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른 작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카모메 식당>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런 일본 소설을 찾아보기 시작하다 만난 작가가 오가와 이토이다. <달팽이 식당>도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계속 찾아봐야지...하다가 <츠바키 문구점>이 출간된 것을 보고 읽어봐야지..했는데 어느새 2편도, 3편도 출간된 듯.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고, 읽을 시간은 부족하고..ㅎㅎ
작정하고 #우리집도서관 에서 #대여 하고 줄 세워놓고 읽는 중. 그나마 2편 격인 <반짝반짝 공화국>이 츠바키라는 말이 안 들어가서 같은 작가 검색했을 때 있었음에도 아닌 줄 알고 대여 안 함 이슈..ㅠㅠ 2편은 도서관 가서 빌려다 3편 읽기 전에 읽어야겠다.
어쨌든... <츠바키 문구점> 너무 재밌었다. 선대의 가업을 물려받았지만 선대와의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아서 선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업을 물려받게 된 포포. 여름부터 시작하여 가을, 겨울을 지나 봄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특별한 사건 전개는 없지만 가업인 대필업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손님들 이야기, 마을 주변인들과의 교류 등이 잔잔히 흘러간다. 대신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즐거웠던 건 포포가 각각의 손님들의 사연에 충분히 공감하고 마치 빙의된 듯 써내려가는 편지들이다. 책 뒤편에는 이 편지들도 하나하나 비교해보며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무척 일본스러워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일본스러움을 좋아한다면, 일본의 장인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그저 소소한 일상을 통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김수영의 시, 산문, 일기 등을 묶은 책이다.
요샌 이렇게 펴낸 책을 '디 에센셜'이라는 말을 달아 출판한다. (요즘 트렌드인가)
시는 어려워서 천천히 읽어가기로 하고 산문부터 읽었다. 그중 <시작 노트>라는 코너에서 흥미로운 글을 만났다.
순수한 시각으로 시를 쓰려고 일부러 시를 쓴다는 의식을 버리려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는 거다. 똥꾸멍이 빠질 정도로 말이다.
김수영의 시 중에서 특히 <폭포>를 좋아한다. 그런 거침없는 시를 쓰는 그의 방식 역시 거침없을 줄 알았는데 그정도로 힘들게 쓰고 있었다니.
대가도 이럴진대
그의 발끝이라도 닮고 싶은 나,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나.
순수한 눈으로 쓴 시 한 편을 소개한다.
📚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중략)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달나라의 장난> 중에서
138. 나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테니스 치는 걸 보려고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갔던 거라고? 네. 테니스 잘 치니? 아니요. 이런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까.
🌱거짓말을 좋아하게 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진심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편이 낫다. 상대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위해서다.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는 눈에 나를 유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자존감이 강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화가 나지 않는데,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화가 나지 않은 척하는 훈련을 거듭한 결과다. 화를 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한 잘못을 자신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보처럼.
훈련은 별 게 아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내 달팽이관을 미끄럼틀 삼아 반대편 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 훈련이 성과를 거둘수록 내 성적은 떨어져갔다.
152.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거짓말을 좋아한다고 해서 거짓말쟁이인 것은 아니다. 나는 기분이 상해버렸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속에 있는 ‘거짓말'에는 고상함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153. 내가 거짓말을 좋아하는 것도 아름다움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나는 미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서 아름다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는 룸메이트한테 거짓말 같은 건 한 적이 없었다.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했던 것 말고는. 그건 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말이었다.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나?
"내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죄다 끄집어내서 너한테 일일이 알려 줘야 하는 거야? 그건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올가미에 걸린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와 우물에 독 풀기의 오류가 함께 있는 올가미에. 그래서 픽 웃어버렸다. 그런 오류가 나오는 맥스 슐먼의 단편 〈너구리 코트〉가 생각나서.
"이거 이거, 이런 웃음 말야"라면서 룸메이트는 내 입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정말 기분 나쁘거든."
룸메이트는 바르르 떨었다.
이 애한테 〈너구리 코트〉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이 폴리 에스피에게 그랬던 것처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까?
155. 폴리는 그야말로 청출어람이어서 남자 주인공한테 배운 오류들로 남자를 골탕 먹인다. 이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 바로 ✔️'우물에 독 풀기'다. 다 알지 않나? 우물에 독을 타면 아무도 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
✔️내가 '거짓말쟁이라서 믿을 수 없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최하석 = 거짓말쟁이 = 그러니 믿을 수 없음'이라 는 공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아니야,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라고 해도 거짓말이고 '그래, 나는 거짓말쟁이야'라고 해도 진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어떤비밀
<구의 증명> <단 한 사람> 소설가 #최진영 첫 산문집
경칩에서 우수까지
24절기에 맞춰 쓴 편지에
작가의 내밀한 '비밀'이 담긴
산문이 어우러진 독특한 구성이 좋았다.
✔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자신을 돌보고 싶다면
✔ 계절의 변화와 의미를 느끼고 싶다면
✔ 최진영 작가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 책 속으로
절기의 편지에
작가의 일상과 집필했던 작품 이야기가 더해진다.
정말 잘 읽었던
<단 한 사람> <이제야 언니에게>를
집필했던 당시의 작가는 이랬구나.
오롯이 작가와 작품을 알아가는 시간이 참 좋았다.
📗 오래 머물렀던 꼭지, 4월 청명
'우리는 죽음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다'
소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청명에서는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일과
소설 <단 한 사람>을 풀어냈다.
오래 지난 것 같지만
또 어제 같은 그 일을 다시 마주하고
마음이 애렸다.
📘 이 책을 '맛'본다면? _ '보이차'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맛과 향이 더욱 깊어지는 '보이차'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는
작가의 산문과 함께
천천히 한 모금씩 음미하며
사색에 빠지기 딱 좋을듯.
📍 작가의 작품들을 찜콩리스트에 쌓았다.
#쓰게될것#팽이#해가지는곳으로#24절기#24절기편지#산문#에세이#2025_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