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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01.3.30
페이지
172쪽
상세 정보
인생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6주간의 가택연금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글은 18세기 말 한 귀족의 '내 방 여행기'이다. 그는 법으로 금지된 결투를 벌인 대가로 42일간의 가택연금에 처하게 된다. 이 책은 그 때 자기 방 안의 사물세계로 떠난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자신 안의 "영혼"과 "육신"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플라톤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철학과 문학, 미술, 음악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피력한다.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은 너무나 자유로워서, 어쩜 독자들은 글을 읽는 동안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유연상으로 글의 소재를 찾아내고, 연관성 없는 이야기를 한 지면 속에 얽어내는 통에 바로 앞장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완전히 까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써나갔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가 일러주는 대로 '그의 방 여행'에 자유롭게 동참할 수 있다.
경쾌하고 가뿐한 문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42일간의 길고 긴 시간을 자유로운 사물들의 세계에 할애한 그의 발상이 참신하고 발랄하게 다가온다. 때론, 연인을 그리기도 하고 충성스럽게 자신을 돌보는 하인을 칭찬하던 그는 마지막 장 '자유'를 끝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도 잠시, <내 방 여행>에 대한 독자들의 큰 호응에 고무된 그는 8년 뒤에 속편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을 펴낸다.
전작(前作)이 젊은 날의 갈등과 번민으로 얼룩져 있다면 후속편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은 보다 유머러스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근소한 차이만 제외하면 이 두 권의 책은 지은이를 부조된 판화처럼 돋보이게 만든 '멋지고 개성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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