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 3/10
지나는 길에 잠시 시간을 때우러 들렀던 단골 북카페에서 구입한 책.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 있던 인물은 아니지만, 유명인이니까~ 마지막 책이라니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결론은...'다음부터는 그런 마음으로는 책을 사지 말자' 였다 ㅠㅠ
성격상 손에 잡았으면 완독을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관심도 없는 사람의 일대기를 꾸역꾸역 읽느라 힘들었다는.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을걸~ 싶었다.
(때문에 완독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시작 날짜는 굳이 적지 않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암 투병기이며, 그동안 작업했던 일들의 진행 과정+수많은 지인들과의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무척이나 활동적으로 살았던 고인이었기에, 병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본인의 음악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하다.
개인적으론 워낙에 영화 OST나 이 분에 대해 관심이 없었어서 집중이 잘 안 됐다.
작은 호기심에서 비롯됐으나 후회로 마무리 한 올해의 첫 책이었다.
다만 잘 몰랐던 고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원자력 발전 반대에 열심이었고 (no nukes), 자연환경이나 어려운 다른 나라의 처지를 돕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역량이 뛰어난 후배 아티스트들에 마음을 열고 교류하는 일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23년 3/28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해서, 유족들도 그는 71년이 아닌 남들의 세 배로 살았다는 말을 했을 정도.
cf.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궁금했던 작업들은 인터넷에서 찾아 들어볼 수 있다.
BTS 슈가의 제안으로, 그의 솔로 앨범 곡 중 <Snooze> 트랙을 위해 했던 피아노 연주라던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The Eception (2022) 8 에피소드의 ost 등...(이건 아직 시청 중)
앉은 자리에서 천리를 본다는 말이 있다. 형주 작은 마을에서 중국 대륙을 삼분하는 미래를 구상한 제갈공명, 격변하는 시대를 인식하고 막부체제를 넘어선 세계를 꿈꾼 요시다 쇼인, 온라인과 모바일 기술을 결합해 스마트폰 혁명을 이룩한 스티브 잡스 같은 이가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현자라고 부른다.
누구나 현재에 터 잡고 미래를 향하지만, 어제의 틀에 갇혀 코앞의 내일을 모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26살의 요시다 쇼인이 몰래 쪽배를 타고 노를 저어 미군 함정에 올랐을 때, 그보다 10살 많은 흥선대원군은 나라 문을 걸어 잠그고 끝도 없이 돈을 찍어내 나라를 파탄으로 몰았다. 실리콘밸리의 작은 회사들이 눈 깜짝할 새 공룡으로 거듭나던 2010년대, 한국은 10여 년 전 이룩한 튼실한 IT인프라에도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일관하며 혁신의 적기를 놓쳐버렸다.
물론 이 땅에 꽉 막힌 꼰대들만 살았던 건 아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이란 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적었다. 안중근 의사 역시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미완의 논고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 3국 공동체가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경제를 통합하며, 집단안보 체제를 구축해 더 나은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대엔 꿈꾸듯 아련했으나 돌아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희망이고 구상이다.
미래를 말하는 사람은 외면받기 쉽다. 온 산에 단풍이 물들어도 마당에 심어둔 나무 한 그루 변하는 걸 모르는 게 인간이다. 하지만 다가올 계절이 그저 나무를 물들이고 과실을 익게 하는 가을이기만 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설비가 드론테러에 노출되고, 시리아에서 미군과 러시아군이 맨손 격투를 벌이며, 미국 드론이 이란 장군을 이라크에서 폭사시키는 일은 전에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던 사건들이다. 이들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이 있는데 오직 남보다 조금 더 앞을 내다보는 현자들만이 이를 하나로 꿰어 가치 있는 정보로 풀어낼 줄 안다. 우린 그들을 가리켜 전략가라 부른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는 지정학 전략가로 꽤나 명망이 있는 피터 자이한이 2017년 내놓은 책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보수 전략가가 쓴 책은 너무 쉽게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곤 했는데, 개중 특별히 명성 높은 이를 꼽자면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정도가 될 것이다. 피터 자이한의 이 책은 여러모로 이들의 대표작과 견줄만하다. 충실한 정보와 폭넓은 관심으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취할 미래전략을 확신에 가까운 신념 아래 예측했다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피터 자이한은 다른 전략가에 비해 정무적 경험이 일천함에도 데이터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 약점을 상쇄한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다른 여러 국가가 처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에너지, 특별히 셰일이다.
저자는 책에서 셰일 혁명이 미래가 아닌 현실로 자리 잡았으며, 그 결과 미국이 급격하게 외교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수정이라 함은 미국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더는 수행하지 않는단 뜻이다. 셰일 혁명을 통해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뤄냈고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과 안정된 인구구조까지 가진 미국이 폐쇄적 초강대국으로 자리한다면, 남은 세계가 지금과 완전히 다른 혼돈의 장으로 돌입하리란 게 그의 예측이다.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 지난 수년 간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꾸준히 군대와 자본을 북미대륙으로 철수시켜왔다.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돈과 위험을 떠안아가며 국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쩌면 정말로 미국이, 페르시아만과 터키,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 주둔한 미군까지도 철수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이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일 수밖에 없다.
책은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과 이후 발생할 여러 시나리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의 부상과 한·중·일 3국의 처절한 미래 등도 여러 가지 근거를 짚어가며 그려낸다. 일부 지나친 주장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깊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가 인구정책 실패와 민족적 폐쇄성으로 필연적으로 팽창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된 여러 예측은 지난 3년 간 현실로 입증돼 가고 있다.
러시아 해군이 북극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영국이 이에 대응해 노르웨이로 군대를 파병한 사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이어 베네수엘라에 정규군을 파병한 사실 등이 모두 그렇다. 한때나마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가 지독한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모습도 자이한의 분석이 얼마나 튼실한 근거 위에 서있는지를 반증한다.
한국 독자들에겐 자이한이 묘사한 미국이 빠진 세계에서 동아시아가 겪게 될 위기가 충격적으로 여겨질 수 있겠다.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겪고 주요국가 사이에 분쟁이 발발하는 미래는 한국이 받아들일 수도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미래는 확신할 수 없다. 돌아보면 당대 최고의 전략가들이 분석한 미래 역시 절반쯤은 비껴나갔다. 설득력 있는 근거로 세계 3차 대전을 피할 수 없으리라 주장한 이도 있고, 단일국가의 손에 패권이 주어지던 시기는 이미 끝났다고 공언한 이도 있다. 전 지구적 협력구조가 자리 잡는 날이 오리라는 주장이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미국이 자리를 공고히 하리라는 주장 역시 있었다. 진실은 그 가운데 어디쯤에 있나 돌아본다.
중요한 건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일이다. 한국은 여전히 70%를 훌쩍 넘는 원유를 페르시아 만 국가들로부터 들여와야 하는 불안정한 위치에 서 있다. 제조강국의 지위를 버릴 수 없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선택도 있을 수 없다. 기나긴 보급로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역량도 없으므로, 미국이 떠난 세계가 재앙에 가까울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책을 읽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는 명확하다. 자이한이 예측한 끔찍한 미래를 바꿔내는 것이 한국과 한국인이 해야 할 일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부실해지는 이 길고 긴 책을 덮으며, 어쩌면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아는가. BTS와 봉중근이 이 책의 결말을 바꿔낼 수 있을지.
*이 글은 #열림원출판사 로부터 #BTS노래산문작은것들을위한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BTS 노래산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지혜는 지식과는 무늬가 달라. 지식은 그냥 무엇에 대해서 아는 것을 말하지만 지혜는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헤아려 아는 것을 말하지"
p49
"움직이는 것과 옮겨 다니는 것 자체가 생명의 본성이라 할 거야."
p59
얼마 전 유튜브에서 유퀴즈 온더블럭 예능에 나오신 나태주 시인님의 방송 영상이 떴다. 나태주 시인님은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시 작품 한편이 무조건 나와서 작가님의 인터뷰가 궁금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에서 방탄소년단 제이홉이라는 멤버가 나태주 시인님의 시집을 추천했다는 것을 듣고 자신의 책을 싸인해서 보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보고 실제로 나중에 만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하이브 소속사와 협의를 하고 나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가지고 산문 시집이 나왔다고 해서 제대로 성공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노래 가사와 그 가사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다. 연예인들 관련해서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2014년부터 상남자라는 노래를 학교 축제에서 듣고 나서 몇 멤버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2015년에 'I NEED U'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데뷔 앨범부터 지금까지 나온 노래까지 다 들었기에 다 아는 노래가 적혀있다. 가사들이 있는 페이지는 해당 노래를 실제로 틀면서 읽으니 그냥 노래를 들을 때에도 좋았고 읽으면서 들으니 더 내용이 와닿았다. 특히 화양연화 앨범들의 경우 세계관이라는 것을 제대로 정립을 한 그룹이기도 해서 뮤직비디오가 있는 노래의 경우 뮤직비디오 해석을 하는 데에 팬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더 나아가 소속사에서 세계관을 가지고 상품으로 책을 2권을 냈는데 원래 굿즈 욕심은 없는데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해서 읽었던 기억들이 난다. 그리고 노래들의 경우 본인들의 삶이 반영되어 있기도 해서 그동안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한 내용부터 여러 영상들을 봤던 것들도 대부분 기억이 났다.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가사들이 정말 시 작품처럼 느껴졌다. 시 작품들이 운율이 있어 노래 가사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노래 가사들을 보면 시처럼 느껴지는 경우들이 몇 있는데 이 책이 나온 이후로 다른 노래들도 시집으로 나오지 않을까 상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이 주는힘을 다시 깨달았다. 예시로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글과 유퀴즈에서 슈가라는 멤버가 힘들 때 스스로 본인들의 노래를 들을 때 위로가 된다고도 이야기를 한 영상을 통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철학과 가치관과 청춘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스스로도 위로가 된다고 하면 말은 다 했다고 본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더 나아가 멤버들 중에서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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