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PD인 소설가 이재익이 3년 만에 발표한 소설집. 소설집에는 기존에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레몬' 같은 단편 소설에서부터 처음으로 선보이는 '카시오페아 공주' '섬집 아기' '중독자의 키스' '좋은 사람' 같은 미발표 작품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장르도 환타지, 멜로, 호러, 로맨스 등을 넘나든다.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었다. 읽기 전부터 인기 라디오 방송인 컬투쇼의 PD가 쓴 소설집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재기발랄한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고,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 이라는 선전 문구를 보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 아리송할 따름이다. 확실히 판타지도 있고 멜로도 있고 호러....라기보단 고어함도 있는 듯 싶고, 미스터리도 있고, 로맨스도 있는 듯 하지만 몽환적이며 환상적이었다고는 말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으니까. 이 책 속의 다섯 이야기는 정말 있을 법한 느낌을 주는 판타지다. 혹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그래서 완전한 판타지 ㅡ최소한 내가 아는 세상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첫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 기대가 어긋났음을 깨달았다.
자신을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한 여자와 아내를 살해당했던 한 남자가 등장하는 표제작 '카시오페아 공주', 단란한 가정에 옛 친구가 불쑥 찾아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섬집 아기', 일탈 같은 사랑을 하기 시작한 두 남녀의 이야기인 '레몬', 작가가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 범죄를 보며 썼다는 '좋은 사람'과 실려있던 글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중독자의 키스'.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고는 있지만 어딘지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는 이 글들 중, 특히 여러가지 것들 ㅡ그것이 행동이든 감정이든 간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얽히고 설켜있는 '중독자의 키스'는 정말 꽤 괜찮았다. 중독이라는 것, 흔히 카페인이나 니코틴, 알코올 등의 대상을 가지고 쓰여지는 단어이지만 중독이라는 현상이 커버하는 범위는 늘리면 늘어난다고 해도 될 정도로 광범위하다. 나만해도 내 스스로가 활자 중독이고, 축구에 중독되어 있다고 할 정도이니까. 그리고 이 '중독자의 키스' 속의 중독자들은 일반적인 대상이 아닌 것들에 중독되어 있고,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인상적일 수 있었다. 아, 여주인공인 수아의 경우는 '영화'에 중독되어 있으니 비교적 평범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에 실려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어쩐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반전이 예측 가능했고, 이야기의 흐름을 앞서 짚을 수 있다는 것들은 작은 아쉬움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것이 어렵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