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 문단의 블록버스터(「누벨 옵세바퇴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기 작가 아멜리 노통브 소설. 샤를 페로의 동화 '고수머리 리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추하지만 천재인 남자와, 아름답지만 멍청해 보이는(사실은 멍청하지 않다) 여자라는 두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는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이렇게 이론화했다. 저속한 것이 남성의 특징이라면, 여성의 특징은 불만족이라고. 물론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다. 남자들에게도 불만족이, 여자들에게도 저속함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도 일반적인 경향이란 것이 있었다. [외모 때문에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나도 저속한 남자애가 됐을 거야] (p122)
「도가머리 리케 (Riquet à la Houppe)」라는 프랑스 고전 동화를 아멜리 노통브 작가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소설이다. 원래 원서 제목은 「추남, 미녀」가 아닌 동화 제목 그대로 「리께알라우뻐」다. 이걸 알고 나서 왜 굳이 추남&미녀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을까에 대해 조금 의문이 들었다. 만약 10년 전, 한국의 전래동화인 콩쥐 팥쥐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제목이 있는 그대로 「콩쥐 팥쥐」였다면,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Kong Gee, Pat Gee」나 「Bean Rat, Red Bean Rat」이 아닌 「Discriminated Sisters」처럼 번역됐을 것이다. 우리가 콩쥐와 팥쥐라는 이름만 들어도 차별받는 자매의 이야기라는 걸 떠올리듯이, 프랑스에서는 리께알라우뻐라는 제목만 들어도 아름답지만 재치가 부족한 공주와 말재간은 좋지만 우라지게 처 못생긴 왕자의 이야기라는 걸 바로 떠올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제목이 참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번역가는 재창조의 신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적의 화장법」을 읽고 처음 알게 된 작가다. 프랑스 작품을 한번 읽고 싶어서 검색했다가 접한 책이다. 약간 제정신이 아닌 채로 흘러가는 짧은 소설인데, 정말 너무 놀라웠다. 가히 내가 살며 읽어본 책 중 가장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랑스인 친구에게도 말했더니 친구의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는 작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몇 권 더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한 1/3쯤 읽었을 때 동화의 원래 내용이 궁금해서 구글에 찾아보고야 말았다. 이 소설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그 아무도 이 전래동화에 관심이 없었는지, 깔끔하게 제대로 설명된 건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딱히 미리 찾아낼 필요가 없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맨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동화의 전 내용이 아주 잘 번역되어 있다. 정말 전체적으로 동화에서 스토리 영감을 얻었구나 싶다. 하지만 그저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똑똑하고 못생긴 남자와 아름답고 말수가 적은 여자를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과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동화가 바탕인 만큼 교훈도 준다. 서로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랑이 짱이라는 둥 그런 표면적인 것보다는, 외면과 내면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좀 더 현대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못생겼지만 지적인 여성과 잘생겼지만 무식한 남성의 이야기로 풀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저나 표지 상단의 눈은 아멜리 노통브의 눈인가? 조금 무섭다. 껄껄
“사람들은 극도의 아름다움에 무심하지 않다. 그들은 아주 의식적으로 그것을 미워한다. 극히 못생긴 사람은 가끔 약간의 동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극히 아름다운 사람은 연민은커녕 화만 치밀어 오르게 한다. 성공의 열쇠는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예쁘장하게 생기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