한 러일전쟁이나 20세기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그 시절 역사 속 일본이다. 그동안 읽었던 아리랑이나 토지 속 조선인의 그 파란만장한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일본 본토의 그 시대.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사람의 모습이 새롭고 또 위트로 가득 찬 소설이건만 아무래도 좋게만 보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수많은 핍박과 굴욕, 친일파가 될 수밖에 없던, 지리산으로 만주로 거처를 옮기며 투쟁하던 그 시절에 일본에 소세키 같은 작자들은 고양이를 보며, 20세기라는 말을 지껄이며, 서양 문학을 비유하며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었구나. 뭐, 그렇다고 쏘새끼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ㅋ 그려보기도 한다. 우리도 서양문물을 일찌감치 받아 들였다면 역사는.. 그 중에 문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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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중 대하소설 토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의외로 토지를 다 읽은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조정래 작가님의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이문열 작가님의 [변경] 그리고 읽게 된 5번째 대하소설 [토지]. 토지. 이름만 들어서는 어느 시대가 배경인지도 모르겠고 뭔가 지루할 것 같았지만 한국 문학의 정수라는 극찬, 그리고 #유시민 작가가 감옥에서 토지를 세 번 읽고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는 말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조선 말이라는 시대 배경과 하동이라는 지방 사투리 때문인지 처음엔 읽어내기가 어려웠으나 한 권, 한 권 읽으며 적응이 되고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에, 사건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한 권씩, 총 스무 번의 독후감을 인스타에 올렸는데 아마 가장 많이 감탄했던 부분이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였던 것같다. 대하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긴 하지만, 인물들이 겪는 각각의 드라마 같은 사건들 뒤 사실적 시대 배경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실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작가가 가진 그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인 것이고 그것이 참으로 대단하게 생각되곤 했다. 토지 역시 일제강점기 시대의 역사적 통찰력이 남다르며 거기에 더해 방대한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가진 개성과 그것을 표현해 내는 놀라운 묘사들이 어우러져 최고라 칭송받을 수 있는 위대한 명작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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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읽다 멈춘 저 8개월 동안 내게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남아 한 달씩 휴직을 하던 2022년 봄. 스무 권의 책을 차에 싣고 한 달 만에 다 읽겠다고 떠난 토지 여행ㅋㅋ 길상이가 평사리로 오기 전 살았던 #연곡사 에서 템플스테이도 하고 하동의 #최참판댁 근처 스테이에도 머물며 토지의 배경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여친과 헤어지고, 아파서 입원도 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다가 8개월이 지나서야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읽기 시작해 박경리 작가님의 고향 통영에서 마무리한 토지 여행. 고작 소설책 스무 권 읽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내 손에, 가방에, 차에 때로는 비행기에 실려 있던 '나의 토지'였기에 그 시간만큼 충분히 토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얼마 동안은 서희가 길상이가 양현이가 그리워 지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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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둑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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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읽기 전이었지만 #김약국의딸들 을 읽었기에, 2021년 전국 일주 중 가본 통영 #박경리기념관 은 그래서 특별했던 기억이 있다. 또 작년 토지 초반부를 읽을 때 하동 #박경리문학관 을 들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왠지 토지의 마지막은 작가님 고향에서 읽으면 어떨까? 그리고 20권 기념사진은 그때 봤던 박경리 작가님 동상 앞에서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겨 크리스마스 연휴, 엄마와 함께 통영에 다녀왔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도중 통영 배경의 이야기들이 나올 땐 그 배경 안에 내가 있음이 실감 났고 때마침 읽던 구절 속 ’통영 충렬사 동백나무가 바라다보이는 서문 고개 집‘이 박경리 작가의 생가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인물 사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수많은 등장인물에 헷갈리던 내용은 마지막 20권에 오니 각각 인물들의 회상 장면으로 오히려 그들 위 세대와의 사건, 인과관계, 시대 흐름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일본의 항복으로 조금은 ”으잉?“ 하며 갑자기 대단원의 막을 내린 토지. 휴~ 이거 다 읽는 데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거야?ㅋㅋㅋ 전체적인 소회는 따로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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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생명이 땅과 하늘 사이에 있는 이상 기억은 생명과 더불어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이 한이로구나. 죄업이든 슬픈 이별이든 또는 만남이든 횡액이든, 기억의 사람들이 뿌리를 내렸던 곳이며 내 또한 뿌리를 내렸던 곳. 아아 기억, 수많은 기억들은 억겁의 길만큼이나 길고도 많구나. 서희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것처럼 기억의 바다에서 자맥질하다가 간신히 현실로 돌아온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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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정말 끝인 건가? 마지막 한 권을 남겨둔 토지. 양현이와 영광이는 어떻게 될까? 서희는, 길상이는?? 유독 오래 걸린 나의 토지 여행. 그 대장정의 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든 등장인물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 같아 벌써 아쉽다. 긴긴 겨울 밤🌙 그래도 다행이다. 나의 기다림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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