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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백 년의 유산 (106세 철학자가 길어 올린 최후의 인간학)의 표지 이미지

김형석, 백 년의 유산

김형석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발췌한 책 속 문장]

95P 사랑은 그렇게 영원한 것인지 모르겠다. 윤리학자들은 삶의 선과 악을 말한다. 삶이 끝나면 선과 악은 사라진다. 그런데 예술인들은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영원하기에 그런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자기를 위한 이기적인 사랑은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사랑은 빼앗는 것이 아니다. 베푸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면 그 사랑은 영원히 존속된다.

107P 부를 차지하고 누리면서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옆집의 가족을 멀리하는 사회는 부를 누릴 자격이 없다.

116P “일제강점기라는 슬픈 역사를 살아오는 동안에 있었던 작은 잘못에 돌을 던지는 일은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116P 정치에 관심이 있고 배후를 잘 아는 사람들은 김성수나 백낙준 같은 저명인사를 친일파로 추가함으로써 친일파 배척을 목표로 출범한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보편적으로 통할 만한 메시지의 내용으로 어찌어찌 억누른 노인의 편협된 가치관이 결국 이 흑백논리로 가득 찬 문장을 통해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독서에서 울림을 느낄 사람들도 확연히 줄어들어 특정 정치 이념을 지닌 이들만 환호하게 될 것이다. 첨예한 독서 토론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이 문장의 논리로 활화산 같은 주제를 산출할 것이다. 때에 따라선 격화된 감정싸움도 일어날 수 있고.

120P 악을 악으로 보복하는 역사는 패망을 초래한다

≫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보복적 정의에만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저자가 규정하는 악이 어떤 것인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122P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선진 국가들은 진보나 보수를 넘어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공존의 정신과 질서로 방향을 바꾼 지 오래다.

≫ 선진 국가들에서도 폐쇄적인 극단주의 정치 계파들이 들끓고 있다. 당장 대한민국이 피로 얼룩진 억압의 사회로 격하될 뻔한 시기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당장 트럼프가 화약고로 만든 중동 정세를 저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167P 고정 관념이나 선입 관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치유할 수 없는 역사의 병폐를 자초할 뿐이다.

≫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속한 시대, 교육, 환경적 배경이 만들어낸 선입견 속에 갇혀 세계를 인식하는 한계적 존재다. 저자도 이 문장 앞뒤의 내용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당장 작년에 저자가 참석한 행사와 그가 작성한 칼럼을 조금만 탐구하더라도 그의 이념이 어디에 치우쳐있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174P 우리 사회가 눈앞의 결과보다 긴 안목을 기를 때 진정한 영재가 탄생하고 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문화가 함께 열매 맺게 될 것이다.
180P 하물며 수십만 명의 지적 성장을 획일적으로 대학입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구상 자체가 잘못이다.
181P 대학입시는 책임자인 대학으로 환원시키고 국민 교육은 사랑이 있는 사제 관계로 열매를 거두도록 방향을 개선하기 바란다.

≫ 교육의 본질을 고찰하게 하는 주제 의식으로 책을 저술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편협한 생각들을 덧붙여선.

215P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한국 사회는 세계화의 혜택을 크게 누리며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을 위해 이 땅을 찾은 이주 노동자들을 경제적 도구로 취급하며 차별하고 배제하는 현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16P 특히 스위스의 정신적 기본이 무엇인가를 역사적으로 찾아보면 역시 기독교 정신이 전통과 정신계를 형성한 인상을 준다. 교회는 줄어가고 있으나 기독교 정신이 사회와 역사의 지류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 은근스레 기독교 신자로서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려는 것이 불편하다. 특정 종교에 대한 나쁜 편견을 지니면 안되지만, 이 문장이 내 생각을 녹이는 것을 방해한다.

250P 모든 독서는 나를 키운다. 어떤 교리나 선입관념 또는 자신이 믿는 이념에 안주하거나 몰입하는 불행을 치유해 준다. 독서는 인간적 성장과 발전을 돕는다.

≫ 첫 문장에만 동의한다. 저자가 어떤 의도를 지니고 책을 저술했는지와 그 책을 읽는 독자의 배경들에 따라 선입견이 굳어지고 극단적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 독서는 무조건 명검이 아니라 마검이 될 수 있다. 결국 독서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작용을 원한다면 설계에 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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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주요 감상]

# 돋보이는 인터뷰이의 전문성

한 명의 이야기로도 하나의 책이 나올 수 있는 각 분야 15인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대담이 실려있는 책. 종사하는 필드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겼던 이들답게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들의 말은 혼란한 현대 사회에서 독자들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능동적 주체성을 안내하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각 대담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그림을 삽입하는 등 현대 기술과 협업 시도도 돋보인다.

# 참신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하지만 AI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자 한 목적이 있음에도 인터뷰이들의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한 나머지 본 주제의 얘기가 묻히는 대담들이 존재한다. 또한 AI의 답변과 실제 인간 전문가의 육성 답변을 병치한 시도는 참신했지만, 가독성이 떨어져 독서에 방해가 되었다. 챕터 끄트머리에 이러이러한 점에서 답변 간에 차이가 있다고 언급을 넘어 구별되는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하거나 비교표라도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발췌한 책 속 문장]

10P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 두려움과 기대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이를 우리는 호모메디우스Homo Medius, 즉 ‘사이 인간’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_「프롤로그」 10쪽

≫ 인간은 기술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객체가 아니라, 문명의 균형추를 잡는 주체임을 선언하고 다짐하는 문구.

27P 저는 공존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대립의 관점에서 계속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느끼는 공포 때문이죠. 이 두려움을 빨리 걷어내고, 어떻게 AI와 공존할지, 또는 더 현명하게 이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인터뷰 中

59P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존재죠.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인간다움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소설가 장강명 인터뷰 中

79P 건축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공간이 삶을 바꾸고 관계를 정리하며 사회를 설계하는 틀’이기 때문이에요.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위한 구조’를 누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 아닐까 싶어요.
- 건축가 유현준 인터뷰 中

96P 어쩌면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가 이제 인간을 빼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역설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뇌과학자 김대식)는 칼럼에서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거짓말이 오히려 "인간을 빼닮은 지능"의 발현 증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의 뇌 역시 입력된 감각 데이터를 그대로 출력하지 않는다. 파편화된 기억을 조합하고 때론 존재하지 않는 서사를 덧붙이는 것이 인간이다. AI의 환각을 인간의 서사 창조와 비슷하게 여기는 인터뷰이의 상상력이 참신하다.

145P 물론 시대적 맥락이나 장식은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인간의 본질을 잘 드러내느냐가 작품의 생명력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 연출가 이대웅 인터뷰 中

160P 인도를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성격에 있습니다.
- 인도학자 강성용 인터뷰 中

192P 생물학적ㆍ물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문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철학자 최진석 인터뷰 中

196P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 철학자 최진석 인터뷰 中

220P 따라서 자신이 타자를 맞이하거나 혹은 자기 안의 타자를 발견하는 행위가 예술이나 문학을 접하는 행위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학평론가 이광호 인터뷰 中

230P 흔히 사진을 ‘찰나를 포착하는 예술’이라 말하죠. 하지만 그 찰나는 오랜 준비와 숙고 끝에 만들어진 계산된 순간일 수 있어요.
- 사진가 김용호 인터뷰 中

≫ 예술의 진면모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예술가가 감내한 시간과 고민의 궤적에 있음을 말하는 대목.

234P 예술이란 단순한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안에 감상방식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 사진가 김용호 인터뷰 中

≫ 누군가 비슷한 방식으로 감상을 해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은 결코 같을 수 없기에 오늘날 수많은 예술의 변주가 펼쳐지고 있다.

244P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일상 속 대화 파트너로 자리 잡을수록, 우리는 더욱 정교하게 언어를 사용하면서 비언어적 요소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생각해요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면접자의 눈빛과 표정, 말투까지 샅샅이 분석하는 AI에게 굽혀야 하는 취업 구직자의 서글픈 현실이 떠올라 씁쓸해진다.

248P 즉 호칭과 높임법 문제는 단순한 언어 사용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위계와 관계 설정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합니다.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대한민국만큼 세분된 호칭과 높임법 문체를 지닌 나라도 극히 드물지.

249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가치관 차이가 아니라, 언어적 구조와 위계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관계 설정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언어학자 신지영 인터뷰 中

≫ 공식적인 자리에선 금지되어있지만 아직도 암암리레 사용되는 압존법이 대표적이지 않을지.

사이 인간

김대식, 김혜연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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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주요 감상]

# 베풀지 않고 빼앗아 버리는 ‘나쁜 사마리아인’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 원칙들이 실제로는 개발도상국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자립적 산업 생태계 구축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부자 국가들이 과거 경제 패권을 장악할 땐 강력한 보호무역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활용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엔 자신들이 밟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며 신자유주의적 교리를 맹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 책의 핵심 논지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성경의 비유에 변주를 주어 신자유주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나쁜 사마리아인'의 행위에 빗대었으며 주요 서술 방식으로 세계 경제사의 역사 기록들을 근거로 두었다.

#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가 만든 ‘스트라이샌드 효과’
이 책을 논할 때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에 의해 자행된 '불온서적' 지정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국방부는 이 책의 경제사 분석을 반미 정서 확산에 억지로 결부시켰으며, 민주주의와 체제 수호 정신을 와해시키는 이적 행위로 치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불온 도서 지정은 대중의 폭발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군 당국이 금지령을 내렸던 서적이 세계적인 석학이 집필했으며 자본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모색하는 저서라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전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발췌한 책 속 문장]

6P 금서가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광고 효과로 책 판매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 비판적 사고를 금서로 억압하려는 시대착오적 시도가 대중의 지식에 대한 갈망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49P 발췌 한국의 경제 기적은 시장 인센티브와 국가 관리의 교묘하고도 실용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이다.

65P 발췌 부자 나라들은 약소국들에 자유 무역을 강요하면서도 다른 한편 스스로는 매우 높은 관세를 유지했는데, 그것은 산업 관세에서 특히 심했다.

≫ 세계 경제 질서를 지배하는 선진국들의 뿌리 깊은 이중 잣대를 꼬집는 문장이다. 부자 국가들은 자유 무역 체제를 자신들의 압도적인 기술적, 자본적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82P 국제 무역 협상은 흡사 어떤 사람들은 권총을 들고 싸우는데, 어떤 사람들은 공중 폭격을 하고 있는 전쟁과 같은 것이다.

≫ 국제 경제 협상이 겉으로는 '주권이 평등한 국가 간의 자발적 계약'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구조적 폭력이 숨겨져 있는 비대칭적 전장이다.

99P 그(알렉산더 해밀턴)의 견해의 핵심은 미국과 같은 후진적인 나라는 외국의 경쟁으로부터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그 산업들이 자기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55P 따라서 개발도상국들이 1980년대 및 1990년대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강권에 못 이겨 자본 시장을 개방한 뒤로 금융 위기를 훨씬 자주 경험하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는 없다.

≫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본 시장 급진적 개방은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투기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

164P 미국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외국인 투자를 가장 많이 받았던 나라였음에도 이렇듯 외국인 투자에 대해 다방면으로 엄격한 통제를 실시했는데, 이는 최근 중국의 경우와 비슷하다.

≫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이 무조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신자유주의 통념을 반박한다. 해당 국가의 장기적 경제 발전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무분별한 외국인 자본 유치는 일시적인 수지를 개선할 수는 있으나, 종국에는 핵심 자산의 유출과 자국 산업의 예속화를 초래할 수 있다.

190P 발췌 이렇게 성공적인 공기업들이 많은데 우리는 왜 이런 기업들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 걸까? 이는 언론계 혹은 학계에서 행하는 보고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국영 기업의 많은 성공 사례가 버젓이 존재함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를 덮는 장치들은 민영화를 신성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그를 뒷받침하는 언론과 경제 학계임을 꼬집는다. 2008년 민영화에 미쳐 있던 대한민국의 ‘그’ 정권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반대하는 내용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에 따라 국방부의 탈을 쓴, 사실상 정부 금서로서 이 책을 지목한 것이 아닐까.

272P 따라서 부정부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부패 행위가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 뇌물을 받은 사람이 뇌물을 어떻게 쓰느냐, 그리고 만일 부패가 없었다면 뇌물이 과연 어떻게 쓰일 수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 투명성이 모자란 부패 구조가 무조건적인 경제 성장의 절대적 걸림돌이자 붕괴의 원인이라는 서사에 대한 반기인 문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자이르를 지배했던 모부투 정권과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의 부패를 비교한다. 전자는 부패로 축적된 자금이 스위스 은행 등 국외로 유출되어 국가 경제에서 소멸한다. 후자는 부정한 자금이 국내 산업 시설 구축과 일자리 창출에 재투자되어 실물 경제를 돌게 한 대비를 두르고 있다. 도덕적 가치 판단을 배제한 시각으로 독자에게 큰 충격을 준다. 하지만 한편으론 저자가 부정부패를 피치 못함으로 변호하는 데 이용될 논리를 만든 또 다른 “나쁜 사마리아인”의 면모를 보인 대목으로도 보인다.

312P 이렇듯 경제 발전에 확실하게 좋거나 확실하게 나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 속에 들어 있는 ‘원료들’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 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서구 지식인들은 일본인과 독일인을 '선천적으로 게으르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며 합리적 사고가 불가능한 민족'이라고 경멸적으로 묘사했다. 이 문장은 문화가 경제 구조를 결정짓는 고정불변의 DNA가 아니라, 외려 국가의 경제 발전 단계와 제도적 변화의 산물로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요소임을 환기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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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주요 감상]

# 생애주기 교육 관점에서 바라본 AI 시대

책은 교육 현장을 유아, 초등, 중등, 고등교육 등 특정 연령대나 단절된 학교 단위로 파편화하는 관점을 넘어선다. 생애주기를 총망라한 거대한 맥락 속에서 AI 교육을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교육의 틀을 공교육 및 사교육 안에 가두지 않고, 기업의 인재 육성과 조직 문화까지 확장했다.

#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주는 책의 강점

이렇게 책이 넓은 관점을 지니게 된 이유는 저자들이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겪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책에 남겼다. 이로써 책에서 언급되는 ‘교육’은 단순 입시와 취업 등의 단기 전략을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사회 인프라로까지 의미가 진화한다.

# AI 시대에도 인류가 주체로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교육의 주체가 기계나 알고리즘이 아닌 '주체적 인간'임을 강력하게 못 박는다. 기술이 고도화되면 단순 지식의 전달이나 기계적인 업무 처리를 AI가 완벽하게 대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인간이 AI로 대표되는 기술에 안주하지 않고 비판적 사고, 창의성, 공감 능력 등의 고차원적 인지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궁극적 지향점을 둔다

# 일방적인 기계가 아닌, 쌍방향적인 파트너로서
저자들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남긴 가장 강력한 경고는 AI가 학생의 인지적 과정을 지나치게 쉽게 우회하게 만들어 뇌가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신경과학 실험의 내용이다. 책에서 바라보는 AI의 이상향은 정답을 제시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메타인지를 자극하고 인지적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훌륭한 '학습 파트너'이다.

[발췌한 책 속 문장]

25P AI 네이티브 세대의 아이들에게 생성형 AI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창작의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죠.

32P AI를 단순한 수업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발달 특성과 연결해 교육적 의미를 발견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8P AI는 아이들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도구일 뿐, 정답을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장. 학습자가 AI를 '전지전능한 정답 자판기'로 인식하는 순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인지적 주체성과 탐구 정신은 사라진다.

55P AI의 추천과 피드백이 수업의 한 축을 맡게 되면서, 교사는 이제 학생과 AI를 연결하고 의미를 묻는 설계자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 교사의 존재 이유가 더욱 진화해 , '학습 경험 설계자'로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하는 문장.

79P 프롬프트를 구성하는 방식은 곧 학생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죠. 질문의 구조 자체가 사고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 프롬프트의 질은 인간 사고의 깊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프롬프트의 질문을 더 고도화하려는 노력은 미래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인지 무기가 될 것이다.

117P AI 시대의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법을 터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119P AI 시대의 새로운 아비투스는 ‘기술 친화성’이 아니라 AI를 학습 파트너로 인식하는 문화’입니다.

≫ 기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AI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태도가 필요.

162P AI 시대 교육의 본질은 역설적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간 연결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팀워크,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의 갈등 조정과 같은 '관계적 역량‘의 가치는 AI 시대에 높아질 것이다.

165P AI가 ‘정답’을 주는 시대에 대학은 ‘질문’을 가르치는 곳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바로 그 인내심, 그 기다림이 인간 교육자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 학습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마찰과 혼란을 제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주는 것이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스승의 가장 위대한 가치가 아닐까.

178P 종이로 읽을 때 디지털에 비해 독해력이 전반적으로 더 좋다는 ‘스크린 열등성(Screen Inferiority)’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 확실히 전자 기기로 읽을 때보다 종이를 넘기는 것이 텍스트의 의미를 추론하고 맥락을 추론하는 데 더 쉽다고 느낀다.

203P 예를 들어 아이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을 AI에게 던지고, AI의 답변을 다시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사고는 살아 움직입니다.
≫ AI의 답변을 맹신하지 않고 다양한 출처를 통해 진위를 교차 검증하며 논리적 비약이나 편향성을 찾아가는 탐구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더 발달할 수 있다.

274P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2024년 인터뷰에서 ”직원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고 유니콘 기업을 세우는 솔로 유니콘이 곧 등장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 단순한 궁금증. 그 CEO는 잠은 제대로 잘까?

286P 프론티어 기업은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팀 구조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운영되며, 빠른 성장과 높은 성과 창출이 특징입니다.

≫ AI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과업을 분배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AI 리더십'도 미래의 중요 역량이 아닐까.

304P AI 시대의 교육은 국가의 전략을 넘어 사람이 배우고 성장하는 보편적 여정으로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 AI 기술 접근성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각 국가에서 부와 권력의 불평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국력을 위해서라도 공평하고 질 높은 AI 교육을 전 국민에게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309P AI를 배우는 과정이 ‘성장’이 아니라 ‘경주’로 바뀌는 순간, AI는 우리에게 힘이 아니라 부담이 됩니다.

≫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고려하면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하에 유아기부터 무리한 코딩 사교육을 강제하거나 수많은 AI 툴의 사용법을 선행 학습하려는 현상은 곧 일어나거나 이미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319P 이는 AI가 정답을 제시할수록 뇌가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건너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신경과학 및 뇌 가소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무분별한 AI 의존의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

2026 AI 교육 트렌드

박소이, 유영걸, 오유나, 김영준, 김정환, 정나래, 한창훈 (지은이) 지음
길벗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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