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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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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도시에서 태어나 목련과 라일락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라다. 바람만 마시면 기침을 하고 열이 오르는 허약 체질이라 자연스럽게 집 안에 갇혀서 책만 보는 지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람보다 활자가 반가운 비뚤어진 태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팔다리는 우람하지만 쓸데없이 눈만 큰 탓인지 꽃잎만 떨어져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춘기를 이십대 후반까지 겪느라 마음이 바빠서 일찍 늙었다. 딸이 노처녀로 살게 되리라는 걸 직감하시고 혼자 버틸 수 있는 경제력을 강조하신 어머님 덕분에 공학을 전공했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며 밥벌이는 곧잘 했지만, 사는 게 이렇게 여름 폭우 속을 우산 없이 걷는 기분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폭풍 야근의 후유증 속에 심야 버스를 타고 지나온 밤의 풍경을 기록하며 한 줄의 텍스트에 몰입하느라 사랑 몇 번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서른을 넘겼다. (도대체 언제?) 일하느라 허리가 부러져 몇 달을 누워 지내기도 하고, 살인적으로 오르는 밥값이 아까워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면서 젖은 머리카락 말리다 보니 어느새 십 년 차 직장인. 사무실에 가면 여자론 최고참으로, 고향집에 가면 철딱서니 없는 딸로, 친구들 사이에선 게으르고 대책 없는 골칫덩어리로 꿋꿋하게 삼십대의 어느 날을 막 지나가고 있다. 밤마다 빈방의 사방 벽에 대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날들이 차라리 반갑다”라고 안구 건조증을 하소연하느라 여전히 마음이 바쁘고 일찍 늙는다. 사수자리. O형. 진격의 주름, 주름, 주름. * 시집 《안개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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