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 부키 펴냄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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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9

페이지

144쪽

이럴 때 추천!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러시아 #보부아르 #사르트르 #오해 #프랑스

상세 정보

'영원한 사랑'은 과연 존재할까
사랑과 인생에 대한 노부부 이야기

1962~1966년 사이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원래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을 고쳐 쓴 <분별의 나이>가 최종적으로 실렸다. 이 작품은 미발표작으로 남아 있다가 1992년이 되어서야 공개되었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그녀가 겪게 되는 노화와 그에 따른 좌절,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솔직하게 녹아 있다.

50년을 함께한 사르트르와의 애정은 앙드레와 니콜의 끈끈한 관계로, 모스크바에서 만난 통역사 레나 조니나에 대한 질투와 우정은 마샤와의 관계로 생명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건 보부아르, 그녀 자신의 삶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60년대 소련의 모습을 그녀의 시선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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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teful

@grateful

나이가 무겁게 느껴질 때 읽어보면 공감이 될 소설..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일까? 소설 속 부부에겐 갈등 상황에서 모든게 그리 어렵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오해했다고 깨달으면 모든게 쉽게 흘러가버린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면서도 결국 시간이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힘겨운 문제라서 일까... 한편 허망하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부키 펴냄

2019년 12월 19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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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

@lucyuayt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야, 그녀가 생각했다.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부 사이에는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우리 관계가 망가졌을까 봐 조금 두려웠어."
"나도 그랬어."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야." 그가 말했다. "우린 반드시 이야기를 나눠야 했어."
"그래, 맞는 말이야. 다음번엔 겁내지 않을 거야."
그가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다음번은 없을 거야."
아마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코 서로에게서 멀어져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며칠 동안 앙드레는 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니콜에게 전부 말하지 않았다. 니콜 역시 사소한 것은 그냥 넘어갔다. 그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만났다. 앙드레는 질문할 것이고, 니콜은 대답할 것이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부키 펴냄

읽었어요
2018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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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책방

@zdkwlfg0s5br

오해의 사소함, 소소함.
그리고 간단한 대화라는 해결책.
우리는 왜 대화하기를 그렇게 힘들어 하는가.
배려에서, 미안함에, 미움받게 될까봐서.
이유는 너무나 많고, 자꾸만 커져간다.
그러니까, 나에게도 그렇다.

아이같이 다투고, 화해하는 모습, 시몬 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부인)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부키 펴냄

읽었어요
👍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추천!
2016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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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962~1966년 사이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원래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을 고쳐 쓴 <분별의 나이>가 최종적으로 실렸다. 이 작품은 미발표작으로 남아 있다가 1992년이 되어서야 공개되었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그녀가 겪게 되는 노화와 그에 따른 좌절,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솔직하게 녹아 있다.

50년을 함께한 사르트르와의 애정은 앙드레와 니콜의 끈끈한 관계로, 모스크바에서 만난 통역사 레나 조니나에 대한 질투와 우정은 마샤와의 관계로 생명력을 얻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건 보부아르, 그녀 자신의 삶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60년대 소련의 모습을 그녀의 시선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포인트다.

출판사 책 소개

현대 여성 지성의 상징―
시몬 드 보부아르가 남긴 미발표 소설


철학자이자 사상가,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페미니스트의 대모’,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을 통해 평생 지적 동반자로 함께했던 선구적 여인. 현대 여성 지성의 상징이라 할 만한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30주년이 되었다. 3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분명 누구나 보부아르에게 빚을 진 셈이 되었다. 페미니즘이 문화계 담론의 한 축을 차지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6년의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보부아르 서거 30주년을 맞아 그녀의 미발표 소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Malentendu a Moscou)』가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대표작은 사회학적 연구서 『제2의 성Le Deuxieme Sexe』이지만, 그녀는 인정받는 소설가이기도 했다. 1943년 『초대받은 여자(L'Invitee)』로 데뷔, 1954년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소설은 자전적인 작품이 많고 독자적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의 오해』 역시 자전적 소설이다. 보부아르는 1962~1966년 사이에 작가연맹의 초대를 받아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자전적 소설에 담긴 1960년대 소련, 중년의 부부, 그리고 보부아르

주인공은 은퇴한 교수와 교사 부부인 앙드레와 니콜. 각자 다른 사람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하나씩 두고 있는 부부는 1966년, 남편 앙드레의 딸 마샤가 살고 있는 소련으로 여행을 간다. 사회주의에 이상을 품고 있던 앙드레는 삼 년 만에 다시 방문한 소련 사회의 변화 앞에 실망감을 느끼고, 니콜은 젊고 활기찬 마샤를 보며 자신의 ‘늙음’을 느낀다. 둘 사이에 끼어든 마샤의 존재로 인해 니콜의 서운함이 조금씩 쌓여 가고, 마침내 부부 간에 오해가 생겨난다. 니콜은 다툼을 계기로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해 온 앙드레와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작품의 미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중년의 보부아르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 여성으로서 노화를 맞이한 심경을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 그녀의 눈에 비친 1960년대 중반 소련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노화를 맞이한 부부의 오해와 위기가 눈길을 끈다. 보부아르는 1966~1967년 사이에 이 중편소설을 집필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는 만 58세였고 사르트르와의 관계도 38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자신에게 닥친 나이듦에 격렬히 절망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동반자에 대한 복잡한 심경―늙어버린 그에 대한 실망감, 그가 젊은 딸의 에너지에 매료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질투― 역시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누구보다 예민한 촉수를 지닌 ‘페미니스트 대모’가 고백하는 ‘늙음’은 잔잔하지만 우울하고, 담담하지만 씁쓸하다.

보부아르,
그 삶의 기록


소설은 부부가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실제로 1962년 7월 초, 사르트르가 ‘평화를 위한 운동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부터 보부아르 커플은 1966년까지 매해 여름의 몇 주간을 모스크바에서 보냈다. 니콜과 앙드레가 둘 다 은퇴한 교사.교수로 설정되어 있는 점, 앙드레가 사회참여적 지식인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도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지점이다.

-파리에서 앙드레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빼앗겼다. 스페인 정치범들, 포르투갈의 수감자들, 박해받는 이스라엘 사람들, 콩고의 반도(叛徒), 앙골라 사람들, 카메룬 사람들, 독일에 대항한 베네수엘라 지하운동가들, 페루 사람들, 콜롬비아 사람들. 그리고 그녀는 잊고 있었지만, 앙드레는 힘이 닿는 한 언제든 그들을 도우러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집회, 시위, 모임, 전단 작성, 심의회, 그는 이 모든 일을 수락했다. 그는 수많은 단체와 위원회에 속해 있었다. (본문 17~18쪽)

-니콜은 예순 살의 은퇴한 선생이었다. 은퇴한. 그녀는 그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다. 첫 부임지가, 첫 수업이, 시골의 가을날 발치에서 부스럭거리던 낙엽들이 떠올랐다. 은퇴하던 날 ? 흘러간 시간만큼 혹은 그녀가 겪은 시간만큼 그녀로부터 멀어진 ? 은 마치 죽음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일이 닥쳐왔다. 그녀는 이제는 열지 못할 문을, 왁스칠한 복도를, 분주히 뛰어다니던 아이들을, 다시는 듣지 못할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이따금씩 향수를 느꼈다. 그녀는 경계선 너머로 건너와 있었다. (본문 74쪽)

한편, 소련 작가연맹은 보부아르 커플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돕고, 레나 조니나라는 통역사도 붙여 주었다. 40세의 똑똑한 여성 레나에게는 마샤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다. 보부아르는 1972년에 펴낸 자서전 『숙고 끝에(Tout compte fait)』(한국어판 『사랑과 여행의 긴 초대』, 명지사, 1987)에서 자신이 레나의 강하고 명랑한 성격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녀는 레나의 특징 몇 가지를 소설 속 앙드레의 딸 마샤에게 부여하였다.

-출구에서 마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니콜은 마샤의 얼굴에서 클레르와 앙드레의 너무도 다른 특징이 조화롭게 녹아든 이목구비를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날씬하고, 우아했다. ‘가발을 쓴 것 같은’ 머리 모양에서만 그녀가 모스크바 여자라는 느낌이 풍겼다.
“여행 잘하셨어요?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 아빠?”
마샤는 아빠에게는 반말을 하고, 니콜에게는 존댓말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좀 이상했다.
“가방, 저한테 주세요.”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가 여자의 짐을 옮겨주는 건 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다른 여자의 짐을 옮겨주는 건 자신이 젊기 때문이니 내가 늙었다는 느낌이 든다. (본문 16쪽)

소설 속에서 부부는 사소한 오해 끝에 다투게 된다. 니콜은 모스크바에 머무는 내내 앙드레와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는다. 반면 앙드레는 사랑하는 두 여인, 니콜과 마샤와 함께 있는 기쁨에 취해 니콜의 기분을 알아채지 못한다. 불만이 쌓여 가던 니콜은 앙드레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데, 그녀의 회고를 통해 복기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세월의 길이만큼이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역시 자연스럽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오늘날 둘 중 누가 더 상대방에게 애착을 갖고 있는지 딱 잘라 말하기는 불가능했다. 두 사람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있었다. 그이는 내 인생이고, 나는 그이의 인생이야. (본문 73쪽)

-“변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한 가지 사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난 그대 보부아르와 늘 함께하리라는 사실이라오.” (사르트르)

-“우리 두 사람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때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두 개인 사이의 조화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부아르)

노화 앞에 선 노부부,
그 상념의 기록


-거울 속에서, 사진에서, 그녀의 모습이 시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앙드레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남자인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자신이 여자임을 느꼈다. 그런데 앙드레가 너무나 잘생긴 낯모르는 청년을 데리고 왔다. 청년은 별생각 없이 예의 바른 태도로 그녀와 악수했고, 그 순간 뭔가가 뒤집혔다. 그녀에게 청년은 젊고 매력적인 수컷이었지만, 청년에게 그녀는 여든 살 늙은이만큼이나 무성의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을 보던 청년의 눈길을 잊지 못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자기 육체와의 일치를 단념했다. 그것은 낯선 허물, 딱한 변장이었다. (본문 70쪽)

보부아르는 늙어가는 중년 여성의 절망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니콜은 잘생긴 청년을 기꺼이 수컷으로 바라보는 한편, 청년이 자신을 여성으로 보지 않음에 또한 기꺼이 좌절한다. 지식인 특유의, 노화를 초월한 듯한 위선적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니콜은 마샤의 젊음을 부러워하고(본문 39쪽) 앙드레와 마샤의 관계를 질투한다(본문 76쪽). 예전처럼 오래 걷지 못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거나(본문 52쪽), 다이어트 때문에 쿠키 하나 마음껏 먹지 못하는 60세 여성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씁쓸하게 묘사되어 있다.

-“난 삶은 달걀 두 개만 먹을게.” 니콜이 말했다.
“배 안 고프세요?”
“고프지. 하지만 뚱뚱해지고 싶지 않아.”
“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마샤가 말했다. “좀 더 드셔도 돼요!”
-마샤의 무뚝뚝하고 성난 목소리가 니콜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지금껏 니콜에게 그런 투로 이야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니콜은 피로조크(러시아식 크로켓 ? 옮긴이)를 베어 물었다. (본문 40쪽)

한편 보부아르는 남편 앙드레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소설은 니콜의 시점과 앙드레의 시점을 빠른 속도로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이러한 ‘이중 시점’ 기법을 통해 부부는 작품 속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다. 앙드레 역시 자신이 늙어감을 한탄한다. 그는 니콜을 절대적으로 사랑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딸의 존재가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본문 19쪽).

-앙드레도 빙긋이 웃었다. 하지만 자신이 뭔가를 잃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불꽃, 이탈리아 사람들이 ‘라 스타미나(la stamina)’라는 너무도 예쁜 이름으로 부르는 활기 말이다. 앙드레는 잔을 비웠다. 그가 술이 주는 기분 좋은 열기를 추구한 건 분명 그 때문이었다. 지나쳐, 니콜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나이에 무엇이 남아 있겠어? 그가 잇몸을 만졌다. 그래도 감각이 조금은 남아 있다. 브리지를 지탱하고 있는 치아를 치과의사가 살려내지 못하면, 틀니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제 그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를 바라지 않았다. (본문 67~68쪽)

부부의 오해와 다툼은 사실 상대방의 딸, 아들에 대한 질투에서 촉발된다. 앙드레는 니콜의 아들 필리프를, 니콜은 앙드레의 딸 마샤를 경계한다. 각자의 자녀들이 ‘잃어버린 젊음을 가진 이성’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이러한 상황 설정은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꿰뚫어 보는 장치가 된다.

-“필리프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당신은 나를 외골수라고 자주 비난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당신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데, 당신에게서 필리프를 빼앗아서 내가 뭘 얻었겠어?”
“뭐라고? 당신이 나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오! 물론 당신은 당신 삶 속에 내가 있어서 기뻐하지. 나 말고 다른 것이 있는 조건에서 말이야. 당신 아들, 친구들, 파리…”
그녀가 놀라서 말했다. “방금 당신이 한 말은 바보 같아. 당신도 나 말고 다른 것을 필요로 하잖아.”(본문 136쪽)

청춘인 마냥 유치하게 질투하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인간적이면서 현실적이다. 과연 노인은 누구이고 노년은 어떤 시간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을 마친 후, 보부아르는 『노년(La vieillesse)』(1970)이라는 제목의 사회학적 연구서를 발표했다. 그녀는 그 책을 통해 ‘여성은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지만 노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된다며,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1960년대 소련 사회주의의 기록


-“사람들이 신을 믿고 싶어 하는 건 지상에서 더 이상 믿을 것이 없기 때문이야. 그건 이곳 사람들이 추구하기 시작한 복지정책이 네가 말하는 것만큼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의미지.”
“오! 복지요! 과장하지 마세요.” 마샤가 말했다. “현재 우리가 이데올로기적으로 후퇴하는 시기에 있다는 걸 결코 부정하진 않아요.”
“그 시기가 얼마나 오래 갈까?”
“잘 모르겠어요. 바실리나 그애 친구들 같은 젊은 애들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죠. 그 아이들은 행복도 자유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주의를 위해 싸울 거예요.”
“바람직한 일이구나.” 앙드레가 회의적인 말투로 말했다. (본문 95쪽)

1960년대에 들어서며 소련은 자본주의 진영과의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이른바 ‘수정주의’ 노선을 확실히 한다. 군비 부담을 줄이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과 의견이 있었는데, 보부아르는 앙드레와 사위 유리, 딸 마샤의 대화를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기록하고 있다.

-앙드레와 유리는 최근 소련이 르노 자동차 회사와 체결한 협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앙드레는 소련이 도로망과 대중교통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자가용 60만 대 제조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대중교통은 잘 운행되고 있어요, 유리가 말했다.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기도 전에 도로를 건설하는 건 무분별한 정책일 거예요. 자동차를 갖게 되면 주민들 스스로 그걸 요구할 겁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시민들은 사적 요구를 만족시킬 권리가 있어요. 정부도 소비재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칭찬해줘야 해요.
“넌 사유재산을 증대시키면서 사회주의를 제대로 건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저는 인간이 사회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단기적으로 개인의 이익에 관심을 가져야 돼요.” 마샤가 말했다. (본문 61~62쪽)

이와 더불어, 보부아르는 작품 곳곳에 소련의 불합리한 관료주의가 유발하는 소동을 보여 준다. 외국인을 대하는 폐쇄적 태도를 비판하는 입장은 자서전 『숙고 끝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녀는 그 책에서도 ‘러시아인들이 외국인을 믿지 못하는 것은 오래된 전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부아르 커플은 소련이 자국의 작가 두 명을 노동 수용소에 추방한 사건에 항의하여 1967년 작가연맹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일어난 소련의 군사 개입을 계기로 소련과 완전히 인연을 끊게 된다.

-“친절과 불신이라, 기묘한 조합이네.” 니콜이 말했다. (중략) 크림 반도에서는 가는 곳마다 금지사항을 마주했다. 동유럽 쪽 해변인 세바스토폴은 외국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인투리스트(구소련의 외국인 관광국. 1929년에 설립된 국영 여행사이다 ? 옮긴이)에서는 얄타와 심페로폴을 연결하는 산악도로가 공사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투리스트의 담당자가 마샤에게 은밀히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사실 그 도로는 외국인에게만 봉쇄되었다. (본문 37쪽)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기 때문인지, 보부아르는 이 작품을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에 수록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많은 단락을 문맥에 맞게 각색하고 소비에트와 관련된 부분을 모두 덜어낸 후 위기에 처한 여성 인물의 시점을 더 강조하여 『분별의 나이(L’Age de discretion)』라는 작품으로 고쳐 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25년간 묻혀 있다가, 1992년에야 그 독자성을 인정받아 잡지 『로망 20-50(Roman 20-50)』을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2013년 프랑스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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