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음모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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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

페이지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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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은 흔히 생각하듯 약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음모론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지위와 관계없이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음모론은 (권력 비판을 위한) 약자의 무기가 될 수도, (권력 유지를 위한) 강자의 망치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질병-음모론,’ 찰스 피그던의 ‘정상-음모론,’ 데이비드 코디의 ‘충돌 음모론,’ 칼-하인츠 힐만의 ‘권위적 주장’)과 음모론자의 여러 유형(신념윤리가적 음모론자,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그리고 각각의 세력들이 음모론을 정치 전략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음모론을 다루는 학술서들뿐 아니라 움베르트 에코, 돈 드릴로, 임성순의 소설 등을 폭넓게 인용하며 흥미로운 사유를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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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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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영

@hanminyoung88i1

"지금은 음모론의 시대다"
전상진 선생은 학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는 '음모론'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내세워 이 시대를 진단해 낸다. 놀랍고도 안타깝게도 그가 진단하는 시대 정의는 지나치리만큼 설득력 있다. 그렇다. 지금은 음모론의 시대다.
음모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금이 음모론의 시대라고 부르는 전상진선생의 말의 설득력이 달라질 것이다. 이 시대를 잘 포착해내되, 어느 시대에나 통용될 법한 것을 꺼내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음모론은 세계나 사건의 원인을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으로 무조건적으로 돌려버리는 설명 체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음모론의 시대가 된 것은 지나치게 복잡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맞는 얘기다. 게다가 복잡할 뿐 아니라 너무 전문적인 것들이 많아서 무엇이 진짜인지 전문가가 아니면 알 도리도 없다. 하다못해 4대강 정비사업(이라 쓰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고 읽는다)만 하더라도 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이는 천안함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그러한 사건들의 책임 귀속을 그냥 누군가에게 뒤집어 씌운다면, 이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호소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의 실패는 이명박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자들의 음모 때문이며 천안함 사건은 앞뒤 가리지 않고 북한의 소행이며 이를 의심하는 것은 종북주의자들의 음모라는 등으로 말이다. 음모론은 이처럼 모든 사건을 아주 심플하게 설명해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현실은 저 멀리 있고, 그들만의 설명 방식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음모론은 설명에 있어서의 마약이다.
저자의 통찰력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음모론자를 두 부류로 나누는 것이다. 신념으로 움직이는 자와 기회주의를 노리며 움직이는 자. 내가 보기에 이 나라의 소위 '보수'라는 작자들 중, 국회에 들어가 있는 자들은 기회주의를 노리며 음모론을 주장하는 자들이며, 그들이 신념으로 움직이는 자들을 이용하여 이 사회에 자신의 음모론을 퍼뜨리고 자신의 음모론에 반대하는 자들을 '음모론자'로 몰아붙이는 행태를 반복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신념으로 움직이는 '보수(라고 쓰고 수구꼴통이라고 읽는다)'는 그들이 기회주의적으로 자신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저자가 음모론 자체를 '통치의 음모론'과 '저항의 음모론'으로 나누는 것, 음모론의 세 가지 기능을 말하는 것, 정치적 기능으로서의 음모론을 다루는 것들 모두 설득력 있다. 다만 음모론을 신정론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굳이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신정론'이라는 단어는 대개 철학적으로 다루어지던 단어라는 점만 언급하겠다.
이 시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진단을 정확히 해야 처방도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진단을 정확히 함과 동시에 진단을 내리고 이를 자각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기 반성을 촉구한다. 그들도 잘못이지만, 우리도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들은 '죄인'이지만 우리도 '정치적 책임'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죄를 저지를 때, 우리도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땅콩회항 사건만 하더라도,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던 것을 당연하게는 아닐지라도 알게 모르게 인정해왔던 것이다. 이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죄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용인해준 '정치적 책임'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정치적 책임을 느끼며, 그리고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며 우리 자신부터 반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다!

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7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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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음모론은 흔히 생각하듯 약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음모론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지위와 관계없이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음모론은 (권력 비판을 위한) 약자의 무기가 될 수도, (권력 유지를 위한) 강자의 망치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질병-음모론,’ 찰스 피그던의 ‘정상-음모론,’ 데이비드 코디의 ‘충돌 음모론,’ 칼-하인츠 힐만의 ‘권위적 주장’)과 음모론자의 여러 유형(신념윤리가적 음모론자,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그리고 각각의 세력들이 음모론을 정치 전략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음모론을 다루는 학술서들뿐 아니라 움베르트 에코, 돈 드릴로, 임성순의 소설 등을 폭넓게 인용하며 흥미로운 사유를 펼쳐나간다.

출판사 책 소개

음모론은 그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KAL기 폭파 사건부터 천안함 침몰, 디도스 공격,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언제부턴가 커다란 사건 · 사고가 일어나면 그 이면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는 특정 시기에 어느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진 이유가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음모론까지 존재한다. 어느 사이 음모론은 세계를 해석하는 주요한 설명 틀 가운데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책임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공론장이 제대로 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음모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이렇게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떠돌고 음모론자라는 낙인이 횡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회학자 전상진 교수의 첫 책인 『음모론의 시대』는 우리 사회가 왜 음모론으로 들끓게 되었으며, 음모론은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각각의 정치 세력은 어떤 식으로 음모론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한 해석을 펼쳐나간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음모론이 단순한 음모‘놀이’나 손쉬운 책임전가 수단에 머물지 않고, 유의미한 비판이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문학과지성사 刊).


‘세속적 신정론’으로서의 음모론

오랫동안 지식인들은 음모론에 빠져든 사람들을 박해 망상과 자기 맹신에 휩싸인 ‘광신자’ 혹은 ‘편집증자’라고 치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음모론의 영향력이 전 사회 영역으로 확대되고(‘음모론의 주류화’),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몇몇 음모들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음모론을 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자는 음모론이 막스 베버가 말한 ‘신정론神正論’(고통, 악, 죽음과 같은 현상을 신의 존재에 의거하여 정당화하려는 믿음 체계)과 동일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회에는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문화적 장치가 존재하는데, 오랫동안 그 기능을 신정론이 담당해왔다. 우리가 겪는 고통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줌으로써 고통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사회가 도래하면서 신정론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종교가 현세적 세계질서의 불공정성을 더는 설명해주지 못하자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대신 그들이 찾은 ‘새로운 신정론’은 바로 “현세 내에서의 혁명적 보상”을 약속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였다. 그리고 그 정치 이데올로기마저 영향력을 상실한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 ‘음모론’이다. ‘세속적 신정론’으로서의 음모론은, 세상의 불합리한 문제들과 ‘고통’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와 책임자를 밝혀줌으로써, 즉 세계를 명료하게 그려줌으로써 우리를 유혹한다.


음모론, 약자의 무기인가 지배의 망치인가

음모론은 흔히 생각하듯 약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음모론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지위와 관계없이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된다(집권 세력이 자신들을 반대하는 ‘음모’가 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음모론은 (권력 비판을 위한) 약자의 무기가 될 수도, (권력 유지를 위한) 강자의 망치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질병-음모론,’ 찰스 피그던의 ‘정상-음모론,’ 데이비드 코디의 ‘충돌 음모론,’ 칼-하인츠 힐만의 ‘권위적 주장’)과 음모론자의 여러 유형(신념윤리가적 음모론자,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그리고 각각의 세력들이 음모론을 정치 전략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음모론을 다루는 학술서들뿐 아니라 움베르트 에코, 돈 드릴로, 임성순의 소설 등을 폭넓게 인용하며 흥미로운 사유를 펼쳐나간다.

음모론은 포위된 시민들의 최후의 도피처일 뿐인가?
비판이론으로서 음모론의 잠재력을 생각한다.


“물론 음모론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투명한 게 없어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요.”(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운영위원장)

저자는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의 ‘관찰자’와 ‘재판관’이라는 개념 틀을 빌려 스스로의 역할을 특정 음모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재판관’이 아니라, 다양한 음모론과 그 사회적 의미를 거리를 두고 분석하는 ‘관찰자’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음모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정해버린다. 음모의 세상에는 두 진영만이 존재한다. 적과 아군, 나쁜 놈과 좋은 놈. 그러한 적과 대화나 타협이 가능할 리 없다. 적에게 민주주의적 관용을 적용할 까닭이 없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근본이 파괴되니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당한 비판까지도 아주 쉽게 음모론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의 자기비판과 자기갱신의 능력이 소진된다.
음모론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권력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공론장이 비판의 기능을 상실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음모론이 비판이론으로서 갖는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말한다. 음모론은 ‘전복적인 힘’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사회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음모론의 시대에 넘쳐나는 질문들이 ‘박제화된 비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가’의 자세, 책임감과 균형 감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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