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본문학' 13권. [수박], [들돼지를 프로듀스], [Q10], [섹시 보이스 앤 로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부부 드라마 작가, 기자라 이즈미의 첫 소설. 데뷔작 [수박]으로 주목을 끈 직후 출판사로부터 소설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의뢰를 받고 9년에 걸쳐 완성한 이 책은, 금년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르고 NHK에서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며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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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코는 7년 전 남편 가즈키와 사별했다. 결혼한 지 겨우 2년, 남편은 고작 25세였다. 그 후로도 데쓰코는 이제 그저 ‘시부’라고만 부르는 시아버지 렌타로와 함께 정원에 은행나무가 있는 고즈넉한 단층집에서 살고 있다. 결혼하자는 애인도 있지만, 어쩐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하루를 보내며 데쓰코와 렌타로는 차츰 가즈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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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데쓰코의 직장동료이자 애인 이와이,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스튜어디스 다카라, 가즈키를 동경하던 사촌동생 도라오, 가즈키가 어릴 때 병으로 죽은 어머니 유코 등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점을 달리하며 엮여간다. 평범한 하루하루에 아로새겨진, 꾸밈없지만 빛나는 말들이 서서히 가슴에 스며드는 연작소설이다.
부부 각본가인 1952년생 이즈미 쓰토무와 1957년생 메가 도키코의 공동 필명이다. TV 드라마로서는 첫 작품인 <수박>으로 2003년 무코다 구니코상과 갤럭시상 텔레비전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시라이시 겐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두 번째 드라마 <들돼지를 프로듀스>로 47회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0년 방영된 네 번째 드라마 <Q10>, 부부의 일상을 좇은 다큐멘터리와 단편 드라마로 구성된 <행복의 모양~각본가 기자라 이즈미 창작의 세계>로 48회, 49회 갤럭시상 우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드라마 <섹시 보이스 앤드 로보>가 있으며 라디오 드라마, 극장용 애니메이션, 무대 각본 등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드라마 각본 이외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저서로 에세이 《깼다 다시 자며 엽차》 《기자라 식당》이 있다.
"그건, 말하자면, 이제 가즈키는 필요 없다는 뜻이야."라고 데쓰코가 말했다. 스스로를 비웃는 말투는 아니었다.
도라오는 데쓰코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번이나 자문자답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답은 나오지 않았으리라. 세상은 점점 가즈키가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그게 당연해지는데, 자신만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 그래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두려운 건 잘못된 과거의 흔적을 떠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잊어 버리는 거다. 정말로 가즈키를 잊으면, 나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