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집

이경자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세번째 집 (이경자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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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8.22

페이지

264쪽

이럴 때 추천!

떠나고 싶을 때 , 답답할 때 , 인생이 재미 없을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상세 정보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한무숙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고정희상, 민중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여성을 비롯한 가련한 존재들의 삶을 소설화하는 데에 주력해온 작가 이경자의 장편소설. 이경자 특유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부딪칠 때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집에 대한 철학이 반짝이며 풀려나온다.

소설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한 여자 성옥과 집 짓는 남자 인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성옥에게 첫번째 집은 '하모니카집'으로 불리는, 한 칸씩의 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 맨 마지막 칸에서 성옥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조곤조곤 이어지던 부모의 다정한 대화 소리, 불이 들어오지 않아 유난히 캄캄했던 밤, 겨울날 친구들과 함께 떼어 먹던 마른 생선… 성옥에게 하모니카집은 유년 시절의 포근한 기억이 담긴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두번째 집은 바로 지금, 남한에서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방. 한낮에도 어둡고 서늘한 그 방에서 성옥은 다시 힘겨운 노동을 하고 전력으로 슬퍼할 힘을 얻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인호가 다가온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과 카페에서 자주 마주치던 사람. 인호의 친절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고마울수록 그녀는 그와 사랑에 빠질게 될까봐 두렵다. 인호 또한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사랑이 단순한 이성 간의 끌림이나 욕망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예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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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최경희

@c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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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지고 있는 15세 소년 안 율의 시선을 따라가는 시간은 참 암울하다. 
 
정신적 피폐함이 사람의 사고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드나? 하는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 
 
가제본으로 받은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 
 
"인간관계는 전략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환한 미소로 속내를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그리고 빠르게 파고든다. 친밀감을 유도한 후 우위를 점하고 '우리' 라는 허울 좋은 말을 붙여 편을 가르면 끝. 그런 점에서 삶은 게임과 닮았다." 
 
책의 서두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15세 소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참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율의 시선을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앞집 할머니가 살해되고 범인을 목격한 율
경찰이 목격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때서야 범인을 보았다고 말하는 율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니?" 하는 엄마의 재촉에 무심한 듯  마음 속으로 던지는 한 마디
"신고해서 제가 얻을 게 없잖아요" 
 
 아버지가 죽은 후 율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의 눈에는 항상 사람들의 발 만 보일 뿐이다.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아이 이도해를 만난다.
죽은 고양이 시체를 안고 있는 가느다란 발목에 툭 불거진 복사뼈, 상처투성이 발등을 가진 자신을 북극성이라고 말하는 이도해. 
 
우연히 학교에서 다시 이도해를 만나게 되는데.

"내가 보이는 사람은 오랜만이네"

학교의 왕따로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도해의 말이 참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축구, 공부, 모든 면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배경을 가진 친구 진욱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진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빌라의 쓰레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 는 필요하니까.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 그게 친구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율의 생각들이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하리 만큼 공포스러웠다. 
도대체 15세 소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고....... 
 
"우리의 몸이 상처를 입듯 정신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곪게 내버려 두는 사람이 많죠. 우리는 그걸 PTSD라고 부릅니다" 
 
어떤 일이 율의 정신세계를 이렇게 황폐하게 했을까?
단지 아버지의 죽음으로?
책의 중반을 넘기면서 나의 의문은 극에 달했다.
아무리 청소년이라도 율의 생각과 행동들이 화가 나기 시작 했으니깐. 
 
그렇지만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아버지는 그냥 죽은 것이 아니었다.
달려오는 차에 율을 대신해 자신의 몸을 던지고 죽은 것이었다.
율의 기억 속에서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 뿐 아무도 그때 119를 불러주지 않았고,
누군가의 죽음은 그저 남의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한 아버지의 죽음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율의 마음에 각인 되었다.
 
그 후 율은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TV를 통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의식을 잃은 소년이 발견되고
친구 진욱이 말했던 가난한 빌라의 쓰레기 집에 살고 있는 소년이 이도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으로 살아가려는 여정이 나중에는 차츰 이해가 되었다.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죄책감이 들면서.......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일로도 벅차다."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서진욱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록 나는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율은 이도해를 통해, 엄마를 통해, 서진욱을 통해 서서히 바깥 세상으로 나오려는 용기를 가진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모든 사람은 극심한 충격을 받으면 공통적으로 우울과 불안에 빠진다. 차이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누군가는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누군가는 무기력을 학습한다." 
 
우연히 시험 공부를 하다 도서관에서 읽게 된 책 한 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한 책에 쓰여 있는 글귀와 마주하며 율은 자신이 가진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자신 보다 더 힘들 것 같은 자신을 닮은 아이 이도해의 불행을 목격하면서 서서히 율은 자신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마음이 아픈지? 
누군가의 끊임없는 관심과 한 마디가 아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 참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는 책의 추천 글귀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아픈 이야기이지만
성장하는 이야기다. 
 
글을 읽는 내내 암울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는 메시지가 아름답다.
감사하며 읽은 책이다. 
 
 "난생 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율의 시선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율의시선 #창비청소년문학상 #창비 #김민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 
#청소년소설 #청소년 #성장소설 #책추천 #독서 #독서모임 #글쓰기
8초 전
0
Hee님의 프로필 이미지

Hee

@hee329

오 '왓츠인마이책장' 요거 좋은딩..ㅎㅎ
https://twitter.com/sanhomaydraw/status/1781246337876738326?t=KJ_yT5x0u46HP6PRRmpMng&s=19
28분 전
0
검정매직님의 프로필 이미지

검정매직

@geomjungmaejik

역쉬 말씀도 잘하신다. 글달인.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8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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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한무숙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고정희상, 민중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여성을 비롯한 가련한 존재들의 삶을 소설화하는 데에 주력해온 작가 이경자의 장편소설. 이경자 특유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부딪칠 때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집에 대한 철학이 반짝이며 풀려나온다.

소설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한 여자 성옥과 집 짓는 남자 인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성옥에게 첫번째 집은 '하모니카집'으로 불리는, 한 칸씩의 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 맨 마지막 칸에서 성옥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조곤조곤 이어지던 부모의 다정한 대화 소리, 불이 들어오지 않아 유난히 캄캄했던 밤, 겨울날 친구들과 함께 떼어 먹던 마른 생선… 성옥에게 하모니카집은 유년 시절의 포근한 기억이 담긴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두번째 집은 바로 지금, 남한에서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방. 한낮에도 어둡고 서늘한 그 방에서 성옥은 다시 힘겨운 노동을 하고 전력으로 슬퍼할 힘을 얻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인호가 다가온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과 카페에서 자주 마주치던 사람. 인호의 친절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고마울수록 그녀는 그와 사랑에 빠질게 될까봐 두렵다. 인호 또한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사랑이 단순한 이성 간의 끌림이나 욕망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예감하는데…

출판사 책 소개

살다보면 도저히 상상이 가닿지 않는 타인의 상처에 마음이 끌리는 일이 있다.
바로 그런 순간 당신이 나에게 그려주었던 세번째 집.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집을 찾아 헤매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를 낳아준 이들이 마련한 집에서 태어나 각자의 작은 집으로 독립을 하고 또다른 가족을 꾸려 더 넓은 집으로 존재의 거처를 옮겨간다. 결국 집이란 이렇듯 작은 육신을 누이고 쉴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우리의 삶을 구획하는 체제이며 영원히 그리운 정신의 고향이기도 할 것이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한무숙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고정희상, 민중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여성을 비롯한 가련한 존재들의 삶을 소설화하는 데에 주력해온 작가 이경자가 2013년 장편소설 『세번째 집』을 출간한다. 이경자 특유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부딪칠 때마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집에 대한 철학이 반짝이며 풀려나온다. 어느 날, 내 집에서 외롭다는 걸 확인해야 하는 배반의 감정이 들었던 순간이 당신에게도 있다면 『세번째 집』을 펼쳐보라. 알 수 없는 당신의 감정을 설명해줄 섬세한 근거와 위로해줄 따스한 문장 들이 그 안에 들어 있을 테니.

“평생 울 걸 다 울어서 이젠 울 일이 있어도 눈물이 말라서 못 울 것 같아요.”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슬픔이 그의 영혼으로 스며들었다.


『세번째 집』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탈출한 여자 성옥과 집 짓는 남자 인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성옥에게 첫번째 집은 ‘하모니카집’으로 불리는, 한 칸씩의 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그 맨 마지막 칸에서 성옥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조곤조곤 이어지던 부모의 다정한 대화 소리, 불이 들어오지 않아 유난히 캄캄했던 밤, 겨울날 친구들과 함께 떼어 먹던 마른 생선…… 성옥에게 하모니카집은 유년 시절의 포근한 기억이 담긴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두번째 집은 바로 지금, 남한에서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방. 한낮에도 어둡고 서늘한 그 방에서 성옥은 다시 힘겨운 노동을 하고 전력으로 슬퍼할 힘을 얻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인호가 다가온다.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과 카페에서 자주 마주치던 사람. 인호의 친절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고마울수록 그녀는 그와 사랑에 빠질게 될까봐 두렵다. 인호 또한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의 마음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사랑이 단순한 이성 간의 끌림이나 욕망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을 예감한다.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슬픔이 그의 영혼으로 스며들었고 그는 그 감정에 온전히 공명하여 순수하게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는 노트를 꺼내 그녀를 위해 집을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설명해주는, 그리운 하모니카집과 아직은 이 세상에 없는, 그녀를 위한 세번째 집을……

삶이란 ‘그저’ 살아가는 것.
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삶 자체를 위하여.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세번째 집』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주인공 성옥이 탈북자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의 의미가 소설이 북한의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핍진하게 묘사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뜻으로 오해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경자는 충격적이어서 되레 너무나 뻔해져버린 북한의 현실, 이제 누구에게나 당연한 상식처럼 되어버린 이들의 실상을 가볍게 짚어 넘기고, 오로지 성옥의 목소리에만 집중한다. ‘집’을 찾아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성옥의 삶의 궤적?이때 후쿠오카의 한 탄광으로 징용되었던 할아버지와 귀국자이기에 평생 차별받으며 패배자처럼 살다 간 아버지의 비극적인 삶이 함께 언급된다, 운명이란 피에 피를 타고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을 통해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묻고 또 가만히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까 이경자는 성옥을 통해 마침내 이런 삶의 진실에 가닿는 것이다. 삶이란 거창한 이념이나 원대한 주의(主義)와는 철저하게 무관한 것이라는 사실. 그것은 그저 한 생명체가 저에게 주어진 온기를 잃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껴안아 덥혀주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이 죽음에 맞닿아본 적이 있는 여자, 집 짓는 남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얼굴들.


이러한 사랑과 삶에 대한 탐구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을 통해 구현된다. 이경자의 소설 속에서 허투루 만들어진 인물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소설가 제일의 임무가 인물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그들이 제 힘으로 살아내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이경자는 오랜 기간에 걸친 꼼꼼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유형의 탈북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개성적인 인물들을 탁월하게 형상화해냈다.

성옥 : 생이 죽음에 맞닿아본 적이 있는 여자. 목숨을 걸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왔다. 귀국자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북한에서 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이것이 남한으로 탈출한 직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여 정상적으로 살기를 바라지만 떨칠 수 없는 과거의 기억과 낯선 환경이 이를 어렵게 한다.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며 어머니와 함께 살 따뜻한 집을 꿈꾼다. ‘집’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집 짓는 남자 인호가 찾아온다. 그에 대한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서서히 인호에게로 기울어진다.

인호 : 집 짓는 남자. 일 년여의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끝난 이후 그는 건축설계소의 워커홀릭으로 살아왔다. 오로지 일뿐이던 그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여자가 생겼다. 특별한 의도 없이 종이 위에 그녀가 원하는 집을 그려준 것이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이것은 호기심일까, 사랑일까. 수복지구 기념관 설계를 맡은 이후, 그는 성옥이라는 하나의 존재를 통해 역사와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에 들뜬다. 그녀가,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수복지구 기념관을 마치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

명숙 : “자기 고향을 모욕하는 사람은 현재도 없고 자기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여자. 그러하기에 함경도 억양을 버리지 않고 북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며 살아간다. 공화국 영웅을 부모로 두었으나, 그 부모는 전쟁중 급박한 후퇴 상황에 어린아이를 버리고 떠났다. 부모들이 버린 언니 ‘정숙’이 남한에 있다. 언니를 찾아가 부모의 잘못을 용서받고 또 화해하고 싶다. 남은 생을 다정한 자매로 마감하고 싶다.

혜교 : 남한에서 화려한 남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름도 “혜교”로 바꿨다. 북한에서는 의학을 전공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남한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몸과 웃음을 파는 수밖에 없다. 술 취한 남자들 앞에서 북한 노래를 부르면 그들은 돈을 더 준다. 그러니 자본주의가 좋다! 돈이 수령님이다!
남혁 : 남한에서의 대학생활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체제가 다 무너져버려 어떤 질서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일찌감치 꽃제비가 된 세대이므로 그를 구속하는 내면의 규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귀에는 늘 이어폰이 꽂혀 있다. 그 틈새로 영어회화가 들려온다. 남한에서 그는 누구보다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최아림 : 소설가. 탈북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근사한 소설을 한 편 쓰고 싶다. 관련 기사와 자료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보았지만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성옥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를 만나는 순간 솟구치던 무수한 의문들, 연애는 해봤을까? 얼마 동안 굶었을까?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그녀는 이 거친 호기심들을 뚫고 진정한 우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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