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장혜령 (지은이)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장혜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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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7.1

페이지

148쪽

상세 정보

문학동네 시인선 156권. 장혜령 시인의 첫 시집. 작가는 2017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선정돼 등단했으며, 이후 산문집과 소설을 먼저 펴냈다. 이 책은 십 년에 걸쳐 써온 글들을 묶은 것이다. 40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묶었다. 부 제목에서 시인이 깊이 천착한 지점을 엿볼 수 있으리라. 우선 1부 ‘받아쓰다, 눈의 언어’와 2부 ‘번역하다, 새의 울음’, 3부 ‘바라보다, 늙은 숲의 심장’에 실린 시들을 통해 쓰는 자의 의무, 기록하는 의미에 대한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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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장혜령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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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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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fahr

@kafahr

초원장 여관의 정오
카운터 여자는 낮잠

얇은 벽 너머
한 사내가
구토하는 소리를 듣는 정오

느티나무 아래
벤치의 노인들이
말없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정오

양말 가게 남자가
수굿한 뒷모습으로
아들의 수학 문제에 열중하는 정오

우동집 앞
당신에게서 돌아서는 정오
돌아서 걷기 시작하는 정오

가는 비 내리고
손차양 한 사람들이
하나둘 처마 밑으로 모여드는 정오

신호대기 중인
버스기사가 창밖으로 내민
흰 손에서

날갯짓하는 작은 새의
심장소리를 듣는

거리의 나무에
빛이 무늬를 새겼다
사라지는

불시에
이별을 예감하는 정오

- ‘이별하는 정오’, 장혜령


그것은
물고기의 아가미 또는
지난밤에 깎은 사과 껍질

​안쪽에서 만져진다

​두꺼운 외투를 열어 보이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 생각했다
겨울에도 철 지난 얇은 옷을 고집하는
가난하고 또 우아한, 어떤 취향에 관해

​그들이 오래된 만큼
내 생각도 오래도록 이어졌고

​빌려온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군가 몸속에 잠깐 불을 켰다
여긴 누구였을까

​물결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잠든다
떨어진 모과처럼 여기저기 뒹굴며

​같은 의미에서, 나는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겨울, 청어와 모래, 작은 북과 캐스터네츠, 빗방울과 앵두와­••••••

​길을 잃을 때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것의 목록을 적는다

​실패가 거듭될 때,
매일 입술에서 닳아 없어지는
이름들처럼
걷잡을 수 없이 얇아질 때
그래서, 살고 있는 그것을 만질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
흔들리는 한
모두 같은 물속일 거야

​물결의 말이다

- ‘물결의 말’, 장혜령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장혜령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2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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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동네 시인선 156권. 장혜령 시인의 첫 시집. 작가는 2017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선정돼 등단했으며, 이후 산문집과 소설을 먼저 펴냈다. 이 책은 십 년에 걸쳐 써온 글들을 묶은 것이다. 40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묶었다. 부 제목에서 시인이 깊이 천착한 지점을 엿볼 수 있으리라. 우선 1부 ‘받아쓰다, 눈의 언어’와 2부 ‘번역하다, 새의 울음’, 3부 ‘바라보다, 늙은 숲의 심장’에 실린 시들을 통해 쓰는 자의 의무, 기록하는 의미에 대한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책 소개

“그는 내게 시 안으로 들어가라 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앞선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새로이 내며 걷는 일,
‘쓰다’와 ‘기억하다’를 양손에 가만히 쥔 채


장혜령 시인의 첫 시집을 문학동네시인선 156번으로 펴낸다. 작가는 2017년 문학동네신인상 시 부문에 선정돼 등단했으며, 이후 산문집과 소설을 먼저 펴냈다. 산문집 『사랑의 잔상들』은 십 년에 걸쳐 혼자 묵묵히 써온 글들을 묶은 것으로, 소설가 김연수는 이 작품집에 대해 “이로써 그녀는 사랑의 글들을 소유하게 됐다. (…) 회복기에 맞는 바람처럼 은은하고 낯설고 서늘한 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진주』는 민주화운동가였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는 자전적 소설이자, 그러한 아버지들을 담은 시대의 기록이었다. “지금의 르포이고, 지금의 시이고, 지금의 신화”(김혜순 시인)인 이야기였다. “앞으로도 특정 장르에 속하기보다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라는 작가 프로필의 마지막 문장을 독자에게, 작가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처럼 되새기며 마침내 첫 시집을 선보인다.

어젯밤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시를 읽고 있었는데 그것의 마지막 행에는 ‘답설무흔(踏雪無痕)’이라 적혀 있었다. ‘그대는 발자국 없이 눈길을 가는가, 그대는 지워지기 위해 걸어가는가.’ 내 문학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내게 시 안으로 들어가라 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_「백」에서

40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묶었다. 부 제목에서 시인이 깊이 천착한 지점을 엿볼 수 있으리라. 우선 1부 ‘받아쓰다, 눈의 언어’와 2부 ‘번역하다, 새의 울음’, 3부 ‘바라보다, 늙은 숲의 심장’에 실린 시들을 통해 쓰는 자의 의무, 기록하는 의미에 대한 시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집의 서시인 「눈의 손등」을 살펴보자. 이 시는 발을 다친 ‘나’에게 무릎을 다친 ‘남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자’의 친구의 이야기로, 그 친구에게는 병으로 죽은, ‘유키’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다. 유키는 눈(雪)을 뜻하는 일본어이지만 그에게 유키는 ‘Snow’가 아닌 ‘죽음과 아름다움 사이의 것’으로 각인되었을 터. 친구 부부에게는 몇 년 뒤 또다른 딸이 생겼고 그 딸아이가 일본어를 배우며 ‘유’로 시작하는 첫 단어인 ‘유키’를 알게 된 장면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탄성과 탄식 사이의 한숨을 내뱉게 한다.

그것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으로 이어져 백 년 전으로 우리를 이동시키는데…… ‘눈의 고장-백지-흰 손의 손등-흰 꽃잎’의 이미지는 꿈속에서 딸을 본 유키의 아버지가 술잔에서 건져낸 ‘꽃잎’이라는 글자를 거쳐, 명동으로 가는 4호선 전철 안,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잠든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투명한 ‘흰빛’으로 이어지며 마무리된다. 박상수 시인이 해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혜령의 시쓰기야말로 잃어버린 존재의 귀환을 위해 바쳐진 것으로 보인다. 장혜령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 과거의 존재가 문을 두드리고 이쪽으로 건너온다. (…) 두고두고 떠오르면서, 끝내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 시공간을 과감히 넘나들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직조해낸 풍경들은 읽는 이를 가만히 사로잡는다. 찢고 해체함으로써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이가 있는 반면, 이렇듯 오래 바라보고 신중히 모은 부서진 조각들을 자기만의 문장으로 이음으로써 생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이가 있다.

검은 돌은 검은 돌. 검은 돌은 다만 검은 돌이었고, 검은 돌은 아주 작고 가벼운 검은 돌일 뿐이었을 뿐이지만, 검은 돌은 걸어가고자 했고, 걸어가고자 하는 하나의 정신이었으므로, 걸어가고자 하는 것만이 그의 정신이며 또 마음이었으므로, 걸어가고자 하는 돌은 영원히 걸어가고 있었다.
_「검은 돌은 걷는다」에서

4부 ‘꿈을 꾸다, 아버지를 토하는’ 그리고 5부 ‘노래하다, 발이 없는 나의 여인’으로 이어지며 중심 축은 ‘쓰는 일’에서 ‘기억하는 일’로 이동한다. 잊지 않는 일, 두고두고 기억하는 일에 대한 시인의 몰두는 앞선 산문집과 소설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보이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닌 존재들의 역사, ‘대문자 역사가 아닌 소문자 역사’를 쓰는 것이 시인의 삶에 비중 있게 자리한 과제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부서지는 골목이 있다
영원히 부서지고 있는 나의 골목, 골목 끝에는
이곳이 미로임을 알아볼 수 없도록
희고 높고 빛나는 교회가 있고

그 속에
신을 가두고 찬송하는
사람들의 밤

아직도 눈감으면
인어의 운명을 지닌 여인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비가 내리고
모든 것이 꿈처럼 흐른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전부를 껴안아다오

발이 없는
나의 벌거벗은 여인은 노래한다
_「세이렌의 노래」에서

“무수한 생들이 무한히 손을 맞잡은 실루엣”(「후쿠시마에서 인간은 기차처럼 긴 심연 모를 그림자다」)을 돌아보는 일, 자신이 그 역사의 매개자가 되어 묵묵히 써내려가는 일이 그 존재들에 대한, 삶에 대한, 벌어진 일과 흘러버린 시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며, 그 작업을 통해 사적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의미를 창안해내고자 하는 노력임을, 시인은 이렇게 40편의 시편으로 또 한번 두고두고 남긴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윤리를 추동하고 진리를 향한 시도를 고양시킨다. 장혜령의 심미주의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 장혜령은 ‘답설무흔(踏雪無痕)’, 즉 앞서 찍힌 희미한 발자국에 자신의 발자국을 잇대어 길을 내려고 한다. 원래 ‘답설무흔’은 무협소설에 나오는 경공술의 일종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듯이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채로 공중을 날아가는 기예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장혜령에게는 자신의 존재론이자 예술론을 비유적으로 암시하는 말이 된다. “눈이 다 녹기 전에 나는 이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당신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개며 걸었다. 당신은 없고 당신은 보이지 않고 오직 이것만이 길이라는 듯”(「새벽의 창은 얇은 얼음처럼 투명해서 1」)과 같은 문장은 그래서 처연하고 한없이 애틋하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은 쉽게 녹아버릴 테지만 이 무용하고 허무한 걸음이 아니라면 무엇이 당신과 나를 잇고, 무엇이 사랑을 가능케 할까. 당신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겹치며, 우리는 그렇게 장혜령의 시를 읽고 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박상수 해설, 「당신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내며 걸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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